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서울 장안에 촛불이 밝혀진데 이어, 이 촛불이 이제는 다시 일본의 독도 영토주장으로 옮겨지면서 그 동안 막다른 길로 치닫던 보수와 진보가 모처럼 하나의 촛불을 켜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독도 망언으로 이 대통령은 좌와 우를 함께 어우르면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번에 한나라당 홍일점으로 최고위원에 오른 박순자 의원과의 대담을 통해 “위기는 곧 기회이다”라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 일본의 역사는 백제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과 일본은 같은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 일제침략 등 양국 사이에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뀐 이명박 정부 들어 셔틀 외교라는 핫라인까지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김원섭 편집인) 독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정쟁을 감수해서라도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고, 우리의 영토는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해요.(박순자 최고위원) ■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식 대응과 이명박 대통령식 방식이 다를텐데요. 국가 지도자라면 좌측 성향이든 우측 성향이든 국가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죠. 현안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테크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애국심은 같다고 봅니다.
■ 18대 국회가 열린 이상 일본 사회 교과서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대응도 있어야 합니다. 그냥 결의안만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쐐기를 박을 수 있는 모종의 단안이 있어야겠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잖아요. 중요한 외교문제인 만큼 면밀히 조사를 한 다음에 명확한 대안을 가지고 처리를 할 생각입니다. ■ 중국에서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것처럼, 우리도 이 같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먼저, 정부에서 영유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죠. 주민들이 편히 생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자연 체험장 등 학습시설도 필요합니다. 국회에서도 독도에 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 할당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일 관계가 공전하는 이유는 일본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태준 전 의원이나 김종필 총재 같은 분이 나서서 가교역할을 하면 어떨까요?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북한에 특사가 아닌 친교로서 국익에 도움되는 활동을 많이 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을 잘 아는 사람이 꼭 특사자격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본의 정계·재계 핵심 인사들을 친교형식으로 만나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지적하셨듯, 박태준 전 의원처럼 재계에 발이 넓은 분들은 일본 재계 인사를 만나고, 김종필 전 총재와 같은 정치인들은 정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죠.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서 민간외교를 활성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특사라는 공식적인 형식을 갖춘 방문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거든요. 하지만, 글로벌 시대 속에서 미래 세대가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국가관과 국토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 지금 촛불집회에서도 보듯이, 젊은 층은 한나라당에 대해 아직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여당인 이상, 민생에 가까운 선진정치 시대를 열려면, 우리 당부터 사회 기득권층이나 특권층에 의한 정치가 아닌, 젊은 세대에 의한 정치문화를 열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20대의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도 한나라당에 들어가면 미래에 대한 꿈을 개척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열린 정당문화를 개척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을 통한 정치 속에서 나라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외연도 넓히고 다양한 목소리와 인재를 수용하는 등 좀 더 적극성과 역동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은 보수만을 위한 보수가 아닌, 고쳐 가는 보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한나라당은 거리가 좀 멀다는 느낌인데요. 제가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때 앨빈 토플러 미래학자 내외가 당시 이기범 산자부 장관의 초청으로 국가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특강을 하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특강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21세기 속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어떤 발전 전략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더니 “통합적인 정치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대답했어요. 당시 앨빈 토플러가 우리의 정치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앨빈 토플러의 전망대로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역과 계파·성별 모든 것들을 초월해서 21세기라는 큰 길로 더불어 나아가야 하잖아요. 저는 진보세력에 대해 진보라는 우아하고 세련된 단어보다는 좌파라는 확실한 용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자꾸 보수 대 진보라는 표현을 쓰다 보니, 보수는 영원한 올드, 즉 과거를 지향하는 것처럼 인식되죠. 진보라 하면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듯이 보이는데, 엄밀히 좌파와 보수이죠. ■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든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첫 대화가 언제 성사되리라고 보십니까?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습니다. 바로 남북관계가 수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대통령께서 대북정책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잘 융합되면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임기 내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성사될 것으로 봤지만,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첫 만남이 무산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지금 남북문제는 북핵이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상회담은 곧 성사되리라고 봅니다. ■ 경제 문제로 넘어가지요.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입니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많이 어렵잖아요. 우리나라 경제도 홀로 좋아질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 지도자가 고유가·고원자재가·고환율로 규정되는 세계 경제의 흐름까지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을 유임시킨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른 사람이 맡는다고 반드시 나아지리라는 법은 없지만, 민심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경제팀을 교체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 여겨지거든요. 