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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才짱’이혜승의 이색변신

뮤지컬 여배우에서 증권방송 아나운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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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0호 이우인⁄ 2008.08.19 16:22:40

올 7월, 아나운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라이브 증권 방송 OPO TV’ 이혜승 아나운서(26). 아나운서 생활한 지 한 달 남짓인 그녀에게 ‘아나운서’라는 호칭은 아직 어색할 것만 같다. 하지만, 첫인상에서 아나운서 특유의 깔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지원자 1,300명 중에 단 5명만이 뽑혔죠. 그 중에 저도 있었구요.” ‘88만원 세대’ ‘청년실업’ ‘장미족’ 등의 용어가 상징하는 20대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아나운서 직업은 ‘아나테이너’의 전성시대를 낳으며 청춘들에게 꿈같은 직업으로 다가온다. 이런 ‘낙타 바늘구멍’에서, 준비기간도 짧고 다른 지원자들처럼 경력도 없는데 운으로 선택받은 것 같다며 그녀는 겸손을 보인다. 질문을 던지면 곧바로 대답하는 가벼운 모습은 이 ‘신참’ 아나운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그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다. 농담을 건넬 때도 아나운서 신분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처럼 신중하고 어른스러운 그녀지만, 26년을 사는 동안 크게 두 번 진로를 바꿨다. 한때, 이화여대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꿈꿨으며, 대학시절 영화와 뮤지컬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삶에도 도전했다. 그리고 졸업 후 선택한 아나운서의 길. 이 길지 않은 역정에서 그가 선택한 길에는 공통점도 없고 목표와 기준마저 산만해 보인다. “어찌 보면, 방황이었죠. 당시에는 뭔가를 표현하지 않으면 힘들었어요. 남들 앞에 나와 그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 그저 좋았어요.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요. 특히,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끊임없이 도전을 하고 싶었구요.” 아나운서 직업에 푹 빠져 있다는 그녀는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사람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봐요.” 이제야 그녀가 평생 안주할 직업을 찾았나 싶었다. 하지만, 이혜승 아나운서는 지금의 길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찬 각오를 내비쳤다. 일이 끝나고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 “가서 공부해야죠”라며 단호히 말한다. 그녀의 얼굴에서 피곤함은 찾을 수 없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한발 나아간다는 낙천적인 의기로 가득했다. 2008년 8월 9일 토요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 방금 방송을 마치고 달려온 그녀의 얼굴은 복숭아빛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먼저, 연기자의 길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표현 욕구가 강했나 봐요.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하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일이 인간에게 최고로 쾌락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저 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워했죠. 연기보다 노래와 춤을 주(主)로 생각하다, 21살 무렵에 처음 배우 일을 시작했구요.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 서울 뮤지컬 컴퍼니에서 <팔도강산>이라는 창작 뮤지컬에 출연했습니다. 서울을 비롯하여 7개 도시를 돌면서 61회 공연을 했죠. 저는 백일섭·전원주·여운계 선생님의 손녀로 출연했습니다. 초등학생 역부터 1인 5역을 소화했어요. 영화는 ‘작은별영화사’의 <에덴의 찬가>라는 작품이었는데, 메이저 영화는 아니고 개봉도 못 했어요. 의사 역으로 출연했는데, 외과과장 역이 이순재 선생님이었어요. 연기를 얼마나 했나? 3년 정도 했어요. 학교를 5년이나 다녔지만, 연기를 하기 위해 휴학한 적은 없어요. 방학을 이용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죠. 방학 때 무대에 서고, 그때 받은 출연료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내곤 했죠. 연기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 컸을 텐데…. 젊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이든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3년의 연기 경험이 지금 방송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구요. 무대에 오를 때 떨리지 않았나? 그 느낌 때문에 하는 거예요. 막이 오르기 직전과 막이 서서히 오를 때의 그 짜릿함과 떨림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방송 일도 똑같아요. 무대가 스튜디오로 바뀐 셈이죠. 추억도 많았을 텐데…. 한번은 부산 공연을 가는데 눈이 왔어요. 그날 내린 눈이 101년 만의 폭설이라더군요. 해운대가 보이는 호텔에 숙소를 잡았는데, 겨울 바닷가에 30cm나 쌓인 눈이 하얗게 깔렸어요. 눈 위에서 뒹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범대학에 잘 다니다가 갑자기 배우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만류는 없었나? “졸업할 때가 되면 임용고시 봐서 선생님이 되겠지” 하는 눈으로 저를 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열심히 해봐라. 너처럼 코믹하게 춤추고 코믹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구요. 부모님은 관망하는 편이었죠. 저를 믿어주셨어요. 연기를 한다고 휴학하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등록금까지 벌어 왔으니, 대견해하셨죠(웃음). 특기가 발레인데, 어릴 때부터 했나? 초등학생 때 시작해 중·고등학생 때 공부하면서 틈틈이 하고, 대학 시절에는 정말 푹 빠졌어요. 무용과 교수님을 졸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전공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어요. 왜 하필 발레를 시작했나? 저는 운동광이에요. 어릴 때는 농구·수영 등 다양하게 배웠죠. 근데, 가장 운동량이 많은 운동이 발레였어요. 