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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노사협력, 죽는 기업도 살린다

노사관계 선진화 위해 제도·관행·의식 등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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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김대희⁄ 2008.06.30 14:35:11

상생적 노사관계란 ‘노와 사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아래 사회 속에서의 기업역할 수행에 파트너십 관계를 가지고 행동해 나가는 관계’라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생적 노사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상생적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는 두 주체인 노와 사가 사회 속에서 기업이 가져야 할 목적과 방식에 대하여 공유된 관점을 가지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아울러, 노사 각자가 그러한 인식 아래 적합한 역할을 정립하고 운영해 가며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역할을 관행화시켜 노사문화 차원으로 이끄는 변화를 이루어 갈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힘든 여건 속에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치솟는 고유가와 물가, 가계 부실, 소비심리 위축,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 국내외의 불안 요소들이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수 위축에 따른 매출 저하를 극복하고, 글로벌 차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 이는 결국 그 실행의 주체인 노사(勞使)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이므로, 궁극적으로 협력적 노사 관계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이 노사관계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 노사관계 경쟁력이 낮아 우리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노동조합은 아직도 노사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의 통로로 활용되기보다는, 노사분규나 갈등의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30인 이상 중소기업의 경우,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도 형식적인 곳이 대다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는 임금체불·실업 등의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고, 기업은 노동조합법·고용보험법 등 노동관계법률의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 향후 선진국을 꿈꾸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노사 반목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로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사회적인 갈등요인이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대립적인 관계로 인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1990년대 접어들면서 서서히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1995년에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대한 합의로 노조는 서서히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 노조로 조직을 전환하게 되었다. 그 후 IMF 외환위기로 불가피하게 협력적인 노사관계보다는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사용자는 경제위기라는 이유로 정리해고 등 급격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2000년 이후 노조 조직률이 하락하자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산별교섭을 요구하게 되고, 사용자 측은 기존의 기업별 교섭을 주장하면서 여전히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전개되어 왔다. 이에 지난 2006년 노사정은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관련 규정의 시행에 대한 논의를 다시 3년 간 유예키로 결정함에 따라 노사 간의 대립이 조금씩 대화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됐다. 2000년을 전후로 일부 노조는 기존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벗어나 협력적인 관계를 추구하게 됐다. 예를 들어, 대립적인 노사관계의 대표기업이었던 현대중공업 등은 상급 단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업단위 중심의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는 숙련공 중심으로 결성되었다가 산별 노조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 각기 다른 소속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성숙된 노사협력관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들을 갖춰 나가야 한다. 첫째, 기업 경쟁력 강화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생존과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둘째, ‘강성 노조’에서 ‘강한 노조’로 바뀌어 한다. 과거에는 전투적인 노조에서 협력적인 노조로 전환하면 소위 ‘어용노조’로 낙인 찍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노조 활동의 방향 전환이 조합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셋째, 근로자의 삶의 질 확보다. 근로자들은 제대로 개인적인 의견이나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후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잠재적인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 노사관계 상호존중 단계 진입 한국의 노사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지만, 장기적인 추세에서는 대립의 단계를 넘어 상호 존중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에 노사가 공동 노력하는 상생단계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협력적 노사관계와 기업성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노사분규 발생 건수는 115건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 관계는 대립의 단계를 넘어 상호 존중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국내 노사분규는 지난 2003년에 320건에 달했지만, 그 후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연구소는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파업일 수×참가자 수)가 2006년 120만 일에서 지난해 53만6,000일로 급감했고,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한 사업장은 4월 현재 전체의 14.1%로 작년 같은 달의 11.9%에 비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올 들어 4월 20일까지 모두 144개 사업장이 ‘노사협력선언’을 발표하는 등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한국 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제도나 시스템 도입에 앞서 경영철학과 원칙, 상호신뢰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특히, 노사 양측이 공존공영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노사협력선언을 대내외에 공표하여 실천의지를 다져야 한다. 