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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민 주치의’ 가천의대 부총장 윤방부 석좌교수

“의사는 기술자 돼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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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37-138 심원섭⁄ 2009.09.29 13:52:15

우리나라 가정의학의 개척자인 가천의과학대학교 부총장 윤방부 석좌교수. 많은 국민들은 윤 교수에 대하여 ‘국민 주치의’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978년 미국 미네소타 의대에서 가정의학 전문의 자격을 받고 귀국해 1980년 1월 ‘대한가정의학회’를 태동시켜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가정의학’ 용어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윤 교수는 “의료 서비스는 개인을 넘어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주치의’ 개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에게 국내 가정의학의 탄생 비화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종풀루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9월 21일 오전 11시경 인천광역시 구월동에 소재한 가천의대 길병원을 찾았다. 1972년 군 제대 후 연세대 근처 연희동 빈민촌에서 먼저 의사생활을 시작했다는 일화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70년대 초반 당시 연세대학교 주변 산은 판자촌이었는데, 거기에 사는 주민들에게 세브란스 병원이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아무 것도 못해줬었다. 더구나 빈민촌에 의사를 파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60평짜리 시민 아파트를 주고 연세대 의과대학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가려는 의사가 없었다. 의사들은 ‘귀찮은데 거기를 왜 가느냐’는 볼멘소리만 했다. 그 소식을 들은 내가 제대하고 바로 그곳에 갔다. 거기서 지역사회운동을 했는데, 지역사회 의료, 조직 활동, 심지어 신용협동조합까지 만들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요즘 말로 완전히 운동권이었다.” 연희동 빈민촌에서 태동한 한국의 ‘가정의학’ 윤방부 교수의 연희동 판자촌 얘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는 우리나라 가정의학의 탄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때 연희동은 최상위층도 살고 빈민층도 사는 지역이었는데, 몇 년을 활동하는 동안 정부를 방문하는 외빈들이 그 지역을 방문하는 바람에 ‘거기에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 후 연희동 빈민촌이 의사들의 지역사회 실습 센터가 되어 12개 학교의 서로 다른 12개 분야에서 실습을 나와 빈민 문제를 같이 고민했다. 특히 12명이 한 빈민 가족을 자기 입장에서 스터디하다 보니, 한 가지 전문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느끼고, 이것을 한 사람이 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지역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있는 의사라면 아주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차에, 세계은행에서 우리나라에 교육자원 지원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왔는데, 심사관 중 한 명이 한국 정부에, 의사를 하나 보내면 자신들이 가정의학과 의사로 양성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게 인턴·레지던트 과정이었는데, 다들 안 가겠다고 하여 나에게 제안이 왔다. 그래서 내가 인턴·레지던트를 다시 공부하여 전문의 자격을 따고 돌아온 게 1978년도였다. 그래서 가정의학이 만들어졌다.” 그의 가정의학 탄생 비화는 계속 이어진다. “막상 귀국을 했으나 갈 곳이 없었다. 다른 전문의들이 반대를 했다. 다른 의사들은 자신들과 분야가 겹친다고 생각했고, 가정의학과는 간단한 감기나 고치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개인의사들이 나를 도와줬다. 그 덕분에 대한가정의학회를 만들었다. 이게 큰 단체가 되었고, 내 파워가 세지니까 다른 의사들이 나를 학교에서 방출해 2년 동안 쫓겨나 있기도 했다. 당시에 내가 TV에 출연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래서 매스컴도 나를 도와주었다. 당시에 학교에서 제시한 조건이 ‘당신이 나가면 세브란스 병원에 가정의학과를 만들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갔는데, 2년 후에 나를 다시 불러들였다. 다시 들어가서 외국인만 담당했는데, 외국인 클리닉으로 성공을 했지만 질시의 대상이 되어 많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7년 걸려서 가정의학이 전문과목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갈등이 많았다. 이제는 가정의학 의사가 내과·외과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1만 명의 전문의가 나왔다. 없는 곳이 없고, 학회도 크다. 개인으로도 많은 제자를 키웠다. 600명 정도 된다.” “신종풀루는 매스컴이 너무 예민하게 만들었다” 윤 교수는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예전에 사스가 유행할 때 내가 우리나라 사스 대책위원장이었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매스컴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종플루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내가 미국 교포를 상대로 강연을 하기 위해 미국에 갔는데, 비행기에서 흑인 한 명이 계속 기침을 하기에 ‘저 사람 신종플루 환자 아니냐’고 걱정을 했더니, 오히려 그쪽 사람들이 ‘뭣 때문에 걱정을 하느냐’고 나를 더 이상하게 봤다. 선진국은 그러한데 우리는 너무 예민하다. 그리고 신종플루라는 단어도 잘못된 말인데 특별한 병처럼 만들어놨다. 사망률도 그리 높지 않고, 감기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 퍼지는 속도가 좀 빠르긴 한데, 증세의 강도는 약하다. 걸리면 치료받으면 된다. 사망하는 환자들은 주로 심각한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다. 다만, 신종플루에 걸리면 전염에 대비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우리는 몰라도 되는 병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조류독감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의 이슈화가 문제이다. 줄기세포, 트랜스 지방 같은 것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의학은 의학으로 다뤄야 한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예방만 철저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윤 교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6가지 원칙으로 ‘①스트레스(stress)와 친구가 되자 ; 자신을 느긋하게 풀어주어라. ②배우자(spouse)와 잘 지내자 ; 서로 구속하지 말고 조화롭게 사랑하라. ③스포츠(sports)를 생활화하자 ; 하루에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이상 걸어라. ④때로는 이기주의자(selfish)가 되자 ;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라. ⑤만족(satisfaction)하며 살자. ⑥스크린(screen)을 하자 ; 일 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사로 촬영해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교수는 “현대인들이 너무 건강에 집착하는 게 더욱 건강에 해롭다”는 충고를 하며, “흐르는 대로 자신을 맡겨 시간에 순응하면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라고 조언했다.

