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정국’이 무사히 마무리됨에 따라 인사쇄신 결심을 굳히고 내주 초에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동시에 단행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증 작업에 돌입하여 무성하게 떠돌고 있는 하마평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뒤 등장했던 여권 인적 개편론이 우여곡절 끝에 4개월 만에야 현실화하고 있는데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민통합과 중도실용, 친(親)서민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정운영 기조의 가닥을 잡은 만큼 이번 인적 개편에도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국정운영 기조의 보완이 점차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인적 개편을 통해 집권 2기를 향한 토대를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개각이 총리를 포함한 중폭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교체 부서가 어디가 될지, 누가 후임으로 인선될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기자들과 만나 “이르면 다음주 초에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함께 할 가능성이 많다”며 “개각은 총리를 포함해 중폭 이상, 청와대도 그것과 연계된 선이 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MB ‘화합·통합’ 역설, 개각 영향 주나 당초 청와대 개편 후 개각을 단행하겠다는 ‘2단계 인사’에서 이처럼 한꺼번에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정쇄신의 타이밍을 맞추고, 9월에 시작되는 정기국회에 앞서 인사 문제를 매듭 짓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개각 이후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국무총리 교체 여부와 교체할 경우의 차기 총리 인선 작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총리 인선에 고심하는 이유는 총리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인적 개편 전체의 콘셉트를 결정 짓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며, 여러 가지 인사안을 놓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총리 인사의 방점은 새로운 국정운영 기조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국민통합에 놓여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일단 총리를 교체할 경우 국민통합 차원에서 비 영남권에서 선택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충청 출신 중에서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던 자유선진당 심대평 공동대표의 총리 카드를 내밀었으나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반발에 의해 사실상 무산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남은 카드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재는 26일 당5역회의에서 심 대표의 총리기용설에 대해 “심 대표의 총리 기용 여부와 관련해 마치 당에 내분이 일어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앞으로 이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축했다. 이는 큰 틀의 정치연대 없이 선진당 소속 의원이 입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원칙을 강조한 것이지만, 사실상 심 대표의 총리 발탁에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실 여권이 심 대표를 총리 후보로 검토한 배경은 선진당은 물론 나아가 충청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총재의 이 같은 ‘원칙론’ 고수에 따라 심 대표를 총리 후보로 발탁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충청 출신 후보를 비롯한 ‘호남 후보’ 등 나머지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충청·호남 총리 가능성 주목 실제로 충청 총리는 일단 내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한 호남 총리는 지역주의 타파 및 정치개혁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는 면에서 각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심 대표를 제외한 충청권 후보 가운데는 한나라당 소속 이완구 충남지사와 정우택 충북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호남 출신 중에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 민주당 출신의 강현욱 전 전북지사,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종인 전 의원,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만약 ‘호남 출신 총리’를 택할 경우에는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에서 강하게 내세운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의 실현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는 면에서 호소력이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는 있는 가운데, 또한 호남지역의 중도세력을 끌어들임으로써 여권의 외연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성 후보로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이름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후임 총리에 대한 가닥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충청 총리든 호남 총리든 이 대통령이 향후의 국정운영 방향을 고민하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개각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 여부인데, 입각할 경우 과연 어느 정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8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의 개각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폭적인 개각을 통해 인적 쇄신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이번 개각에서 적어도 한나라당 의원 3~4명 정도를 입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안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각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을 보완하고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당정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해, 여당 고위 지도부의 발언인 만큼 어느 정도 이미 청와대와 교감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청와대는 정치인 입각을 염두에 두지 않는 등 여의도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 ‘벽’에 가로막힌 여당이 마지막으로 공개적으로 ‘애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인 입각 실현될지 관심 한때 정치인 입각과 관련하여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정책위의장과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의 지식경제부 장관설, 홍준표 전 원내대표의 노동부 장관설 등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당내 쇄신특별위원회의 정무장관직 신설 제안과 관련하여, 정무장관으로 임 의원을 비롯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 현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 이재오 의원, 그리고 강창희 전 최고위원 등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이 대통령 후보 시절 대변인을 지냈고 언론법 통과에 힘쓴 나경원 의원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주호영·정병국 의원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법무장관에는 검찰총장으로 거론됐던 권재진 서울고검장,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 신상규 전 광주고검장, 문성우 전 대검 차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노동부 장관의 경우 하반기 노동계 핵심 이슈인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기 위해 교체가 거론되면서, 홍준표 의원 등의 이름이 줄기차게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중폭 이상의 개각으로 방향이 잡힌 만큼 교육과학기술부·환경부·국토해양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공성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교육개혁 임무 완수를 위해 교육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고 있으며, 안경률 의원은 국토해양부 장관 기용설이 나오는 등 정치인들의 이름도 함께 거명되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친박계 의원 3명을 포함한 8명의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인사검증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로 친박계 의원이 입각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계 의원의 입각을 좌우하는 열쇠는 결국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7월 16일, 입각과 관련해 “개인이 결정하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며 ‘개인적인 일’로 규정한데 이어, 8월 11일 강원도 강릉 방문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이를 재확인하는 등 친박 입각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의 입각이 현실화됐을 경우,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 때처럼 강력히 반대한다면 입각을 제의받은 해당 의원은 물론 제의하는 청와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수 있지만, 만약 ‘찬성’내지는 ‘묵인’한다면 청신호가 켜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어 향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많게는 2~3명, 보통은 1~2명에 그쳤던 과거 입각에 비춰볼 때 친박계 의원을 포함한 ‘대규모 입각’을 요청한 여당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개편, ‘자리이동설’ 나와 한편, 청와대 수석비서관 개편의 경우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그동안 무난하게 업무를 수행해온 점이 감안돼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설과 일단 모든 수석을 상대로 유임 및 교체 여부, 자리 이동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의 조기 낙마와 관련해 이미 사표를 제출한 정동기 민정수석 자리에는 김회선 전 국정원 차장과 함께, 법무부 장관 후보인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 박만 전 성남지청장 등도 검토되고 있다는 설이 들리고 있다. 그리고 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 등의 교체설이 나오고 있고, 정무수석·홍보기획관 등에 대해서는 자리 이동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무수석에는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수평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조직개편 가능성과 관련하여 홍보기획관이 홍보수석으로 승격되면서 기능이 강화되고 이 자리에 이동관 대변인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변인의 유임설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이 옮길 경우에는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이 승진해 후임 대변인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며, 인사비서관의 경우 인사수석 또는 인사기획관 즉 수석급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인사비서관이 승격될 경우 신재민 문화관광체육부 제1차관이 청와대로 입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교육과학문화수석은 교체 가능성이 높으나, 사회정책수석은 유임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총리를 포함하여 중폭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는 사실이 거의 굳어질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내각 및 청와대 개편의 핵심 키워드가 ‘화합·통합’이라는데 큰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 그동안 웬만해서는 ‘사람 바꾸기’를 꺼려온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8월 24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화해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전제하면서 “화합과 통합이 바로 우리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통합을 가장 중심적 의제로 삼을 것을 천명한 바 있다. 그렇게 할 것이다”, “지역과 계층·이념을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등의 국정운영 방향을 밝혀, 이번 개각과 청와대 개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