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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송이진 리포터

“리포터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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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9호 이우인⁄ 2009.03.17 16:53:13

방송에서 정보를 맛깔나게 전달해주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때론 수난도 감수하는 등 프로그램의 감초 같은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리포터이다. 리포터를 우리말로 바꾸면 ‘기자’(記者)이다. 외국에서는 취재 담당자를 ‘리포터’(reporter), 편집 및 논평 담당자를 ‘에디터’(editor)라고 한다. 합쳐서 ‘저널리스트’(journalist)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리포터는 누구나 카메라 앞에 서면 될 수 있고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송 일로 인식되고 있다. 리포터들은 언뜻 보면 아나운서 같지만, 아나운서보다 격식ㆍ체면 등을 따지지 않고 표준어에도 아나운서처럼 구애받지 않는다. 이들의 사소한 실수에는 시청자도 너그럽다. 때론 연예인처럼 느껴질 만큼 비주얼이나 개성이 강한 리포터들도 있으나, 이들의 공통점은 나를 돋보이게 하기보다 상대를, 사물을, 그리고 자연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7년 동안 리포터로 살아오면서 리포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송이진(29)을 만나 그녀가 리포터로서 걸어온 길과 흥미진진한 리포터의 세계를 들어봤다. 2001년 방송에 입문한 송이진은 <출발 모닝와이드> <잘 먹고 잘 사는 법>(SBS), <생방송 세상의 아침>(KBS) 등 주요 교양 프로그램의 MC와 리포터로 활약해 왔으며, 지난 2월 케이블 TV ETN 채널의 데일리 연예 프로그램 의 새로운 MC로 발탁돼 개그맨 이종규와 더블 MC를 맡고 있다. ■ 우연히 시작한 리포터 일…“매력에 푹 빠져”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송이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 음악을 전공한 음대생 출신이다. 음대생이 리포터가 됐다니 의외다. 더욱이 목소리가 가장 큰 콤플렉스였던 그녀가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택했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지금은 얼굴은 몰라도 제 목소리를 듣고 알아보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단점이 장점이 된 셈이죠(웃음).” 방송은 타악을 전공하던 대학교 4학년 때인 2001년에 지인의 권유로 처음 시작했다. <뽀뽀뽀>(MBC)처럼 SBS에서 선보인 어린이 프로 <마법의 섬 띠또띠또>에서 송이진은 ‘뽀미 언니’같은 ‘띠또 언니’로 데뷔했다. 이후 그녀를 유심히 본 SBS 교양국에서 리포터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해 왔고, 재밌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는 리포팅(reporting)이 뭔지도 모르고 겁도 없이 했는데, 오히려 신선했나 봐요. 제가 호기심이 정말 많거든요. 아는 게 없으니깐 궁금한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짜여진 리포팅이 아니라, 제 나름대로 자꾸 새로운 것을 질문하고 리액션(reaction)을 재밌게 취하니까 반응이 좋았어요. 방송 후 리포터 섭외가 마구 쏟아졌지요(웃음).” 이후 송이진은 시사교양국의 리포터로 이름을 날렸다. 그 중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한 아침 정보 프로그램이 가장 많았다. 교양방송에 필요한 리포터 패널은 다 해본 것 같다고 말하며 흡족해한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아나운서로도 활약했다. 리포터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분야는 ‘여행’. 송이진은 7년 동안 무려 15개국을 여행했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저는 적은 편이에요. 40여개국을 여행한 리포터들도 많으니까요. 리포터가 좋은 건, 단순한 여행이면 깊이 있는 곳까진 살필 수 없는데, 리포터는 취재를 목적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일반 여행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죠. 취재를 다니면서 현지인과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과 소통합니다. 보통사람이 하얼빈의 <빙등제>를 볼 때는 완성된 예술품을 보지만, 우리는 <빙등제>가 개최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하얼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리포터에게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때론 익지 않은 음식이나 혐오 음식을 먹으면서 정말 맛있는 것처럼 감탄사를 연발해야 하는 괴로운 순간도 있고, 때론 취재를 간 곳에서 거부를 당하거나 욕설을 듣기도 하고 맞아서 기절할 때도 있다. 특히, 동물 프로그램에서는 아찔한 순간도 연출된다. “복어 이에 얼굴을 물려 살점이 잔뜩 떨어져 나간 리포터도 있고, 소의 싸움을 취재하다 소뿔에 받쳐 10미터를 날아간 사람도 있어요. 말 타는 장면을 찍다 앞으로 떨어져 말의 발굽에 밟힌 사람도 있구요. 저는 홋카이도에 야생 늑대를 찍으러 간 적이 있는데, 늑대와 함께 눈밭을 뒹군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큰일은 없었어요.” 