“‘진짜 장수’는 ‘양적인 장수’보다 ‘질적인 장수’이다” 윤 교수는 생활건강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건강에는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병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론만으로는 안 된다. 유전·영양·생활태도 모두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것이 병이다. 웃으면 건강해진다는데, 의사 입장에서 보면 무작정 웃는 것은 정신병의 시작이다. 웃는 것, 우는 것은 생리적인 현상일 뿐 건강과는 관계가 없다.” 두 번째는 음식 타령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없다. 음식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음식을 감사해하면서 먹고, 과식하지 않으면 괜찮다. 음식은 맛있게 먹으라고 요리법까지 나왔다. 물론 환자들은 주의해야 할 음식이 있다. 고혈압에는 짠 음식 등이 그렇다. 임산부는 회를 피해야 한다. 물고기가 중금속에 중독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놓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방법이 있다. 개인접시에 나눠 먹느냐, 한 그릇에서 같이 먹느냐이다. 한국은 위암 환자가 세계 1위다. 각자 개인접시를 사용하면 위암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갈비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젓가락을 1개 더 가져와서 ‘굽기 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병원 문병도 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균을 옮기게 된다. 차라리 쾌유를 비는 마음을 글로 써서 카드를 보내는 것이 좋다.” 세 번째로는 약 타령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약에 대한 작용이 다르다. 약은 약 또는 독이다. 그런데 감기약·소화제·비타민 등을 서로 빌려서 먹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약 소비국이다. 몸에 좋다면 그 약은 곧 품절이 된다. 간장약은 세계 1위다.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윤 교수는 “‘진짜 장수’는 오래 사는 양적인 장수가 아니라 질적인 장수이다. 살아 있을 때 건강해야 한다. 건강해야 세상 구경도 다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루하루를 최대한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후세에 “도전적이며 엄격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윤 교수는 이어서 ‘장수의 비결 7가지’를 강조했다. 첫 째로, 고기와 채소를 골고루 먹어야 병에 걸려도 쉽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골고루 먹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간식하지 말 것. 세 번째는 절주인데, 술은 두 잔만 마시는게 좋다. 포도주도 2잔, 맥주도 2잔, 위스키도 2잔. 그러면 성인병도 암도 치매도 덜 걸릴수 있다. 술을 마시면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2잔을 마셔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는 ‘여우’ 단계까지가 건강주이다. 그 이상은 ‘늑대’ ‘돼지’ 단계가 된다. 네 번째로는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끊는데는 이유가 없다. 인생 30년이 달라지게 된다. 담배가 인체에 백해무익하고 모든 질병과 연관돼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간접흡연은 다른 사람까지도 죽인다. 다섯 번째는 운동이다. 운동에는 심장과 폐를 좋게 하는 걷기·조깅·수영·에어로빅 등 유산소운동, 역기와 아령·곤봉 등으로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무산소운동이 있다. 유산소운동은 신나게 심하게 하는 게 좋다. 6S 원칙이 있다. Shose(신발), Surface(운동장소의 표면), Structure(운동장소의 구조물), Speed(속도), Strength(강도), Stretch(이완) 등이 그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걷기는 가장 자연스럽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운동이다. 걷기는 비만 치료나 심장병 환자의 재활운동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운동할 때는 맨발로 해서는 안 된다. 시속 6.5㎞로 1시간 이상 해야 좋다. 목욕과 건강은 전혀 관계가 없다. 사우나를 하고 나서 체중이 감량되는 것은 ‘탈수’ 현상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좋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정기 건강검진이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검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거나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게 윤 교수의 주문이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의사는 인간과 사회를 모르면 수술 잘하고 진찰 잘하는 기술자는 될 수 있어도 명의(名醫)는 될 수 없다. 물론 기술자가 되기도 쉽지 않지만, 의사는 절대로 기술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사상’을 후배와 제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윤 교수는 “제자들이 어떤 스승으로 기억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극히 ‘도전적이면서 엄격한 사람’이라는 지적을 좋게 생각한다. 어차피 선생이란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지만, 그것을 통해 제자들에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엄격하다는 말을 좋아하고 도전적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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