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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인화(미술평론가) 자연은 미술에서 변함없는 소재적 보고(保庫)로 뭇 화가들의 아낌을 받아 왔다. 특히 동양에서 그 점은 더 명료하다고 하겠는데, 동양의 회화에서 자연이 외면된 일은 거의 없다. 우리의 예 선인화가들은 자연미의 일원론자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화면을 통해 추구하는 자연은 다분히 관조적이며 심의(心意)에 닿아 오는 그런 자연이다. 수묵산수(水墨山水)의 발전은 요컨대 동양인들의 자연에 대한 변함없는 애착과 외경심에서 발원되어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자연에 대한 탐구적 열정은 화가 박남재(朴南在)의 작품세계에서도 예외적일 수 없다. 이 화가는 오랫동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왔다. 풍경화 영역에서 특유한 개성적 향취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자연이라는 소재적 대상세계에 기초하며 또한 거기에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예찬’이야말로 이 화가의 작품에서 최대명제가 되고 있다. 사계(四季)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산수 경관을 가진 이 땅이야말로 화가들에게 무궁무진한 소재를 제공하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源泉)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땅에서 태어난 화가는 당연히 축복받은 인간군(群)들이다. 그러므로 미술에서 자연주의라고 지칭되는 양식이 우리의 자연환경과 유대되어 발전해 왔음은 무시 못할 사실이다. 오늘날 산업공해 등으로 마구 훼손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상실감을 회화작품을 통해서나마 털어버리고 자연에 젖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박남재의 작품에서는 건강한 자연의 원초적 회복이 중심주제를 이룬다. 그의 자연은 일상적 시각으로 닿아 오는 자연 풍경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하여 자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동시에 자연의 외피(外皮)를 걸러내고 그 진수(眞髓)만을 포착해 나가려는 진지한 작업자세로 일관해 왔다. 묘사적인 자연주의 양식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극복, 탈피하려는 의지가 작용하면서 근작에서는 자기갱신의 변모가 한결 눈에 띈다.
예술의 생명은 그 영속성에 있기도 하지만, 양식의 되풀이는 장려할 바 못된다. 변모야말로 예술을 끊임없이 회생시키는 활력소이다. 박남재의 회화작품도 그와 같은 원칙에 바탕을 둔 자기갱신의 문턱에서 피안(彼岸)을 기웃거린다. 그가 고집하고 있는 자연소재의 영역에서 결코 일탈해본 적은 없지만, 새로운 방식의 기법적 모색에 대한 명징한 판단력이 서 있다. 다름 아닌 내면적 감성과의 결합을 통한 충족감의 획득이다.
화가 박남재를 단순히 풍경화가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일지 모른다. 사실 그는 풍경뿐만 아니라 정물이나 인물영역에서도 자유롭게 기량을 발휘해 온 편이다. 회화 입문의 수련기에 탄탄하게 다진 데생의 기본기가 근간이 되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는 몇 점의 기록화를 통해서도 괄목할 만한 묘사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그의 작품세계의 진면모는 자연소재의 작품으로 모아진다.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에서 겸재(謙齎)의 진경산수(眞景山水)에 이르는 조선조 풍경화 역사의 맥락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자연예찬’의 명제가 이 화가에게서 계승되고 있다. 자연의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이 화가의 풍경작품에서 가장 주된 구체적인 소재는 산(山)이며 산자(山資)라고 할 수 있다. 산자락을 윤곽적으로 떠올리며 때로는 구체성이 결여된 듯한 평면화된 현란한 단채면(單彩面)의 빈 공간은 그러나 무엇인가로 채워져 있다는 충족감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