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월 2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과 관련해 야기된 국정 파탄의 책임을 물어 정권 출범 117일 만에 청와대 비서진들을 전면 개편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오후 6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발표한 인사에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실장에 정정길(66) 울산대 총장을 임명하고 ‘1실장 7수석’ 체제의 참모진을 전원 교체했다. 다만, 이동관 대변인은 그대로 유임됐고, 박재완 정무수석이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으며,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전 의원, 그리고 민정수석에 정동기 전 대검차장, 외교안보수석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 경제수석에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 사회정책수석에는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교육과학문화수석에는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임명됐다. 특히, 신설되는 홍보특보에 박형준 전 의원이 내정됐으나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이 대통령이 직접 수석들의 인사를 벌표하는 형식과 관련해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일부 참모진에서 반대한 의견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초대 청와대 참모진 인사발표와 마찬가지로 신임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직접 청와대로 불러 배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 형식으로 한 명 한 명 신임 인사를 소개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리력하는 바람에 직접 발표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예전에 기업을 경영할 때부터 체질상 ‘사람 자르기’를 싫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 대통령이 이처럼 청와대 참모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청와대 인적쇄신이야 충분히 예고됐던 일이지만, 그 폭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기 때문에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청와대 참모진 교체폭을 놓고 소폭·중폭·대폭 등의 설이 난무했으나, 국민의 눈높이’를 최우선 잣대로 삼은 이 대통령이 결국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을 선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종교계 지도자 및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며,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해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으며, 본인으로서도 이 정도가 아니면 성난 민심을 도저히 달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대대적인 국정쇄신으로 1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여권 내부 및 청와대 내부의 파워 게임도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통령 실장에 임명된 정정길 실장은 “지난 18일부터 여러 차례 (실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고사했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워낙 필요하다고 제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면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