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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국책은행’ 출신 산은그룹 민간에서도 통할까

글로벌 IB 될 자질 충분…일부에선 ‘대주주면서 은행’에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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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2호 박현군⁄ 2009.11.03 09:55:43

막강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민간 금융 그룹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산업은행은 10월 28일 기획재정부 산하 공적기관에서 떨어져 나와, 산하에 대우증권·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을 거느린 산은금융지주로 새롭게 출범했다. 국민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우리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씨티금융그룹에 이어 은행 중심의 국내 6번째 민영 금융 그룹의 탄생이다. 민유성 초대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은 한국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날”이라며 “2020년까지 글로벌 20위권의 금융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산은금융지주회사의 출범은 산업은행이 지난 1954년 이후 55년 간 지녔던 국영은행의 지위를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투자 중심의 민영 산업은행으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산업은행을 민영화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여 미국의 모건스탠리나 메릴린치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유성 회장이 2020년까지 글로벌 톱 20 은행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도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국민·신한·하나·씨티 등 은행 중심 금융 그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투자은행으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중소기업 육성 같은 정책 실행 기능들을 대거 정책금융공사에 이관하면서 산업은행의 경쟁력 자체가 많이 축소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5월 21일 개정 공포되기 전의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목적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 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하는 것이었다. 이는 지난 1964년 한국산업은행법 제정과 산업은행 설립 이후 55년 간 변함없이 유지돼온 자격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1일 정책금융공사법 제정과 5월 21일 산업은행법 개정에 따라 민영화된 산업은행은 그 전보다 역량이 대폭 축소됐을 뿐 아니라 이렇다 할 수신 기능이 없는 반쪽짜리 은행이 됐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개발은행도 민영화하면서 이렇다 할 수신 기능이 없었지만 당시 우정사업본부를 인수하면서 국내 수신의 60%를 점유한 선례가 있다”며 “현재의 불안정성은 이 같은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 투자은행으로 성장할 자질 충분” 이 같은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된 산업은행은 제대로 된 한국의 IB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높다. 굿모닝신한증권의 홍진표 리서치센터 은행담당 팀장은 “글로벌 투자은행의 역량을 갖추느냐에 따라 산은지주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시중은행 인수 등을 통해 수신 기능을 확보하고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 역량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산업은행은 지난 55년 간 정책은행의 역할을 하면서 한국 실정에 맞는 기업금융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데다 대우증권도 투자금융 분야에서 무시못할 전문가 인재풀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산은캐피탈·산은자산운용 등까지 유기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한국 IB 역사의 새 장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주식카페 등에서 고수로 통하는 주진철 씨는 “한국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되면서 산은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이상 정책금융공사가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한국산업은행법도 폐지돼 완전한 민영은행으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며 “산은금융그룹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산은법 폐지 전에 BIS 자기자본비율 확보, 은행의 수신기능 보강 등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의 지배를 받는 시중은행으로서의 준비를 마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의 대주주이면서 동시에 은행’ 역할에 우려도 이번 민영화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지난 국민의 정부 이후 재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수많은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2008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31.3%, 한국전력 30%, 대우증권 33.1%, 대우자동차 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중 대우증권은 산은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면서 주요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이 마음만 먹는다면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전력의 인수나 기업들의 주요 기밀정보 등을 언제든지 빼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형 구축함을 만드는 방위산업체이고, 한국전력은 기간산업 중 전기 부문을 책임진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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