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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신병원 강제입원 실태 ‘불법감금’ 인권사각

정신보건법 24조, 보호자·의료인 합의하면 아무나 정신병원 입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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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6호 박성훈⁄ 2008.12.09 13:34:49

50대의 남성 김모 씨는 아내(전처)의 신고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김 씨는 산업재해로 받은 보험금을 전처와 자녀들을 위해 사용하고, 일부는 노후대책으로 월 연금으로 받게 만들었다. 전처는 김 씨가 후처와 이혼하도록 부추겼고, 둘의 이혼이 이루어지자 김 씨와 결혼한 뒤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김 씨는 후처의 도움으로 전처를 고소한 뒤 퇴원했다. 천안에 사는 40대의 남성 김모 씨는 재산문제와 관련해 재판을 진행하던 중 별안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전처가 재산을 노리고 시아버지와 공모해 그를 정신병원에 가두기로 한 것이다. 결국, 후처가 그를 퇴원시켰다. 여성 박모 씨는 부모에 의해 2006년 6월부터 4개월 이상 서울의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전날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고 한다. 인권위의 도움을 받아 퇴원하게 된 그는 다른 병원에서 ‘정상’ 진단을 받았다. 그는 종교와 재산을 놓고 부모와 갈등이 있었다. 가족들은 박 씨가 정신병원에 있는 동안 박 씨 소유의 빵집 명의를 그의 언니 명의로 옮겼다. 60세의 남성 이모 씨는 1982년도부터 24년 간 정신병자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그는 수용소에서 제공하는 약을 18년 동안 몰래 복용하지 않은 채 밭일 책임자로 일했다. 그러다, 1997년에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의해 퇴원명령을 받았으나, 병원에서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10년이 지난 2006년에 퇴원했다. 이 사례들은 정신병원 피해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대표 정백향,이하 ‘정피모’)에 제보된 정신병원 부당입원 사례이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정신병원 피해자 문제가 새로운 인권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정신병원은 정신적으로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사람들만이 가는 곳이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정신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상인도 어느 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국내 곳곳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의 유형도 다양하다. 가족 갈등과 종교적 갈등, 불륜·이혼·결혼반대, 알코올 중독 등의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재산을 탐내 가족을 강제 입원시키고 재산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정신분열 혹은 알코올의존증 등의 병명을 받아 입원한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던 정상인들은 퇴원 후에도 입원 당시를 떠올리며 공포 속에 살게 된다. ■ 정신병원 안팎에서 인권침해 극심 정피모에서 추산하고 있는 정신병원 피해자는 약 200명. 이 외에도 정신병원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의 수는 부지기수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정상인들은 극심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은 정신병원에 입원되는 과정에서 끈이나 포승줄로 포박되거나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듯이 병원으로 이송된다. 이송 과정에서 작은 저항에도 구타가 이뤄지기도 한다. 정신병원으로 이송된 정상인들은 폐쇄병동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신병원 수용시설은 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녀 욕실 사이에 변변한 칸막이도 없이 주름막이 쳐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속옷을 수용환자들끼리 돌려 입는 일도 허다하다. 이송된 환자들은 1~2개월 동안 관찰을 통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진단받는다. 정신병원에 71일 간 입원한 적이 있는 정피모 정백향 대표는 “입원된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폐쇄병동에 강제로 감금될 만큼 중증 정신질환에 걸렸다는데 의구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자신을 강제입원시킨 정신과 의사 한 사람에게 의존하고, 대부분 정도가 심하다거나 입원될 만한 정도의 질환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다. 환자들이 반발을 하면, 병원 측은 독한 약을 먹여서 약에 취하게 만들거나, 독방에 가두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병원의 통제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게다가, 한 번 정신병원에 입원당하면, 그 후의 사회적인 편견도 이들을 괴롭히는 요인으로 남게 된다. 정 대표는 “입원자를 마치 범죄인 보듯 하는 사회 분위기가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인의 일생에서 단 한 번의 강제입원일지라도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찍여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 정피모 “정신보건법 24조 폐지해야”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가능케 하고 있는 법적 근거는 바로 정신보건법 24조이다. 정피모는 정신보건법 24조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피모 정백향 대표는 “정신보건법 24조는 2인의 동의를 통해 입원이 결정되도록 하여 퇴원이 더 어려워지는 등 근본적으로 문제만 더 어렵게 만들어, 인권침해를 막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 발의로 지난 3월 21일 개정된 정신보건법 24조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관련한 조항으로,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을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개정 전의 법과 다른 점은 보호의무자의 수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강제입원 결정권이 여전히 보호의무자인 가족과 전문의에게 있다는 점이다. 보호의무자 2명이 동의하고 전문의가 합의만 하면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이 바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의사는 보호의무자의 동의 서류만 갖추면 정상인을 입원시켜도 법적 책임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법안이 명시하고 있는 보호의무자의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올케·외삼촌 등 친인척을 포함해 시설장 및 시설직원 등에 의해서도 강제 입원이 가능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에서 보고된 바 있다. ■ 후견인 제도·퇴원심사위원회 보완 등 시급 정피모는 정신보건법 24조의 남용 및 악용에 따른 특례법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피모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법에 의한 부당입원은 형법에 따라 감금죄에 해당한다. 법 24조에 제시된 보호의무자에 의한 부당입원에 대해 특례법을 설치하여, 가족에 의한 입원제도가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여지를 없애고,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쉽게 하자는 의견이다. 피해자에 대한 후견인 제도도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백향 대표는 “환자의 권익을 대신 보호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사·변호사 등 후견인 제도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후견인은 병원 내의 인권침해에 대응하고, 입원 후에도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대화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법조인과 의사만으로 이루어진 퇴원심사 심의위원회에 환자에 대해 객관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주변인물의 증언을 포함하는 방안도 법 24조를 악용하는 보호의무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정 대표는 “퇴원심사에서는 당사자가 보호의무자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 자체를 정신병으로 보기도 한다”며 “당사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퇴원심사시 퇴원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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