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윤정연 씨(30·여)는 최근 모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서 평소와 달리 신용카드 대신 휴대폰으로 결제했다. 최근 일어난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 통신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때문에 신용카드나 계좌 거래 기록이 쇼핑몰의 데이터베이스에 남는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통해 1회용 인증번호로 구매를 하니 카드번호나 계좌번호가 남지 않아 더 안심이 되죠. 사용 금액이 한정되어 충동구매를 막을 수도 있어요.” # 서울 신림동에 사는 초등학생 박철수 군(10·남)은 현금이 필요해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 깡’업체인 A를 찾았다. A는 20만 원을 즉시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박 군 부모의 휴대폰 번호를 요구했다. A는 사이버 게임 머니를 박 군에게 소액결제로 사게 한 후, 수수료 3만~4만 원을 떼고 제3자에게 팔아넘겼다. 이렇게 박 군은 부족한 용돈을 '휴대폰 깡'을 통해 대출받은 20만 원으로 메꿨다. 박 군의 부모는 아들이 소액결제를 했는지도 모르고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온라인 교육 사이트 에듀스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웹사이트 비밀번호를 변경했거나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88.1%로 나타났다. 최근 일어난 대형 고객정보 유출 사건들로 인해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이런 가운데, 휴대폰 결제가 온라인상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또한, 휴대폰 이용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휴대폰을 소액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며, 대부분이 서비스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휴대폰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견도 20%가 넘어 향후 휴대폰 결제 시장 전망을 밝게 했다. ■ 안전·편의성으로 주목받는 휴대폰 결제 “휴대폰 결제, 해봤어요?”, “아니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요”…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대화다. 그렇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해 만들어 본 말이다. 휴대폰 결제란 온라인상에서 상품(도서·의류·화장품 등)이나 디지털 콘텐츠(홈페이지 배경음악, 게임 아이템 등)의 구매 비용을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이동통신료에 포함해 지불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콘텐츠 개발 업체인 다날이 2000년부터 처음으로 선보인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물품 구매시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로 본인인증을 거치고, 그 뒤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온 6자리의 승인번호(OTP, One Time Password)를 입력하면 구매 금액이 통신요금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승인번호는 단 한 번만 유효하며, 번호가 전송된 지 3분 이내에 이를 해당 구매 결제 창에 입력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인의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수해 몰래 결제하더라도 실제 휴대폰을 소지해야 결제 승인이 가능하므로 피해 확률이 극히 낮다. 아울러, 휴대폰 결제는 해커들의 표적이 되더라도 다른 결제 서비스와 달리 유선망(웹사이트)과 무선망(휴대폰)을 동시에 해킹해야 하며, 3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해킹에 성공해야 도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정보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또한, 신용카드나 계좌이체처럼 길고 복잡한 카드번호와 계좌번호를 일일이 입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리하며, 거래 기록이 웹사이트나 PC에 남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 또한 휴대폰 결제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와 결제 서비스 제공사인 다날, 모빌리언스 등의 홈페이지에서 고객별 상세 결제내역이 실시간으로 조회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IT 전문 조사기관인 K리서치가 14세 이상의 이메일 이용자 4,272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결제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9.9%가 온라인 소액결제를 하는 데 휴대폰을 사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대용이나 교통카드 대용으로 휴대폰을 이용하는 일까지 감안하면 비중이 57.1%로 늘어, 휴대폰이 e커머스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성 ‘맑음’ 특히, 20대와 30대는 70% 가까이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휴대폰 결제가 보편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소액결제 이용 빈도도 높아, 20대 초반은 48.6%가 월 1회 이상 휴대폰을 이용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평균치(44.6%)에 비해 4%포인트가 높았다. 이에 비해, 중·고등학생은 휴대폰 결제 서비스 경험(20%)에서나 이용빈도(18%)에서 모두 낮아 경제력이 휴대폰 결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줬다. 휴대폰 결제 서비스는 이용자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다. 신용카드 대용은 88.1%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교통카드 대용(89.7%), 온라인 소액결제(91.3%)도 만족한다는 답변이 90%를 오르내렸다. 다만, 서비스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응답자 가운데는 이용하지 않은 금액이 청구돼서(59.3%), 개인정보 노출 등의 이유로 불안해서(55.7%), 서비스 이용 절차가 번거로워서(22.5%) 등의 이유를 꼽았다. 