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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대 국회의장 임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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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호 심원섭⁄ 2008.05.06 15:58:46

5월 31일이면 17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임채정 국회의장의 임기도 끝난다. 현재 17대 국회를 마무리 하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천, 낙선 의원들을 비롯한 적지 않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17대 국회의 마무리 책임을 맡은 임채정 국회의장은 그 어느때 보다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임기가 끝나면 지금가지 민주화 운동 당시의 수배, 도망, 투옥, 그리고 의회 정치로 인해 ‘보류’했던 부인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히는 임 의장은 “국회의장 임기 중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임채정 의장은 최근 IPU 총회 참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하여 그 동안 우리가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프리카 각국과의 유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임 의장은 베트남 국회의장, 당서기장, 국가주석 등과 만나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다짐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와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약속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임 의장은 17대 국회를 마감하는 의장으로서 “그 동안 각종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행여 의장의 중립성이 훼손될까 말을 아끼고 인내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회상하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평했다. 임 의장은 지난 2월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사실상 정계은퇴라는 시각과 관련해 “나는 재야운동을 하다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정치권에 입문한 독특한 케이스였다. 당초 정치 참여의 목표로 삼았던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루었고, 참여정부의 출범에도 내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정치 참여 당시의 목표를 이룬 성공한 정치인으로 자평하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도 국회의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떠날 때 떠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 의장은 “국회의원을 하지 않는다고 정치에 관여 못하거나, 당원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니, 정계은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설명하면서 “의회 정치인으로서의 역할만 그만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채정 의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5월 2일 오전 10시 국회의장실에서 가졌다.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서 무사히 임기를 마치신 소감은? 현재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으니, 국회의장으로서 역할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무거운 짐을 덜어 놓은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자유인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사실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좋게 이야기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리라고 들 말하지, 여야의 눈치를 함께 봐야 하는 중간에 낀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각종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행여 의장의 중립성이 훼손될까 말을 아끼고 인내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평한다 17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던 국회였던 것 같다. 17대 국회를 마감하는 의장님의 심정은? 17대 국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정치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킨 국회라고 평가한다. 우선 투명한 공천과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를 통해 출범한 국회라는 점에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적이고 대등한 위상을 확립하였다. 또한 역대 어느 국회보다 풍성한 입법적 성과를 거둔 국회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아울러, 일하는 국회상에 걸맞게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등 국회의 입법보조역량도 확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회운영에서의 질서랄까, 의원들의 태도 등 의회문화가 국민의 기대만큼 향상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국회에서의 물리적 대결이나 장기공전 등의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제 곧 18대 국회가 출범하는 만큼 좋은 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17대 국회에서 가장 보람되고 가슴 뿌듯한 일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반복되는 얘기지만, 국회가 국회다운 모습을 갖추어 간 점이 가장 보람스러운 성과라고 자부한다. 사실 과거의 국회는 행정부에 예속된 존재, 그래서 ‘통법부’ ‘거수기’라는 오명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의기관, 행정부와 더불어 국정을 운영해 가는 주체로 우뚝 서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민주적 균형과 견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사회로 우리나라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데 좀 더 정착시키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양극화, 고령사회, 국가경쟁력의 위기, 자원경쟁 등으로 국민 전반의 위기의식이 확산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에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 원로로서 느끼신 우리나라 정치의 병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국회에서의 몸싸움이나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 등을 지적하는 것 같은데, 크게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는 어느 선진국 못지 않게 안정적이고 발전적이라는 점을 먼저 전제하고 싶다. 다만 정치의 역사가 일천하고, 민주 반민주의 대립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정책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왔고, 국회에서의 대립문화도 완전히 사라지지 못했다. 