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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학교폭력

학교폭력 점차 집단화, 폭행·금품갈취에 성폭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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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박성훈⁄ 2008.11.25 12:06:45

급우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일주일 이상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부모의 용단으로 장기를 기증해 9명에게 새 생명을 준 청주 모 중학교 김모(14) 군이 11월 16일 `폭력없는 하늘로 올라갔다. 장기 기증으로 아름다운 나눔을 마친 뒤 짧은 생을 마감한 김 군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노제가 지난 11월 17일 오전 학교 교정에서 재학생과 부모·교사 등 500여 명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그의 담임을 맡았던 안명옥 교사는 “먼저 너를 떠나보내 안타깝다. 폭력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지내라”하고 위로하며 울먹였다. 병마로 고통받는 이에게 새 생명을 선사한 이는 김 군이지만, 그를 죽음으로 몬 것은 다름아닌 학교폭력이다. ■ 2007년 발생건수 37% 증가, 서울 강남지역 최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초·중·고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매년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단폭력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감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위에 제출된 교육과학기술부·시도교육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폭력이 갈수록 숫자가 늘고 집단화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6년 1.09명이었던 피해학생 1인당 가해학생 수가 지난해에는 1.36명으로 증가했다. 또, 3980건이었던 발생건수도 지난해에는 5449건으로 36.9%나 증가했다. 이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신체폭행이 2006년 65.8%, 2007년 66.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2006년 19.3%, 2007년 24.2%를 차지한 금품갈취였다. 학교별(2007년 가해학생 기준)로는 중학교가 7021명으로 전체 학교폭력의 62.3%를 차지했으며, 고등학교 3855명(34.2%), 초등학교 394명(3.5%) 순이었다. 또, 지난 11월 12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강남·남부·강동 지역의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강남교육청 관내 초·중학교 폭력 발생 건수는 77건으로, 서울시내 지역교육청 중 1위를 차지했다. 2번째는 45건을 기록한 남부교육청과 강동교육청이 차지했으며, 동작교육청이 4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남교육청은 지난해에도 95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해 최다건수를 기록했고, 2위와 3위 역시 남부와 강동교육청이 차지해, 서울의 중심 지역인 강남과 남부·강동 지역의 학교폭력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폭력 유형도 신체적인 폭행과 금품갈취·성폭력 등 다양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월드비전 강원지역 아동청소년권리센터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남순 교수가 춘천지역의 초·중·고생 906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의 권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춘천지역에서는 초·중·고생 10명 중 1명이 친구나 선배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 교내 운동부, 폭력의 온상 특히, 학교폭력이 만연돼 있는 곳은 교내 운동부. 중고등학교 운동선수 중 대다수가 선배나 코치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성희롱이나 강제추행 등 성폭력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 운동선수들이 교육권을 넘어 인권마처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개월 간 중고교 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 꼴로 신체나 언어 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사 대상자의 64%는 성희롱이나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당했고, 성폭행을 당한 경우도 12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다. 학교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아 운동 외엔 대안이 없는 이들 앞에 욕설과 폭행, 추행과 강간은 견뎌내야 할 사항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어릴 때부터 폭력을 경험한 학생 선수들이 나중엔 가해자가 되어 후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학교 측의 가해학생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일선 학교에서는 가해학생 처벌과 방지대책에 골몰하는 모습이나, 학교의 미온적인 처벌 양태로 학교폭력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학교 측에서 폭력을 방치·은폐해 문제의 심각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위 국감자료에 따르면,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학교의 조치는 교내봉사가 4283명(38.0%)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봉사(1991명, 17.7%), 서면사과(1478명, 13.1%), 특별교육(1129명, 10.0%) 등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출석정지 (716명, 6.3%), 퇴학처분(105명, 0.9%) 등 중징계를 받은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가해학생과 학부모가 징계처분을 거부하는 일이 빈번히 나타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에게 징계를 결정했으나, 학생과 학부모 등의 거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205건에 달했다. 징계 불이행 유형을 보면, 전학이 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각각 35건, 학교봉사 33건, 서면사과 14건, 출석정지 9건, 퇴학처분 5건, 협박금지 3건, 학급교체 1건 등이었다. 지난 10월 부산 모 학교에서 일어난 다음의 사건은 학교 측의 미온적 대응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고교생 30여 명이 후배들을 상대로 군고구마 장사를 시키고 수익을 뜯어내는 등 ‘앵벌이’를 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 사실을 눈치채고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 학부모들과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폭력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학교의 무사안일을 질타했다. ■ 일부 교육계, 대안학교 등 대책마련 분주 교육·시민단체 등에서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상설화하고 전문상담교사를 전체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 현장은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정부가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폭력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곳은 1만1600여 개 학교 중 660여 곳에 불과하다. 그래도 일부 교육계에서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으로 들린다. 충청북도 교육청은 내년 추경에서 관련 예산 60억 원 가량을 확보하고 폐교 중 한 곳을 학교부지로 선정한 후 2010년 3월 개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를 마련하는 곳은 울산에 이어 충북이 두 번째다. 도교육청은 이를 위해 내년 3월 1회 추경예산 편성 때 관련 예산 60억 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충북도 내 폐교 및 분교를 활용해 마련될 대안학교는 3∼12개월 인성교육을 한 뒤 일선 학교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대안학교는 폭력 가해 학생이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다. 대안학교는 학년당 20명씩 중학생 60명을 수용하고, 전문교사를 배치해 인성 프로그램을 집중 교육할 예정이다. 속초시 청소년지원센터에서는 지난 11월 17일 속초 양양 교육청에서 속초·고성·양양지역의 초·증·고 교사 59명이 참여한 가운데 1388교사지원단 발대식을 갖고 학교 내 위기 청소년을 발견, 상담가와 협력하여 위기 청소년 관리 등의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날 교사들은 선언문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찾아내 다양한 지원체계와 연계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착실히 수행해 청소년들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가장·학교·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도움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학교폭력 척결해 학생들 ‘배울 권리’ 보장해야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와 함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의정부 청소년센터는 11월 18일 ‘학교폭력 지원체계와 통합지원적 대응방안’ 심포지엄을 열고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복희 광운대 교수는 “학교폭력으로 검거되는 학생이 해마다 1만 명씩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경찰청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가해자가 2006년 1만1000명에서 지난해 2만1000명으로 늘었으며 올 8월 현재 1만8000명에 달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고 그 피해가 학업중단에서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사와 상담전담교사와 같은 전문 인력을 학교에 확대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용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과장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3분의 2는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며 “교사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비교적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과장은 또 “가해·피해학생 외에 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치료적 접근을 해야 한다”며 “폭력을 목격한 학생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등교거부 등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예방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교육청·청소년상담센터·원스톱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원계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문제가 인권문제로 비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선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자정운동을 다짐했고, 정부도 이런저런 정책 대안들을 내놓지만, 갈 길이 멀다. 학생들에게는 공부할 수 있는 권리, 폭력의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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