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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정부…공공요금 무더기 인상

공공요금 오르면 물가상승 6%선 돌파
‘2차 인플레이션’ 차단 위해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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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78호 김대희⁄ 2008.08.05 18:40:48

한국 경제 전반이 위기 국면에 몰려 서민 가계가 이를 감내하기도 벅찬 가운데 공공요금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현재 서민 경제는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지출만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체감 실물경제 온도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물가안정’과 ‘민생안정’에 맞추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지키지도 못할 허풍으로 돼가고 있다. 여기에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한 힘으로 끌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그 동안 인상을 억제해온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중앙 공공요금 인상 방침은 지방 공공요금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된 가운데, 버스와 택시 요금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이렇게 공공요금이 오를 경우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6%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시됐다. 반면, 고유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에너지 소비 증가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최종 에너지 수요는 전년대비 1.6% 늘어난 1억 8,440만TOE(1 TOE:원유 1t 연소시 나오는 에너지 양)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최종에너지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어난 5,070만TOE였다. ■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줄폭탄… 서민 경제 직격탄으로 작용 정부는 7월 2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 선에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이 그 뒤 내놓은 전망치 5.2%보다 크게 낮은 전망으로, 정부가 하반기에는 그만큼 물가안정에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낮추기로 나타났다. 외환 딜러들은 정부가 6월 이후 외환시장에서 150억 달러 안팎의 달러를 내다판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한때 1,050원에서 7월 11일 1,002.3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최근 정부 개입이 주춤하자 조금씩 다시 올라 7월 21일에는 1,018원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외환시장 움직임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환율을 떨어뜨려 물가를 잡겠다는 시도가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방법임을 보여줄 뿐이라는 말이다. 최근 정부가 중앙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기로 한 것은 ‘물가안정’에 정책목표를 맞추겠다는 방침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정부는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을 하반기에 25% 가량 올리기로 했다. 도시가스는 소비자물가지수 총가중치 1,000 가운데 16.1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25%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포인트나 끌어올린다. 전기요금도 5%를 올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추가 상승한다. 중앙 공공요금 인상 방침이 발표되자, 지방의 택시·버스 요금도 들썩거리고 있다. 지방 공공요금 인상 억제선이 무너지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가급적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겠다던 중앙정부가 가스·전기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자체들의 입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우유업계도 여론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15~20% 정도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판매되는 주요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3월 이후 최고 14.5% 오르는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더욱이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이어 지역난방 요금과 연탄값도 오를 전망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 답변에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증가하는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은 일정 수준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며 공공요금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다만 자원 배분의 왜곡이 심한 산업용(요금)부터 현실화하고, 주택용은 단계적 인상 등을 통해 서민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크지 않은 철도와 상수도·고속도로 통행료는 하반기에 동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7월 초 한국은행은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5.2%, 연간으로는 4.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기와 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을 전제로 한 전망치다. 따라서 가정용 도시가스 및 전기요금 인상에다 산업용 가스·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5.2%보다 높아져 상승률이 6%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5%대에 이르러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7.5% 이후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올해 물가는 4% 중반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최고 5%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KBS 제1라디오 집중기획 ‘한국 경제 활로를 찾아라’에 출연해 “현재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에 기조를 두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8%, 작년 동기 대비로는 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1% 감소해 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 당정 전기·가스 요금 등 인상폭 놓고 갈등 정부가 예정대로 전기와 가스 요금을 인상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물가관리 목표치인 4.5%를 훌쩍 넘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가스 요금을 한 자릿수로 낮추는 등 인상폭과 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정협의를 통해 재조정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정부는 도시가스 도매요금에 대해 가정용 30%, 산업용 50% 인상을 추진하고, 전기 요금도 가정용 2%, 산업용은 5% 올릴 방침이다. 지식경제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 전기 요금의 경우 오는 8월과 10월에 8∼9%, 가정용은 1∼2% 등 평균 5% 올리고, 가스 요금은 8월·9월·11월에 산업용 및 가정용 도매요금을 각각 50%, 30% 인상키로 했다. 이 경우 연간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공공요금을 안 올리는 것이 맞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박순자 의원은 국회 현안질의에서 “가스 요금의 인상폭을 재조정하고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에서 “가정용 가스 요금 인상폭을 최대한 한 자릿수 내로 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수석정조위원도 “가스 요금은 10% 미만으로 인상하도록 당정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회 현안 질의에서 “전기나 가스 요금의 경우 일정 수준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며 인상론을 고집하고 있어 난항을 겪을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 당정의 입장이 달라 전기·가스 요금에 대한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당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을 당초 계획했던 수준보다 낮추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고, 올해 못 올리면 내년에 올려야 한다”며 “다만 폭·인상시기 등은 아직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공공요금은 경제주체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1차적인 물가 상승 요일 뿐만 아니라 2~3차 제품의 원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며 “공공요금 관리 실패는 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유가시대 불구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 사상 초유의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올 들어 ‘에너지 낭비’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 수요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최종 에너지 수요는 전년 대비 1.6% 늘어난 1억8,440만TOE(1TOE:원유 1t 연소시 나오는 에너지 양)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최종 에너지 수요는 5070만TOE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났다. 최종에너지 수요는 크게 산업용(57.6%), 가정·상업용(22.0%), 수송용(20.4%)으로 나뉜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가정·상업용 에너지 수요가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가정·상업용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9.6%나 늘어났다. 연간으로는 4.4%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분기에는 난방용 수요가 늘어 가정·상업용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가정·상업용 에너지 수요 비중은 지난해 22.0%에서 올해 22.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체 에너지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에너지 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억640만TOE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율은 가정·상업용(4.4%)보다 높지 않지만, 실제 증가량은 가정 상업용보다 10만TOE 더 크다. 수송용 에너지 수요만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피부로 느끼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수송용 수요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860만TOE를 기록했다. 연간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을 지난해보다 하루 약 10만 배럴 줄어든 89만 배럴로 전망했다. 선진국의 석유 소비는 감소하고 개도국의 소비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막으려면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해야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방침에 대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의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조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으로 진행되는 ‘2차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물가가 더욱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에너지 특별소비세 한시적 감면, 공공요금 인상시기 연기 등 하반기 공공요금의 인상효과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상품 유통구조를 개선해 물가 상승을 막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급충격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기업에서는 비용인상 부문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고통 분담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불안으로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2.8%(전년 동기 대비)였던 기대 인플레이션은 올 1분기에는 3.4%까지 상승했다. 연구소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4%가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락하던 환율이 상승하는 기조로 바뀌면서 상승률이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면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시 부담이 커진다며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낮춘다면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에 따른 생산 감소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긴축통화정책과 같은 갑작스런 정책 변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시행한다면 그에 따른 실업증가·생산감소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민우 연구원은 “물가급등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물가상승을 가속화하는 ‘2차 인플레이션’의 진행 경로를 차단하려면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고착화한 뒤 이를 낮추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면 실업 증가·생산 감소 등의 희생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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