또, 시사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사건 사고 현장에도 자주 간다. 시체를 은폐했던 자리에 시체가 되어 재연하고, 미이라가 발견된 곳에서는 직접 관 속에 누워 미이라의 사이즈를 비교 분석할 때도 있다. 리포터들은 생생한 소식을 전하다 보니 생방송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 도중에 쪽대본이 나오거나 미처 대본을 출력 못해 노트북을 보면서 하는 경우도 많다. 리포터들은 처음 보는 화면과 처음 본 대본을 잘 맞춰 읽어야 하는 만큼, 대본이 길면 즉석에서 줄이고 길이가 짧으면 애드리브로 채워야 한다. 대본이 없는 경우도 있어 즉흥적으로 생중계를 할 때도 있다. 즉석으로 인터뷰를 따내 영상에 담는 일도 리포터의 역할이다. 방송 생활 7년차의 베테랑 방송인으로서 오랜 시간 일반인·스포츠 스타·연예인 등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어렵고 서툰 일이 인터뷰라고 말한다. 특히, 리포터는 상대의 특성을 끄집어내고 원하는 대답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인터뷰를 해야 한다. 때문에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때는 기쁨도 배에 달한다.

“2002년에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였어요. 지금은 스타가 됐지만, 당시 추성훈 선수는 일장기를 달고 유도 경기에 출전했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취재 경쟁 또한 격렬했죠. 저는 아침 방송에서 10분짜리 꼭지에 추성훈 선수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구요. 그런데 그는 우리나라에 적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카메라만 보면 거부를 했죠. 저는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하루 종일 먼발치에서 미소를 보내며 기다렸고, 한 시간 동안 정말 그의 팬이 된 것처럼 진심을 다해 그를 응원했어요. 그랬더니, 금메달을 딴 순간 단독 인터뷰에 응하더군요. 그때 ‘아! 이 사람이 그 많은 사람 중에 나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오늘처럼 진심으로 다가가면 되는구나’하는 진리를 깨달았죠. 국내의 각 방송사며 매체들이 추 선수와 제가 하는 인터뷰를 촬영했어요.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죠.” 리포터라는 직업에 대해 그녀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실을 접하기 때문에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질 일이 없어 좋다며, 발로 직접 뛰면서 찾아다니는 일 또한 당시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보람이고 자산으로 남는다고 자찬했다. ■ 리포터 아닌 인간 송이진…“정말 재미없는 사람” 리포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새 동화책을 읽기 시작한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다가도,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나같이 재미없게 사는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 송이진은 술·담배·커피·인스턴트 음식·패스트푸드 등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모두 멀리하는 웰빙 습관을 가졌다. 가급적이면 일찍 귀가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심심한 삶이 멋은 없을지 몰라도 즐겁단다. 이는 바닷가 마을에서 자연과 벗하며 지내온 그의 성장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입문한 여대생처럼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송이진은 사실 지난해 결혼한 유부녀이다. 네 살 연상인 남편은 서울대학교 출신의 변호사로, 2002년 스키장에서 우연히 만나 7년의 교제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재미없는 생활을 좋아하면서 연애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도 저랑 비슷해요. 결혼할 때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서 주위 분들이 참 재미없는 커플이라고 신기해할 정도였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리포터로서 송이진의 꿈은 그녀의 삶처럼 굉장히 소박하다.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일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하길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보다 리포팅을 더 잘하고. 이금희 아나운서나 MC 강호동처럼 뛰어난 인터뷰 능력도 갖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내년에 송이진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리포터와 MC로 승승장구하는 시점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 그녀 역시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다. 리포터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그녀가 유학을 결심하게 만든 이유이다. “방송 일에 종사하는 여성에게 젊음은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저만의 또 다른 무기를 찾을 겁니다.”

