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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이영하 교수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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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1호 이우인⁄ 2009.08.18 14:46:10

일본 아줌마들의 지갑을 열게 한 ‘욘사마’ 배용준, ‘월드스타’ 비,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등등. 한류(韓流) 열풍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들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혐(嫌)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류의 한계가 지적되고, 한류 열풍을 잠재우는 원인과 대책을 설파한 논문과 서적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한류가 너무 “상업적이다, 단발적이다”라는 지적도 있다.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스타를 쫓아다니는 일과 쇼핑 외에는 딱히 우리나라에서 할 게 없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한류가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쏠리면서 스타급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질도 좋고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려면 이젠 톱스타의 캐스팅은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한 번 높이 솟은 출연료가 쉽게 꺼질 리는 만무하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이상 비대를 막으면서 더불어 한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 가요·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가 몰고 왔던 한류 열풍이 순수예술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아주 좋은 계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신생 도시 얼도스에서 우리 국립발레단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초원과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는 이곳에 올려진 우리의 발레 공연은 우리 돈 10만 원이 넘는 꽤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이틀 모두 매진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립발레단은 좀처럼 문화예술을 접할 수 없었던 중국인들에게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한류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이때, 몇 해 전부터 한류의 나아갈 길을 대학교 강단과 현장에서 전파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1977년에 영화 <문>으로 데뷔하여 70~80년대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춘 스타로, 이후 오랜 시간 수많은 작품과 방송을 통해 연예계를 대표하는 어른으로 알려진 중견 연기자 이영하이다. 하지만, 그가 강단에서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초빙교수와 예술대학원 한류최고위과정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서 문화가 가진 초인적인 힘과 한류 문화의 나아갈 길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강의는 재수강이 넘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물론 담당 교수가 연예인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그보다 더 수강생을 끈 요인은 현장에서 체험을 통한 강의가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교수들이 이론 위주의 강의를 하는 반면에, 저는 현장 체험을 이론과 접목시킨 강의를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제 강의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웃음).”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하 교수는 연예인이라기보다 문화에 무지한 학생을 교육시키는 선생님이 된 듯했다.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는 이영하 교수에게서 문화 사랑과 실천, 한류의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로 어떤 주제로 강의를 하십니까? 문화의 중요성과 한류의 나아갈 길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는 이론 수업과 함께 현장 강의로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영화를 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의 영화제에 가거나, 뮤지컬·연극·무용 등 각종 공연예술 관람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의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문화의 힘은 무엇인가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라는 학자는 “21세기는 국가경쟁력이 문화예술로 좌지우지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라는 말씀 중에는 “우리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우리는 문화 예술을 즐기고, 문화 예술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더 나아가 문화 예술을 통하여 세계에서 으뜸이 되는 국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구요. 경제나 경영, 지도자가 되는 길에 관심이 많았던 CEO들도 지금은 문화 예술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 광고회사는 클림트(구스타프 클림트 Gustav Klimt·오스트리아 화가)를 내세워 매출이 30%나 올랐고, 외국의 모 백화점은 한 극단과 협의하여 연극을 통해 직원들을 교육시켰더니 매출이 90%나 올랐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가전제품에 지나지 않았던 냉장고·세탁기가 요즘은 훌륭한 인테리어가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 모든 일이 문화 예술을 통해 이뤄진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무용을 10년에 한 편 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30개가 넘는 영화제가 있고, 1,400개가 넘는 축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렇게나 많은 축제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놀라는 게 당연합니다. 그 많은 축제 중에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축제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도 딱히 없구요.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 등 유명한 영화제 외에는 연기자인 저조차 모르는 영화제도 얼마나 많은데요(웃음). 그런데 이런 데에 국가의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죠. 