그러나 타협의 정치문화, 다수결의 존중 등 국회의원들 사이에도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정치의 병폐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감정과 지역구도 등을 포함한 너무 많은 사회적 갈등인데,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대오각성하고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국회의장을 하면서 여야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인데, 국회는 투쟁공간이 아니라 토론하고 타협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의회주의 원리는 곧 소수에 대한 존중과 다수의사에 대한 승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는 다수의사에 승복하는 관행이 부족하고, 또한 다수는 소수에 대한 합리적, 균형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 숫적 우세로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상대를 적 또는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대결적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근원을 거슬러가면 오랜 권위주의 통치라는 정치환경에서 유래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 환경도 바뀌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기대가 바뀌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여 각 정당 간 정책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상당히 변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나라당에서 지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좌파 정권 1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의장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나라당은 소위 ‘좌파 정권 10년’이라는 공격적 슬로건으로 지난 대선과 총선 등에서 재미를 좀 봤겠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건 한나라당 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 중 시장경제의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즉,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좌파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기 때문에, 만약 좌파 정부라면 칠레나 미국 등과 FTA를 추진하려고 했겠는가. 지난 10년 간의 민주정부는 정권창출 이후 지지계층만의 정부가 아닌 전 국민의 정부가 되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전통적 지지층의 이반까지 초래했지만, 한나라당이 ‘좌파 정부’라고 공격했던 이유는 햇볕정책과 분배정책 등 몇 가지 정책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결국은 대북정책은 큰 방향에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정책과 유사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포용정책 이상의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정책 역시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론 일자리 창출, 보편적 복지 지향 등에 이르기까지 큰 방향에서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하는데, 의장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신지… 역사의식이라는 게 워낙 복잡한 문제라서…. 또 현직 대통령의 역사의식이나 철학 등의 문제에 대해 현직 국회의장이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최대 현안인 쇠고기 수입 파동에 대하여 의장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복안은? 그 동안 몇 차례의 통상협상을 지켜보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피해분야 대책 소홀과 국민적 동의과정 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협상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먼저 광우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두번째로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해야 하며, 세번째로 국내 축산농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철저하게 체크해야 하는데, 정부가 얼마나 정밀하게 검토하고 그 대책을 마련했는지 분명치 않다. 또한 사전 예고랄까, 정부의 마지노선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취약하다 보니,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굴복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협상의 당사자로서 정부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민주적 절차를 거치고 과정과 결과를 국민과 공유하는 노력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청문회도 개최할 예정이니,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 논의와 대책 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꼬일대로 꼬여 있는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현재의 남북관계가 꼬이게 된 원인은 우리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도 안돼, 아직 대북정책의 기조조차 확정되지 않았을텐데, 대결의사도 없으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언사를 남발하다가 현재와 같은 경색이 초래된 것이다. 나는 남북문제에 관한 한 대화와 협력 이상의 해법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북핵문제 역시 우리가 6자회담보다 반보 정도 앞서갈 때 남북관계 개선과 병행하여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믿지만,자칫하면 6자회담보다 한 발 뒤처져 그 뒤치다꺼리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크게 보았을 때 남북문제는 대결보다 타협이 훨씬 이익이고 긍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 중심의 대북정책 원칙과 기조를 하루빨리 확정하고 상호신뢰의 기틀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북 국회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있는가? 남북 국회회담은 언젠가는 반드시 열려야 하고, 또 반드시 열릴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국회가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등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 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길 기대한다. 최근 남아공에서 열린 IPU 총회 참석과 베트남 방문 의미와 성과를 든다면… ‘지구촌 빈곤 퇴치’라는 단일 주제로 개최된 이번 IPU 총회에서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 등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노력 등을 골자로 기조연설을 해 아프리카 각국 대표단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동시에 음베테 남아공 하원의장, 우루과이 상원의장 등과도 만나 우리의 자원 확보 노력에 대한 협조도 당부하는 등 그 동안 우리가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아프리카 각국과의 유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투자 1위국이고 인적·물적 교류가 매우 활발한 나라이다. 또한 베트남 결혼이민 여성을 감안하면 사돈의 나라이기도하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국회의장, 당서기장, 국가주석 등과 만나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다짐하고 우리 기업의 투자와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는가? 나는 재야운동을 하다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정치권에 입문한 독특한 케이스로서, 당초 정치 참여의 목표로 삼았던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루었고, 참여정부의 출범에도 내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 면에서 정치 참여 당시의 목표를 이룬 성공한 정치인으로 자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국회의장까지 지내게 됨으로써, 불출마 선언에서도 밝힌 것처럼 떠날 때 떠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사실상 정계은퇴라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국회의원을 하지 않는다고 정치에 관여 못하거나, 당원의 역할 마저 안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계은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다만 의회정치인으로서의 역할만 그만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지금 건강은 어떤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의장직을 그만두더라도 여기저기서 함께 일해보자는 요청들이 있다(웃음). 또한 최근 이른바 진보진영의 입지가 축소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딱히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상이 선 것은 아니지만, 국민에게 기쁨과 보람을 드리는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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