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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쓰레기 시멘트는 허가 받은 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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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4호 박성훈⁄ 2008.11.26 11:32:12

새로 건조한 아파트나 주택에 입주를 하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집증후군. 입주자들은 새 집에 이사를 했다는 설렘을 만끽하기도 전에 두통과 어지럼증·알레르기로 고통을 호소한다. 피부가 약한 유아에게는 호흡곤란과 아토피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일본은 1990년대부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온 새집증후군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신체가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이 병증은 벽지·페인트 등의 각종 건축자재가 내뿜는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독성 화학물질이 그 주범이다. 하지만 이 증상을 야기시키는 주요 건축자재는 바로 시멘트이다. 보통의 시멘트는 석회석과 철광석·규석·점토를 혼합해 구워 만든다. 하지만, 폐기물 재활용 차원에서 일부 산업·생활 폐기물을 원료로 혼입해 쓰던 게 그간 양회(시멘트) 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멘트가 각종 유해물질을 방출하는 쓰레기들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듣는 이를 경악케 만든다. 소각재·철강 슬래그(제련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가루)·폐세정액·중금속·반도체 공장과 염색공단의 슬러지(물 속 부유물이 침전한 진흙형태의 폐기물)·오니(汚泥)·폐타이어·폐고무·폐합성수지 등 그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것들은 모두 발암물질을 발생하는 악성 폐기물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원료와 연료 대체, 각종 첨가물 형태로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다. 각종 폐기물이 시멘트 제조에 첨가되기 시작된 시기는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쓰레기 재활용의 일환으로 폐타이어와 소각재·하수 슬러지 등을 시멘트 소성로에 이용하도록 허용하면서부터이다. 이후 10년 간 별다른 규제 없이 폐기물이 무분별하게 사용돼 왔다. 폐기물의 함유량도 다른 나라의 시멘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번 기사에서는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산 시멘트의 유해성과 국내 시멘트업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최병성 목사는 시멘트로 파생된 문제점을 가장 먼저 지적한 사람이다. 그는 시멘트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보를 블로그에 축적하고 있다. ‘쓰레기 시멘트’ 혹은 ‘발암 시멘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도 바로 최 목사이다. 그가 국내 ‘쓰레기 시멘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강원도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을 방문하면서부터이다. 목회와는 별도로 평소 사진 찍기를 즐기는 그는 공장 한편에 산더미같이 쌓인 각종 폐기물들을 보고 의구심을 갖게 된 뒤, 이 문제에 전격 투신한다. 이후 시멘트소성로 관리개선 민관협의회와 국회 국정감사 활동 등을 통해 시멘트 제조 과정의 개선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 ‘쓰레기 시멘트’에서 6가크롬·비소 등 발암물질 발견 최병성 목사는 “각종 쓰레기로 만든 국내 시멘트들은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덩어리”라고 말했다. 원료 대체로 쓰이는 쓰레기의 유해성분이 그대로 시멘트 안에 남기 때문이다. 최 목사가 제시한 원진노동환경연구소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가득한 반면, 중국산 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이 전혀 없다. 또, 중국산 시멘트에는 유해 중금속들도 자연 토양에 있는 정도의 미량이다. 문제는 원료로 쓰이는 폐기물이다. 최 목사는 “시멘트의 주 원료인 철광석과 점토 규석 대신 석탄회·폐주물사·슬러그·상하수 처리 오니·공장 오니·소각재 등 온갖 유해성 불연소 폐기물이 원료로 쓰여 크롬·납 등 발암물질이 그대로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는 70m의 소성로에서 1450도의 고온으로 원료들을 구워 만드는데,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와 폐고무를 같이 태워 온도를 높인다. 온도를 올리고 남은 타이어의 소각재는 소성로에 남아 있다가 원료에 혼입돼 시멘트가 된다. “소각재는 지정폐기물이에요. 중금속도 발암물질 덩어리인데, 시멘트 공장에서는 생활폐기물에 더해 더 위험한 산업폐기물이 다 들어가잖아요. 이를 두고 양회 업계에서는 ‘우리는 제2 부산물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작년 국립과학원의 자료에는, 모 시멘트 회사가 모 전자의 공장 오니를 원료로 만든 시멘트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530ppm이 넘게 검출됐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다른 시멘트의 비소 수치가 50~60ppm인 사실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폐부동액과 폐냉매는 응결지연제로 쓰인다. 소성로에서 쓰레기와 석회석을 굽는 작업이 끝나면 시멘트 덩어리인 클링커가 나온다. 이를 분쇄해야 시멘트가 되는 것. 여기서 시멘트의 응고를 방지하기 위해 응결지연제가 첨가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폐부동액과 폐냉매가 시멘트에 잔류하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환경부의 답변이 있었다. 최 목사는 폐기물들이 시멘트 공장에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기물 소각비용이 재활용 비용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폐기물 소각장에는 쓰레기 소각비용으로 40만 원을 줘야 하지만, 시멘트 공장에는 10만 원만 주면 돼요.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안전을 고려하겠어요. 다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폐기물을 시멘트 공장에 보내는 비용이 소각하는 비용과 같거나 쓰레기 처리 비용이 똑같아 재활용업체와 소각업체 간의 갈등이 없어요.”

