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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6번 고개 숙인 MB, 또 다시 정면돌파 선언?

등뒤에 숨겨진 ‘발톱’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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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호 심원섭⁄ 2008.06.30 14:49:59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6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이 출범한 지 불과 116일 만에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파동으로 야기된 촛불 민심과 관련한 두 번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하면서 무려 6번에 걸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과’와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자책’ ‘뼈저린 반성’을 언급하면서 국민 앞에 눈물로써 고개를 숙인 지 불과 5일 만인 24일 국무회의석상에서 “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며 정면돌파를 위한 강경 대처 방안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 초기였던 지난 5월 초에만 해도 “광우병 문제를 공격하거나 촛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냐”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하겠다는 복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대국민사과’ 5일 만에 촛불집회 강경대처 그러나 촛불집회의 인파가 계속 늘어나면서 민심이반이 심화되자 5월 22일 대국민 담화, 6월 19일 대국민 기자회견 등 연거푸 두 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일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석상 발언은 촛불시위의 일부 양상을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 또는 불법 폭력시위로 보고 공권력 동원 등 강경대응으로 돌아설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추가협상 타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경찰과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잇따라 밝혀 그 배경과 향후 동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즉, 경찰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미국과의 추가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촛불집회 순수 참여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시위 양상은 특정단체를 중심으로 과격하게 변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대 여대생 군홧발 폭행’ 이후 여론 악화로 한동안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경찰은 장시간 도로를 점거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시위자를 즉각 연행하는 등 다시 강력 대응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쇠고기 관보게재를 하루 앞둔 25일 관보게재를 반대하기 위한 촛불시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낮부터 연행자가 속출하는 등 무더기 연행 사태가 있어났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로 기습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들 중 국회의원, 취재기자, 12살 초등학생, 변호사 등은 물론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인도로 밀려난 시위대까지 ‘묻지마 연행’을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중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5공 이후 처음으로 닭장차에 연행돼 경찰서 앞마당까지 끌려가는 수모를 당했으며, 심지어 12살짜리 초등학생이 울먹이면서 끌려가는 바람에 시민들의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저녁 100여명 이상을 연행한 뒤에도 소화기를 뿌리며 진압을 시도했고, 자정을 넘기며 물대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돌연 강경대응 방침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 될 수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관측이다. 첫 번째로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월령 제한 추가 협상’에도 불구하고 관보 게시를 막아선 집회 측의 강성기조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고, 두 번째는 앞서 경찰이 ‘청와대’를 마지노선으로 연행 방침을 정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예고에도 없는 청와대 기습 진입은 시위대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경찰 수뇌부의 판단이 들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이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엄포한데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 경찰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기자, 초등학생까지 ‘무자비 연행’ 논란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 수사당국이 촛불집회가 초기의 ‘`순수성’을 많이 잃은 채 특정 단체나 집단에 의해 과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나 업무 방해 등의 수준도 심각하다는 공동 인식에 따라 일제히 강경대응 방침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데 모인 시위대에서 일반 시민과 과격 시위자를 구분해 내기 어려운데다, 소비자 운동 차원의 행위와 업무방해에 이를 정도의 불법 행위의 경계도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과연 당국의 의도가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경 대응 방침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25일 “인터넷을 통해 기업에 대해 무분별하게 특정 신문 광고를 중단하도록 위협하는 행위를 단속하라”고 지시해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4명을 투입한 전담반을 꾸려 24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등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의 ‘진원지’인 인터넷에 대한 감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이러한 조치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소비자 운동 차원의 일반적 행위를 단속하는 게 아니라 우선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 뒤 업무방해나 폭행, 협박 등의 범죄행위를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면서 수사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이러한 강경방침은 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2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는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만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 폭력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여당의 강경 대응은 촛불시위만이 아니라 광우병을 비롯한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촛불시위의 ‘진원지’가 된 MBC의 ‘PD 수첩’ 때리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팀 꾸려 ‘PD 수첩’ 정조준 한나라당은 26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PD 수첩이 (지난 4월 29일) 광우병 왜곡 보도를 했다”면서 “검찰은 조속히 수사를 해서 명명백백한 진실을 밝히고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홍 원내대표는 “제작진이 과오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데 진행상황을 보면 과오가 아니라 고의로 보여진다”고 비난하면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압박했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도 “이는 공중파 방송의 치명적인 과오로, 결자해지의 자세로 응분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당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 내정자인 정병국 의원도 “참으로 뻔뻔하고 오만방자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명백한 허위 왜곡 보도로 국민을 우롱한 제작진에는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회의를 마친 뒤 조윤선 대변인은 ‘PD 수첩에 대해 역사적, 법적 책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PD 수첩은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명제를 세워놓고, 이를 위해 온갖 자료를 왜곡·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공세에 가담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공영 방송이 의도적 편파 왜곡 보도로 국민을 혼란시켰다면 심각한 일이라는 우려 표명이 있었다”고 밝혀 청와대도 ‘PD 수첩’공세에 가세했음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검찰도 ‘PD 수첩’에 대해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최교일 1차장 검사는 26일 “‘PD 수첩’ 방송물에 대한 오역 논란이 커지고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관계를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수사팀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임수빈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고 수사 검사 4명을 보강해 총 5명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PD 수첩’이 광우병과 관련된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 고의로 오역을 했는지 여부를 집중 검토할 방침이며, 일단 이날 ‘PD 수첩’ 방송물을 입수해 오역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으로 선회한 이유에 대해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나올 수 있는 일단의 과오와 실수에 대해 반성의 자세로 여전히 ‘로키’(low-key) 행보를 유지하면서도 국정혼란을 부추기는 폭력시위에는 엄정 대처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최대한 보듬겠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8대 국회가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민심은 겸허히 수용하되 이를 악용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함으로써 흐트러진 국정질서를 바로잡고, 이를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진력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야권, ‘5공식 공안 통치’ 강력 반발 특히, 이 대통령의 이같은 강경 대응 방침은 촛불시위에 계속 끌려 다닐 경우 자칫 국정수행의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현 사태를 방치하다가는 향후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쳐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서민들의 생활고를 계속 방치할 경우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고유가, 물가안정, 식품안전, 장마철 재해예방 대책을 잇따라 주문하는 등 서민들의 경제난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적극 주문하고 나섰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은 이전부터 강조해온 말들이긴 하지만, 주문의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했고 종합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대통령과 지난 20일 출범한 청와대 2기 참모진이 연일 국민, 여당과의 소통행보를 보이는 것도 크게 보면 서민 보듬기, 민심 보듬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취임 초기의 일방적 국정운영이 야당과 국민의 반발을 야기하면서 국정혼란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국정 정상화를 이뤄 가는 과정에서 이탈한 전통 지지층과 중도보수 세력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물론, 역으로 지지층 결집을 통해 조기에 국정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도 분명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효과 덕분인지는 몰라도,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22일 전국의 성인남녀 4,27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0%대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 청와대 측을 고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국정 장악력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면서 “취임 초기의 미숙한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탈했던 지지세력들도 다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러한 강경 대응 방침에 야권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지난 19일 반성과 자책을 했다는 이 대통령의 회견은 악어의 눈물임이 드러났다”며 “쇠고기 민심을 5공식 공안통치로 다스리려 하면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차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시위를 엄단하라며 촛불집회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면서 “이는 국민의 편을 갈라 촛불의 씨를 말리겠다는 치졸한 이념공세”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 대변인은 “뼈저린 반성의 결과가 순수한 국민들에게 색깔론을 씌우는 것인가. 말로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행동으로는 국민들을 처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불법 폭력 시위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정부는 순수한 마음에서 먹거리를 걱정하고 잘못된 외교 행위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촛불집회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의 강경방침이 진화단계의 촛불에 기름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이 강경기조로 전환한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명박 정부는 색깔론 공세와 신공안정국 조성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국민의 비판정신을 옥죄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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