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근 서민들이 꼭 한 번씩 던지는 하소연이다. 올 초 금융시장이 위기를 겪고 나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현재 물가와 경제까지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동안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급등해 대출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시중은행들이 무분별하게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해 주택담보대출금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바 있다. 당시 대출자들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놓고 속앓이를 해왔다. 은행권의 장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단기간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기 때문. 이후 잠시 주춤하던 CD 금리가 최근 또 다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순보다 다른 게 있다면, 서민물가가 더욱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주택담보 대출자들만 2중고를 겪는 셈이다. ■ 주택대출 금리 ‘꿈틀’… 대출자들 한숨 지난해 3억 원을 대출받아, 2억 원은 내 집 마련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1억 원은 주식과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직장인 김희석(35) 씨. 그는 요즘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대출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이자 해결은 물론 목돈까지 마련할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대출금액이 지금은 족쇄로 변했기 때문. 또,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대출금리에다, 최근의 증시 하락에 펀드마저 -30%를 기록하고 있다. 김 씨는 “매달 나오는 월급으로 대출이자를 갚기 힘들어 펀드를 해지할까 했는데, 3000만 원 넘게 손해 본 걸 생각하니 도저히 해지할 자신이 없다”며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동형 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상승할 경우 곧바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최근 김희석 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서민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말 그대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7월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에 비해 0.06~0.11%포인트 상승했다. 또, 이날 현재 CD 금리는 5.53%로 전일에 비해 0.01%포인트 올랐다. CD 금리는 이달 들어서만 무려 0.16%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날 현재 6.82~7.52%로 지난주에 비해 0.11%포인트나 올랐다. 우리은행도 지난주에 비해 0.1%포인트 오른 6.39~7.69%, 신한은행은 0.09%포인트 상승한 6.48~7.78%를 나타냈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0.06%포인트 상승, 6.20~7.70%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주일 단위로 주택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국민은행은 CD 금리 상승과 함께 이달 21일에서 25일 사이 변동형 주택대출금리를 최소 0.08%포인트 이상 상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 역시 최고 금리를 기준으로 각각 7.7%, 7.8%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100만 원이나 늘어난다. 여기에, 앞으로도 CD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변동형 주택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는 만큼 CD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CD 금리가 오르는 것은 정책금리 인상 전망을 미리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CD 금리는 5.8%선 이상으로 상승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중 정책금리를 두 번 가량 올리면 CD 금리가 5.8%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대출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이렇게 하라 우선, 대출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본인의 현재 대출금리가 얼마이고 어떤 우대금리를 적용받고 있는지 확인한다. 대부분의 은행은 △주거래 고객 △해당 은행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많은 고객 △인터넷 뱅킹 이용자 △공과금 자동이체 고객 △신용카드 및 예적금 상품 신규 가입자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 고객 등에게 항목당 0.1∼0.3%포인트의 금리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규 대출 약정을 맺을 때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해당하는 우대 항목을 적용해 금리 수준을 결정하지만, 돈을 빌린 다음이라도 영업점에 금리할인 요청을 할 수 있다. 모든 고객의 금리할인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은행과 꾸준히 거래한 주거래 고객이라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은행의 한 PB센터 팀장은 “가까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현재의 금리 조건에서 우대 항목을 추가해 다시 약정할 수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대출 문의를 할 때는 점심시간처럼 붐비는 시간을 피하고 물어볼 것을 꼼꼼하게 메모한 뒤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금융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10년 전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는 변동형 상품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과 같은 고금리 추세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각 은행이 내놓는 금리상한 대출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리상한 대출 상품은 일정한 수수료를 내면 시중 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고, 금리가 내려갈 땐 대출금리도 따라 내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국민은행의 ‘KB 유비무환 모기지론’, 우리은행의 ‘금리안심파워론’,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이 이러한 상품들이다. 하지만, 이런 상품을 고를 때는 수수료를 잘 따져봐야 한다. 대출 상환기간 중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수수료율 이상으로 크게 오르면 유리하지만, 금리 상승폭이 수수료율에 못 미치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장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좀 더 싼 금리로 우대해주는 대출상품으로 성급히 갈아타는 것도 금물이다. 국민은행의 한 재테크팀장은 “대출을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에 따른 수수료, 신규 대출에 따른 인지대, 담보 조사 수수료를 내야 한다”며 “이러한 수수료를 감안해도 갈아타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본 뒤 상품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