■ 중금속 쓰레기도 수입한다 우리나라의 시멘트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폐기물이 다량 확보되지 않을 경우, 철슬래와 석탄재·폐타이어·폐고무 등을 일본에서 돈을 받고 수입하고 있다. 특히 폐타이어의 경우 시멘트 업체 간에 수급경쟁이 치열해져 2년 전부터 유가물로 바뀌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여러 시멘트 업체들이 쓰레기 처리비를 받으려고 폐기물들을 수입하고 있다. 폐기물 수입신고제를 통해 환경부에 신고만 하면 쉽게 폐기물을 들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쓰레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바다를 더럽히고, 공장 뒷산에 불법 야적해 침출수 오염을 시키는 등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폐타이어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괌 등지에서도 수입해서 쓰고 있다고 한다. 업체에서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폐타이어를 수입해서 쓰고 있는 이유는 “발열량이 좋아서”라고 한다. 최 목사는 “업체에서 타이어를 쓰는 이유는 발열량이 좋아 연료로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생고무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물질이 화합된 기름덩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어가 소각되면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엄청나게 발생한다”고 유해성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업체 간 거래에 문제가 생겨 중단됐지만 미국에서도 타이어를 들여왔었고, 두 달 전에는 괌에서도 폐타이어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다량의 염소가 함유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등 폐고무 등도 일본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철강 슬래그는 일본의 미쯔이 금속광산에서 톤당 처리비 2만 원씩을 받고 수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철강 슬래그는 철광석 대신 쓰이는 원료로, 크롬과 납 등 유해성 금속물질이 가득하다. 최 목사는 철광 슬래그를 반출한 미쯔이 금속광산에 대해 “일제시대 당시 우리 선조들이 강제 징용돼서 혹사당하고 집단 수장되는 등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곳이자, 카드뮴 중독 이타이이타이 병이 발생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석탄회를 수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일부 시멘트 업체는 석탄회도 미쯔이 광산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 들어가보면 폐기물 수출 재활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자료를 보면, 평성 19년(2007년)에 석탄회 수출대상국이 죄다 한국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경우는 전혀 없어요. 우리 시멘트 업계의 말대로 이게 좋은 원자재라면 다른 나라에서 왜 안 가져가겠어요? 돈까지 주고 가져가라는데….” 그는 지난 3월 5일 강원도 삼척항에서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회때문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항구에 비산재(공기 중에 날리는 석탄회)를 실은 배가 들어왔어요. 삼척항은 어민들과 시멘트 공장이 항구를 같이 쓰거든요. 어민들이 작업을 마치고 자장면을 먹는데, 석탄재가 날아와 음식에 온통 뒤덮인 거예요. 주민들에게 비산재가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죠.그래서, 어민은 물론 수역장까지 업체에 항의를 했지만, 업체에서는 상관없다는 듯 무시하는 태도였답니다.” ■ 경제성 없는 쓰레기 시멘트 “시멘트 업계의 최대 명분이 시멘트 공장에서 쓰레기를 시멘트제조에 재활용함으로써 1740억 원의 매립·소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요. 이게 100% 사실이라고 해도, 폐기물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의 경제적 효용을 무시한 것입니다.” 최병성 목사는 폐기물의 시멘트 원료 사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소각으로 발생하는 경제 효과만 못하다고 주장했다. 재활용의 경제성에 관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논문은 수원대 최모 교수의 ‘순환자원처리 방법에 따른 LCA 비교’이다. 논문에서는 시멘트 재활용으로 발생하는 절약효과가 1740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하는 열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있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논문에서는 쓰레기 소각은 소각으로 끝나는 것처럼 기술해 놨어요. 그리고 재활용으로 절약되는 처리비용이 1740억 원이라고 주장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국민들이 받은 피해에 비하면 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죠. 오히려 소각장에서 폐열을 환수하는 비용이 더 큽니다.” 최 목사는 “폐기물 소각장들은 쓰레기를 태우면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난방공사에 공급해서 수입을 얻고 있다. 전국 생활 쓰레기 소각장의 폐열수입을 합산해보니 300억 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폐기물 소각장의 폐열 수입도 확인해보니 에너지 환수 비용까지 1640억 원이 나왔다.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의 소각으로 총 194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다 가져가 현재 소각장은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최 목사는 “모든 쓰레기가 다 시멘트 공장으로 가니 산업폐기물 소각장은 텅 비어 있다. 두 군데를 가봤는데 소각장에 쓰레기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가동률이 50%도 안돼 문을 닫는 소각장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1640억 원의 에너지 환수가 안 되지만, 쓰레기가 소각장에서 처리가 된다면 더 많은 액수의 환수율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환경부·업계, 얼마나 얽혀 있길래…” 의원실도 혀 내둘러 최병성 목사는 폐기물의 시멘트 재활용을 허용한 10년 동안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 사이에 형성된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환경부의 마지막 국정감사 전날 박준선 의원실에서 전화가 왔어요. 환경부의 국장과 과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앞으로 잘하겠다’며 ‘시멘트 업계를 강하게 비난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도대체 환경부가 시멘트 업계와 얼마나 깊이 얽혀 있길래, 국회에서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개선한다는 명분을 달라는 것이냐’고 의아해 하더라고요. 유착이 깊숙이 자리잡은 것이죠.” 최 목사가 쓰레기 시멘트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뒤로 3년이 흐르면서 많은 굴곡이 있었다. ‘쓰레기 시멘트’라는 용어가 이슈화되면서, 시멘트 회사 사장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형사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사안이 심각한데 언론은 침묵하고, 시민단체는 무관심하고, 환경부도 묵인하고 있으니, 나더러 어쩌란 건지 모르겠어요.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제 역할은 끝났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정부 당국과 시멘트 업계예요. 내년 국정감사에 또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멘트에 대해 포기하는 것은 내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서 포기하고 싶어도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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