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면서 인플레에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다. 유가는 물가와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내수가 침체되면 성장률도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지난달 4.1% 상승을 기록한 소비자 물가를 보자. 유가 급등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고 경제성장률 역시 당초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공산이 높다. 투자은행인 도이체 방크와 씨티그룹이 이미 우리 경제성장률을 3.9%로, 노무라가 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지표가 더 악화되면 우리 경제가 불경기에 물가마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유가가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계속한다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이것이 구매력 감소와 내수 위축을 가져와 결국 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며 “국내 시장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연구 결과 환율 등 모든 변수가 동일하고,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30%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즉 연평균 가격보다 2,30달러 정도, 5월 평균가격보다 10달러 정도 더 오르면 성장률이 1%포인트 빠진다는 얘기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3%대 경제성장률에 소비자물가 5% 상승’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 고유가 70~80년대 폭등과 성격 달라 물론 경제성장률의 산정에는 유가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와 정책당국의 대응 등 각종 변수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만큼 반드시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최근의 고유가는 70~80년대의 유가 폭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즉 70~80년대의 경우 중동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물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면서 단기간에 가격이 폭등했다면, 최근의 고유가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경제 주체들이 일정 정도의 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데다, 경제 규모 자체가 커져 고유가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며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6개월에서 2년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서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고유가에 대한 내성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상승 폭이 워낙 크면 한계가 있기 마련. 유가폭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스렁령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각오를 해야 할 시기가 온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는 급성이 아닌 만성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시스템을 새롭게 갖추고 새로운 시스템은 정부건 기업이건 갈등을 없애는 소통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만남의 장과 대화의 장을 만드는 소통의 4차원 경영을 할 때만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