■ [인터뷰] 7년차 리포터 송이진에게 듣는 ‘리포터의 세계’ 최근에는 리포터를 양성하는 전문학원도 많이 보이는데, 리포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리포터가 되기 위한 공인된 시험은 없습니다. 물론 공채 시험은 있지만, 직원을 뽑는 게 아니라 프리랜서를 뽑는 셈이죠. 연예인에 가깝다고 보시면 돼요. 방송 섭외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대부분은 출연한 방송을 본 PD들의 연락을 받고 섭외가 이뤄지죠. 그렇지 않으면 오디션을 보거나 인맥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포터는 능력제이기 때문에, 방송에 서툰 신입들은 발전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경력자를 쓰려 하기 때문이죠. 생명도 짧구요. 30대 후반까지 활동하는 리포터도 있지만, 저는 35~36세가 리포터의 수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하면 할수록 일이 들어오는 직업입니다. 리포터의 활동 영역은 어떻게 되나? 리포터는 준연예인이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없어요. 저 역시 게임ㆍ라디오 DJㆍ방송진행ㆍ리포터ㆍ패널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으니까요. 리포터를 어떤 직업군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리포터로 유명한 사람은 누가 있나? 개그맨 김생민 씨는 개그맨보다 리포터로 유명해진 케이스죠. 조영구 씨는 연예 리포터로 유명하구요. 울산 MBC 아나운서로 데뷔한 정은영 씨는 교양방송 리포터로 유명하죠.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김나영 씨도 리포터 출신입니다. 그 밖에, 박선화 씨, 유시현 씨, 김태진 씨도 리포터로 이름을 알리고 있구요. 리포터 출신의 연예인도 있습니다. 김희애 씨, 한지혜 씨, 김현주 씨, 소유진 씨가 연예인에 앞서 리포터로 잠시나마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예 리포터로 오래 활약하다 보면 인상에 남는 스타도 많을 것 같다. 고 최진실 씨입니다. 톱스타지만 웬만한 신인보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저에게 하나의 자극이 됐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면, 오히려 방송생활이 긴 사람들이 더 겸손하고 배려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최진실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 잘해줘서 그 모습이 가식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내 원래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취재 때문에 몇 번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는데, 제 이름을 묻더군요. 감동했습니다. 리포터의 이름을 물어봐주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쫑파티 때 음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적극 응해줬습니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꺼릴 일인데 말이죠. 최진실 씨를 보고 “톱스타가 될 수밖에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기분 좋은 날>(MBC)에서 함께 했던 개그우먼 정선희 씨도 정말 좋은 분이었어요. 고 안재환 씨가 사망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남편의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 하던 금슬 좋은 부부였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리포터에게 필요한 자격은 뭐라고 생각하나? 오픈 마인드가 되어야 합니다. 리포터는 하층민부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까지 골고루 인터뷰를 합니다. 일전에 명품을 좋아하는 한 리포터는 그날도 비싼 옷과 액세서리로 중무장을 하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현장은 다름 아닌 유기견 센터였죠. 유기견들은 그녀가 좋다고 꼬리를 치며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안고 싶지 않았어요. 그 모습은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도 그녀가 유기견들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결국 그녀는 리포터를 오래 하지 못하고 관두고 말았어요. 미래의 리포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포터는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예쁘장한 외모에 발랄하게 하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죽을 각오로 덤비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고, 리포터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즐거운 일입니다. 끝으로, 의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포터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프로그램이 개편될 때마다 가장 먼저 잘리는 사람도 리포터입니다. 리포터는 시청자의 눈에 띄진 않지만, 프로그램의 양념과 같은 존재입니다. 방송을 볼 때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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