더 황당한 일은 제주도에 가도 몽골리안 마상쇼나 중국 서커스밖에는 문화상품이라고 내놓은 게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어째서 내 나라에서조차 외국의 공연을 봐야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교수님의 강의에는 꼭 외국에 가서 공연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있던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이나 일본에는 1년 365일 똑같은 공연을 장기적으로 하는 극장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1년 내내 공연을 하는 곳이 어딜 가도 있죠. 저는 학생들과 함께 한 학기에 한 번씩은 꼭 중국에 가서 이런 공연들을 관람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계림에 갈 예정이지요. 인상에 남는 외국의 공연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인상여강> <인상유삼저> <인상서호> 등 장예모 감독의 <인상 프로젝트>는 꼭 추천해 드리고싶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을 무대로 수많은 현지 주민들을 배우로 활용하여 365일 동안 공연합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데, 전세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라는군요. 이 공연으로 가난한 지방 도시가 널리 알려져 엄청난 부(富)를 창출하고 있구요. <인상 프로젝트>는 관람료는 비싸지만, 보는 내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습니다. 산과 강이 무대여서 절경이 따로 없죠. 또, 광쩌우에서는 야구장 만한 규모의 드라마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삼국지>를 공연하는데 정말 재밌어요.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유비·관우·장비 등의 등장인물들이 눈앞에 등장하여 칼싸움을 하고 마차를 탑니다. 폭탄도 마구 터져요. 얼마나 재밌는지는 직접 보셔야 됩니다(웃음). 그런데 재밌는 건 이런 대규모의 공연에 투입된 제작비가 겨우 70억 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지방의 세트장을 짓기 위해 몇백억 원씩의 제작비를 쓰고, 촬영 후 고작 횟집으로나 활용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부분이죠. 문화계에 종사하는 분으로서 이런 외국의 공연이 예사로 보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외국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많은 공연들을 보아온 저로서는 우리나라의 공연에 답답한 점이 한둘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공연과 문화유산이 많은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한류가 성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우선 외국의 <미스 사이공> <쥐덫>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공연이 필요합니다. 외국인들이 1년 365일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는 공연 말이죠. 이 공연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부심도 심어주고, 월 100만 원의 수입도 안 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는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또, 놀고 있는 세트장이나 공항을 무대로 하는 대규모의 공연이 생긴다면 그 지역도 살릴 수 있고 주민들에게는 문화적인 자부심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와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본에는 사과 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 현이 있는데, 이곳에 어느 날 태풍이 불어 사과의 90%가 떨어져 난리가 났더랬죠. 고민하던 주민들은 떨어지지 않은 사과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10배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놨는데, 수험생들이 너도 나도 사는 바람에 사과가 없어서 못 팔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이 일로 아오모리 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구요. 또,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라는 점 때문에 국가 브랜드의 상승 효과는 물론, 엄청난 관광객들이 이곳에 몰리면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와인도 잘 팔렸다고 합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 유명한 사실도 있죠. 이 말은 그들의 문화적인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의미입니다. 강의를 통해 교수님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점은 무엇입니까? 문화 예술은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게 가꾸어줍니다. 저는 제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문화 예술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CEO 과정에서는 그들이 문화 예술을 사업적인 부분에 접목시키도록 도와주고 있구요. 끝으로, 예비 수강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좀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앞으론 문화 예술이 21세기를 주도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문화 예술을 알면 삶이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구요. 학교를 다니면서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더불어 학창시절의 추억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직접 고른 다양한 공연도 볼 수 있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 가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학비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입니다(웃음). 이번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갈 예정입니다. 해운대를 바라보면서 영화도 보고 회도 먹고 영화감독·배우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도 가질 거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 인터뷰 내내 문화 예술과 한류에 대한 이영하 교수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자신이 강의하는 수업에 대해 설명할 때는 혼자 연기를 하기도 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그는 이번 학기를 위해 나름대로 공부하느라 대중들 앞에 설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올 가을에는 드라마 출연도 확정돼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과정 관련 문의 : 02-820-6487(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한류문화예술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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