고물가 등 경제가 안착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어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기 때문에, 비상시국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노력이 중요하죠. 경제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제 위기도 대통령 혼자 해결할 수는 없고, 국민 모두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 강만수 장관은 김영삼 정권 때 강경식 부총리 밑에서 일을 한 분입니다. 그때 환란이 왔지요. 그래서 강 장관이 지금의 환율전쟁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 탄생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 있게 일하려 하고 있습니다. 강만수 장관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다만, 강 장관이 책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고환율일 때에는 우리가 747 공약이라는 선성장 기조를 주장하면서 고환율 정책을 썼으나, 물가가 안정되지 않았을 때에는 ‘선안정 후성장’으로 빨리 기조를 바꿔야 하는데, 강 장관이 고환율 정책을 주장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 이번에 3차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대체 에너지 확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민은 여전히 원전 설립에 반대하고 있거든요. 산자위원으로 있으면서 에너지의 중요성을 절감했지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기후 변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리우 환경협약에서 얘기했듯이, 전세계가 환경을 빼 놓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회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도 화두는 기후 변화이더라구요. 세계가 점차 산업화·첨단화되는 동안 지구의 형태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친환경적 노력을 해야 해요. 석유 비축 등 에너지 비축도 중요하나, 자연 그대로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도 에너지 비축이죠. ■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600조 원에 달합니다. 경제는 어려운데 이 돈은 쓸 곳을 찾지 못해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 유동성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석유회사의 지분을 사서 중동을 개발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 대통령께서 G8 정상회담을 다녀온 다음날 제가 청와대에 다녀왔거든요. 그때 이 대통령께서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더라”고 한탄하시더군요. 우리가 그 동안 석유를 찾기 위한 작업은 많이 했잖아요. 저는 독도에 개발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봅니다. ■ 그렇다면, 독도에 석유 및 천연 가스 등의 부존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일본이 독도를 탐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군요. 고체 메탄 가스, 해양 심층수 등 옛날부터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고 봅니다. ■ 만약 석유가 나오면, 우리도 이제 석유 생산국이 되겠군요. 어쨌든, 이제 경제 CEO를 외치는 이 대통령이 경제 난국을 풀어야 합니다. 국익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하기 좋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쌓아 놓은 돈이 풀리는 것이지, 국가에 애국하는 차원에서 내놓으라고 하면 안 내놓겠죠. 이 대통령은 서민경제가 바닥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통령의 탄생 동기가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국민의 믿음 때문임을 잘 알기 때문에, 조금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죠. 그러다 보니, 취임 이후 제일 먼저 나온 그림이 전경련 등 경제5단체장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국밥집 아줌마나 욕쟁이 아줌마와 만나는 그림이 먼저 나왔으면 경제가 조금 망가져도 이렇게까지 욕을 먹진 않았겠죠. 또, 베트남이나 인도 등 경제성장 국가에 가서 우리 기업들을 위해 수출 상담을 하는 그림이 먼저 나왔으면 공격이 덜했을 텐데, 덜컥 부시를 먼저 만난 거예요. 이렇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 “우리 정서를 모르는 것 아니냐” “서민경제보다 있는 사람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왜곡된 보도, 왜곡된 시각이 생겨났다고 봅니다. ■ 결국,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친 셈 아닙니까? 그래서 이 대통령이 “경제와 행정은 알았어도 정치는 몰랐다”고 한 것이 정치의 테크닉 부재에서 온 한탄이죠. 그 전략 전술을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야당 아닙니까? 민주당은 그것을 잘하거든요. 우리와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그걸 잘 못해요. ■ 인터넷이 발달해 촛불시위가 퍼졌는데, 인터넷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우리가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했는데요. 많은 국민이 20대도 취직이 안 되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니까, 386 세대와 기타 치며 눈물 흘리던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해 봐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희망이 없으니까, 먹고 살게 해주리라는 희망 하나만 가지고 이 대통령을 뽑은 것이죠. 우리가 차떼기 정당 이미지를 벗고 깨끗한 정당,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려 해도 준비가 소홀했던 것 같아요. ■ 그렇다면, 국정운영 중심세력의 역할분담은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지요. 정치는 야당이 조금 더 편해요. 견제하고 비판하면 그것이 더 힘있어 보이고 그럴듯해 보이고 공감도 이끌어 내지만, 여당은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끝없는 책임이에요. 한나라당의 책임이 그만큼 크므로 당정청의 네트워킹이 잘 돼야 하고, 정례화가 아니라 수시로 해야죠. 당장 금강산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문제가 됐듯이, 정례회의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수시로 전화통화나 회동 등 다양한 채널로 논의할 수 있는 당정청 핫 라인이 중요합니다. 가장 민심을 잘 아는 것이 국회의원입니다. 의원이 지역구를 관리하고, 지역구가 곧 국민이거든요. 그리고 온라인·오프라인에 있어서도 사실 한나라당은 이벤트가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개척할 수 있게 해주어야죠. 그러니까, 정치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려줘야 합니다. ■ 이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공기업 개혁이 발목 잡혔다는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공기업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데, 개혁은 필수입니다. 공기업 민영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가장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것이 한전·가스공사·수자원공사 등이거든요. 1200만의 인구가 사는 경기도의 규제 완화가 시급합니다. 그 많은 인구가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차상위 계층이 더 내려 앉았다는 것은 150만 원 미만의 일자리가 60%가 된다는 뜻 아닙니까? 그래서 수도권 규제를 해제하고 공장총량제를 해제해야 합니다. 또, 인도나 베트남으로 떠나간 중소기업들이 돌아와야 합니다. 50명 규모의 기업이라도 지역에 있을 때에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는 것이고, 미래가 담보되는 것이고, 지역경제가 굴러가는 것이거든요. 반월공단에 8000개가 넘는 기업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고, 1000평 규모의 공장이라면 500평 정도만 사용하고 있어요. 기업하기 편하도록 규제를 완화시켜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