한편, 인터넷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결제할 때 1회 지급하는 가장 보편적인 액수는 1만∼2만 원 미만이었다. ‘인터넷에서 1회 결제시 최대 얼마까지 휴대폰 소액결제 방식을 이용하겠느냐’는 질문에 1만∼2만 원 미만이라고 답한 23.4%를 포함해 전체의 41.4%가 2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23%가 금액에 관계없이 휴대폰으로 결제할 의향이 있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 비중이 커져, 휴대폰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한 휴대폰 결제 시장은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0년에 처음으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2001년 850억 원이던 시장규모는 2007년 1조3,000억 원으로 무려 15배가 증가했으며, 올해 1조7,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고 2007년 말 기준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65.3%에 달해,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휴대폰 결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액 위주의 디지털 콘텐츠 분야는 휴대폰 결제 비중이 80%가 넘을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았다. ■ 다양한 해외 온라인 결제 서비스까지 다날은 휴대폰 결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물론 공공요금, 신문 구독료, 대입원서 접수비, 온라인 전문몰(도서·화장품 등) 등으로 서비스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과 대만은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미국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국가 간 휴대폰 결제 서비스(IMP : International Mobile Payment)의 제공도 준비 중이다. 즉, 국내 소비자가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살 때 국내 이통사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중국 한류 팬이 국내 방송사 웹사이트에서 VOD 서비스를 이용할 때 차이나모바일 휴대폰으로 결제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박성찬 다날 대표는 “각 나라별로 문화적·사회적 차이에 따라 선호하는 온라인 결제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이메일+가상계좌 이체, 이메일+신용카드가 결합된 서비스가온라인 결제 수단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며, 페이팔과 구글 체크아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도 미국처럼 이메일과 결합된 서비스가 많이 이용되며, 알리페이가 그 대표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과는 애용되는 이유가 다르다. 아직까지 온라인 결제가 활성화되지 않아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은 앞의 두 나라와 달리, 편의점 결제가 대표적이다. 이 방식은 온라인상에서 발생한 소액 결제를 편의점에 가서 납부하는 것으로, 편의점이 생활의 일부로 깊숙이 자리 잡은 일본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휴대폰 결제는 소액 결제에 최적화된 형태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결제 서비스들과 달리 활용범위가 넓으며, 이동통신 서비스의 빠른 보급 속도와 높은 이용률로 인해 만국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보급하며 쌓아온 차별화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휴대폰 깡 제재 강화… 아이템 매매도 ‘불법’ 속칭 '휴대폰 깡'으로 불리는, 휴대폰 소액 결제를 악용한 대출에 대하여 제재가 강화된다. 지난 6월 말부터 휴대폰 깡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발효됨에 따라 방통위, 인터넷기업협회가 단속에 나섰다. 휴대폰 깡은 휴대폰 소액 결제로 결제한 금액 중 이자와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현금으로 입금받는 방식으로 대개 이뤄진다. 결제 금액은 이동통신 요금에 합산 청구된다. 휴대폰 결제 한도액이 15만~20만 원 정도라 일반 대출과 비교하면 소액인 편이나, 선이자로 떼는 이자율이 4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 피해계층이 청소년이라 지난 2007년에 사회적 문제가 됐다. 하지만, 2007년 12월 20일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는 대부업 등록 여부와 이자율에 상관없이 휴대폰 깡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제재가 강화됐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실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통신과금 서비스를 통해서 돈을 받는 행위와 재화 혹은 서비스를 판매했다가 다시 싼 값에 매입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즉, 아이템 매매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휴대폰 결제를 이용하여 휴대폰 깡 사업을 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됐다. 이에 따라, 피해 사실과 상관없이,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3월 28일부터 시행된 이 조항은 유예기간 3개월을 거쳐 6월 말부터 발효됐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관련 기업과 협회가 휴대폰 깡을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휴대폰 깡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소비자들이므로 이를 이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청소년 명의 휴대폰의 경우 휴대폰 소액 결제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부모님들은 청소년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가급적 청소년 명의로 등록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