둘째, 노사가 상호협력을 통해 동반성장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노사 간에 이견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노사협의회 활성화 등을 통한 노사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 노사협력에 필요한 역량 제고와 더불어 협력적 노사관계에 대한 사후평가나 피드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엄동욱 수석연구원은 “노사관계 분위기가 좋은 기업은 근로자의 참여·복지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면서 “특히 혁신적 인적자원관리(HRM)를 더 많이 활용할수록 기업성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합리적 노사혁신 위해 제도·관행·의식 전환 필요 노동계의 정치파업 선언으로 모처럼 조성되던 노사 화해 무드가 급속히 냉각되는 가운데, 한국의 노사관계를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관행·의식의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최근 ‘한국 노사관계 20년 평가:노사관계 합리화의 과제와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과거 20년 간 한국의 노사가 겪어온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우선 지난 20년 간의 한국 노사관계가 ‘비합리성 팽배’의 시기였다고 규정했다. 노사정 모두 비합리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 한국 노사관계를 후진적으로 이끌었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노동계는 막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노동운동을 정치투쟁으로 변질시켰다. 처음 10년 간(1987∼1996)은 임금투쟁과 노동자 지위향상이 노동운동의 주요 이슈였으나, IMF 이후부터는 노조원의 고용안정에 급급해 지나치게 사측의 경영활동을 간섭했다. 그 결과,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노사관계는 잦은 불법 파업으로 불안정하고 지나치게 전투적이라는 인식을 주게 되었고, 그로 인해 노사 상생의 길이 원천 봉쇄되었다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인기영합적인 단기 정책에 급급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설립이나 민노총 및 전교조 합법화 등으로 노조 달래기에 나섰으나, 노동계로부터 시위·파업 자제를 얻어내지 못했고 노동정책의 일관성도 잃었다. 결국, 불법을 묵인하는 정부 태도가 노조의 준법 의식을 흩트렸고, 해마다 반복되는 노사 불안을 초래했다. 사용자 역시 노사관계의 변화에 소극적·수세적으로만 대응했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타협한 결과 노사 자율교섭체제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런 후진적 노사관행으로 2006년 IMD 노사관계 경쟁력이 평가대상 61개국 중 인도보다도 낮은 61위로 나타났다면서, 노사정 모두 제도·관행·의식을 전환해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합리화를 위한 4가지 과제로 ▲근로계약 및 교섭관행의 개선 ▲임금체계 단순화와 직무급제 전환 ▲노사분규의 자율 해결 원칙 확립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사회협약 등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수립된 대립적 노사관계가 별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조가 경제발전의 한 축이라는 자각 아래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운명공동체, 하나라는 시각이 중요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노와 사가 서로를 불신하고 힘 겨루기를 하며 진정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타넨바움 (Tannenbaum)이라는 학자는 ‘노사 간 갈등과 다툼은 그저 집안싸움(Family Quarrel)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사는 기업의 성쇠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따라서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를 인정하고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여기서 일본 도요타(Toyota)사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이 회사의 노사관계는 2차 대전 후 어려움을 겪어 오다 마침내 1950년 무렵 극심한 경영난과 맞물리면서 폭발하게 된다. 회사는 도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게 되고, 대규모 노사 분규도 발생했다. 이러한 노사 간의 뼈아픈 고통의 경험은 이후 ‘겐센(原泉)’ 이른바 ‘나눠가질 몫(Pie)’이라는 개념을 정착시키게 된다. 노사는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로서 우선 나눠 가질 수 있는 ‘겐센(原泉)’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나눠 가질 것이 있어야 노사 간의 합리적인 교섭을 통한 분배도 가능하다는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도요타사는 노사 협력을 기반으로 ‘JIT(Just-in-Time)’이라는 혁신적인 생산방식을 정착시키게 되었고, 회사의 성공뿐만 아니라 일본의 자동차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노사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발전될 때 기업은 그 시너지 효과에 힘입어, 문을 닫을 위기에서도 다시 회생하는 경우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할 의욕을 북돋아 주고 노사 모두에게 법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나가야 한다. 개방경제시대에 노사관계의 경쟁력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도 근로자의 고용안정도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주요 노사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려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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