발레는 잔근육을 발달시켜 몸매를 가꿔줘요. 가볍게 보이는 동작이지만, 땀이 비오듯하죠. 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실력이 조금씩 늘어요. 자신을 괴롭히면서 즐겁다고 할까요(웃음). 발레 말고, 탭 댄스도 배웠어요. 춤이 아니라 타악기라 생각하고 배웠지만요. 탭 댄스의 소리는 신기하면서 정직해요. 마룻바닥에 구두의 쇠를 마찰시켜 마룻바닥의 공명도 느끼면서 소리를 다양하게 낼 수 있어요. ‘증권방송 아나운서’ 하면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제가 하는 일은 생방송으로 증권을 방송하는 일인데, 아나운서보다는 앵커나 MC에 가까워요. 뉴스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인 투자자인 시청자와 함께 하는 일입니다. 때문에, 그 분들의 마음을 때론 다독이고 용기를 줘야 하죠. 요즘은 감성적인 작업 없는 방송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아나운싱을 잘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안 되죠. 교사가 되겠다고 사범대에 입학해, 연기 활동을 하고, 지금은 아나운서의 길을 걷고 있다. 아나운서를 직업으로 선택하기까지 여정이 궁금하다. ‘아나테이너’ 시대가 왔다는 사실이 진로 선택의 가장 큰 계기였어요. 아버지가 한국은행에 재직하셔서 금융 쪽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증권방송과 칼라가 맞았어요. 솔직히, 준비기간도 짧고 경력도 없어 한 번에 합격할 줄은 몰랐거든요. 면접 날, 대기시간에 20분 정도 연습할 시간을 주는데, 다른 지원자들은 경력도 많고 다들 잘하는 게 느껴졌어요. 주눅이 들어 대기실을 나와 화장실에서 정말 방송하듯이 편안하게 연습했죠. 실기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데, 면접하는 분이 “아까 화장실에서 들으니, 이혜승 씨는 정말 열심히 할 사람이다”라면서 높은 점수를 주더군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 입사 당시) 면접 때 주로 어떤 것을 물어보나? 전문적인 부분보다 평소 얼마나 세상에 관심을 갖고 사는지를 묻더군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송이라 서브 아나운서와 메인 앵커의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인성적인 부분도 많이 필요하구요. 제 전공이 과학교육인데, 주식시장을 다루는 방송이다 보니, 이공계 출신 아나운서를 선호했어요. 리얼타임으로 노트북을 켜놓고 방송을 하는데, 실시간으로 뜨는 주식시황의 차트·그래프·추세선 등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한국은행 출신인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했는데, 금융 전문인인 부친의 도움을 받고 있는가? “요즘은 어떤 직장에서든 캐릭터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이다. 방송인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은 많이 있다. 그 중 첫째로 열심히 하는 사람과 둘째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둘째로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성실하다’는 말을 붙여줄 리 없다. 어느 집단에 가든 가장 성실한 사람이 되어라.” 이런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정말 성실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증권방송에 들어온 뒤에는 아버지가 제 방송 모니터도 해주시고, 관련 전문 서적도 직접 골라주셔요. 증권방송 아나운서가 다른 아나운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라는 작품에 연극배우로 나오는 리나의 대사 가운데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데, 내 연기가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 때의 느낌을 아는가”라는 대사가 나오죠. 경제 아나운서가 꼭 그런 느낌이에요. 원고를 보며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읽을 때의 느낌 말이죠.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언지, 왜 이런 투자전략이 나왔는지, 왜 이런 분석이 나왔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등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관련 지식과 정보를 숙지해야만 시청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정말 많은 지식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따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있나? 변수가 워낙 많은데다, 증시상황·경제지표·정부정책 등등 공부할 게 광범위하고 산더미예요. 모든 게 다 업종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늘 경제신문 등의 전문매체도 살펴야 하구요. 경제 아나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나? 워렌 버핏은 순간의 경제지표를 보고 주식시장을 읽는다고 해요. 지식보다는 감각적인 센스가 있는 사람,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고 겸허하게 공부할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어야겠죠. 특히, 따로 공부할 것이 많아 아나운싱 시간을 많이 뺏기거든요. 이런 점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나테이너’에 관심 많아 도전했다고 했는데, 연예인으로 전향할 생각은 없나? 전혀 없습니다. 저는 가시적으로 보이는 엔터테이너보다 멘트에서 묻어나오는 편안함을 좋아합니다. 이금희 선배님을 동경하는데요, 그녀가 말하는 인생 이야기나 농담 등은 자연스럽게 삶에서 묻어나오거든요. 시청자와 함께 늙어가는, 상대방의 인생을 담아내는 포용력을 가진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의 일에 만족하는가? 지금은 방송 일이 죽을 만큼 행복합니다. 생방송이라서 일분일초가 굉장히 긴박해요. 오죽하면 점심시간에도 일을 할 정도죠. 하지만, 전혀 힘든 줄을 모르겠어요.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라이브 증권 방송 OPO TV의 앵커 이혜승입니다. OPO TV는 일반 투자자의 금융산업 지식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방송입니다. 현재 우리 자본시장은 세계 경쟁에서 뒤져 있고, 우리 금융산업은 역사가 깊지 않아 취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 지식과 정보가 편중돼 일반 투자자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투자자들께 금융 지식과 정보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앵커가 되겠습니다. OPOTV.COM에서 이혜승 앵커를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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