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오는 7월 6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지난 1월 당 대표에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의 향후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손 대표는 대표에서 물러나더라도 해외연수 계획은 없고 국내에 머물면서 당분간 휴식기를 가진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에서 할 일이 있다는 뜻으로서, 즉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향후 거취에 대해 ‘일단 쉬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구상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손 대표로서는 통합민주당 대표로서의 지난 6개월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선,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14년 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을에 몸담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 이념이 서로 다른 민주당에 안착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또한 대표직에 취임한 후 극심한 대선 참패의 후유증에 빠져 있던 당을 살려내야 하는 과제도 떠안는 등 두 가지 과제에 도전했던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2월 대통합민주신당과 구 민주당 간의 통합을 이뤄내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분열된 민주개혁진영을 하나로 통합시킨 것은 손 대표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바닥 민심이었던 지난 4·9 총선에서 그나마 81석을 확보한 것도 미흡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개월 간 당을 이끌었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역시 독배는 독배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아마 다시 외롭게 새로운 길을 가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한다”며 “하지만 나보다는 당을 생각하면서 일했고, 정통 야당에서 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헌신은 당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단 한 시간도 회의에 빠지지 않고 의사봉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체성 문제로 반발 일으켜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공천, 전대 대의원 배분 등 ‘계파별 지분 챙기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있었음은 물론, 본인 역시 탈(脫)계파를 주장했음에도 박상천 공동대표와 함게 ‘지분 나눠 먹기’의 공범으로 인식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았다. 또한, 당내 교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처리, 조기 국회 등원 등을 주장하는 바람에 몇몇 의원들로부터 당 정체성을 훼손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이 한창일 때, 문학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행보에 대해 혼선의 리더십이라며 비판한 적이 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문학진 의원은 지난달 8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지켜야 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또 그 가치를 바탕으로 해서 일관된 주장과 행동을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쇠고기 문제로 국민이 분노하고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다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7대 임기 내에 한미 FTA 처리 못해 유감’, ‘FTA 비준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손 대표는 지난달 24일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의 신임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당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던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을 비롯해, 강윤구 복지사회정책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을 노골적으로 칭찬하는 바람에 ‘이명박 정권 2중대론’으로 내몰려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선진평화연대’ 지지기반 확산 나설 듯 그러나 이날 오후 같은 당 김현 부대변인은 ‘정 내정자의 임명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논문 중복 게재, 논문 표절로 공직에서 중도 하차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이번에도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정 수석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해 손 대표를 곤경 속으로 빠뜨리기도 했다.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자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인사차 찾아온 손님과의 자리라 덕담을 건넨 것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손 대표의 당 정체성을 놓고 다시 한 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차기 대권을 열망하고 있는 손 대표 입장에서는 당을 이끌어가는 과정이나 이번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정체성이 부족하고 무원칙하며 우왕좌왕하는 당무 운영으로 인해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당이 화학적 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구조적이고 과도기적인 문제였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손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냉정하게 말해 구 민주계가 살아남기 위해 버티면서 지분 챙기기 논란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공을 박상천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구 민주계로 돌리면서 “다만 손 대표 역시 14년 간 몸담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손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내공을 쌓는 와신상담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비롯하여 대중적 지지조직인 ‘선진평화연대’를 근거지로 해 정책역량 제고와 지지기반 확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촛불정국이 끝나지 않았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측근의 설명처럼 손 대표가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지 않고 당분간 쇠고기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어떤 형태가 됐든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여의도 현실 정치에 닿은 끈을 놓지는 않는 모양새을 보임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의 시계가 2012년 대선에 맞춰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돼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손 대표가 3일 향후 진로에 대한 질문에 “불쏘시개라는 게 뭔가. 다 태우고 나니까 남은 게 없다”며 “불쏘시개도 안 되는 재가 우리 사회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자기모색을 하고 수련을 하겠다”고 강조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