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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대란]키크면 똑똑-행복…작으면 불능?

키큰 남자가 더 머리좋고, 돈 잘벌고, 행복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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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4호 박성훈⁄ 2009.11.17 16:05:11

외모지상주의-스펙(spec) 사회에서 ‘키 작은 루저(loser)들의 대란’이 일어났다. 한 공중파 방송에서 여대생 출연자가 “키가 180cm 안 되는 남자들은 루저(낙오자)”라고 말한 뒤 공분이라고나 할 만한 난리가 일어난 것이다. 방송이 나간 뒤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와 출연자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키 작은 사람에 대한 인격모독’ ‘방송이 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나’ 등 항의성 글이 도배됐고, 여대생의 미니홈피는 성난 작은 남자들의 공격에 초토화됐다. 인터넷 게시판과 카페·블로그에는 성토 글뿐 아니라 각종 패러디까지 잇따라 나왔다. 180cm가 안 되는 스타들은 모두 루저라고 부르자며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이제는 “탐 크루저”라고, 영국 축구선수 웨인 루니는 “웨인 루저”라고 부르자는 둥 보통 난리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180cm 미만은 낙오자라는 그 여대생의 말은 지나친 측면이 있지만, 키 큰 남자를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좋아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키 큰 남자는 원시시대에는 근육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사냥을 잘해 동료 남자에게는 유능한 남자로, 여자들에게는 섹시한 남자로 꼽혔고,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양상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각종 조사 결과들은 키 큰 남자들이 더 돈을 잘 벌고, 더 머리가 좋으며, 더 행복하다고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키 5cm 클수록 연소득 122만 원 많아” 호주 국립대학 사회과학교실은 ‘호주 내 가구 수입 및 노동 형태’ 자료를 토대로 키와 돈벌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자의 키가 5cm 더 클 때마다 연소득이 950달러(한화 122만 원 정도)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에 따라 소득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자보다 남자에서 두드러졌다. 이 연구를 진행한 앤드루 레이 교수는 “남자의 키가 5cm 클수록 950달러를 더 번다는 것은 키 5cm마다 근무경력 1년을 추가로 인정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키 큰 사람이 더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키 큰 사람이 “더 똑똑하고 힘이 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에는 키가 1인치(2.54㎝) 클 때마다 연봉이 97만 원씩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키 183cm 남자는 165m 남자보다 한 해 679만 원쯤을 더 버는 셈이다. 30년 간 일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차이는 수억 원까지 벌어진다. “키 큰 사람이 더 행복하다” 키가 크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이 미국 성인 45만 명을 대상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키가 클수록 삶에 대해 더 긍정적이고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인생은 최악”이라고 응답한 남자들은 평균 신장보다 2cm 작았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여성 평균보다 1.3cm 작은 여자들은 인생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낮았다. 이 연구에서 키 큰 사람은 머리도 좋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미국 남자의 키는 미국 남자의 평균 키보다 1.27cm, 대졸 남자보다는 2.54cm나 작았다. 키 순서가 그대로 학력 순서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키에 따라 행복도, 인생 만족도, 학력에도 차이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경영자(CEO)의 평균 키는 183cm로, 미국 남자 평균보다 7~8㎝ 더 컸다. 키 188cm 이상은 미국 남자 중 4%가 채 안 되지만, 이들 CEO 중에는 3분의 1이 188cm 이상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은 실제로 그런 게 아니라 키 작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남녀 사이에 키에 대한 차별은 확실히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지만, 이는 그만큼 외모차별주의가 심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못생긴 여자는 거들떠보지 않듯, 여자들은 키 작은 남자는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 키 큰 사람, 모든 면에서 우월한가 여자들이 키 큰 남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진화적으로 ‘관성의 법칙’이 지배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수십만 년 동안 키 큰 남자의 ‘더 큰 근육’이 키 작은 남자의 더 작은 근육보다 강했기 때문에 큰 키가 바로 섹시함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어 배우자로서 남성의 자격은 근육의 힘보다 지갑(경제력)의 힘이 더 중요해졌지만,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키 큰 남자에게 끌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대생들은 배우자 선택 조건으로 경제력(22.5%)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그 다음은 애정(17.6%)·성품(16.9%)·가치관(12.1%)·건강 및 체력(7.9%) 등의 순서였다. 문제는, 말로는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 남자를 고를 때는 선조 여성이 그랬듯 본능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키 큰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듯, 말이 하는 ‘대답’과 몸이 하는 ‘행동’이 다른 현상이다. “키 작은 남자, 키 큰 남자보다 용기·집념 뛰어나” 이런 현상에 대해 최정호성형외과 최정호 원장은 “여자들은 단기적 짝짓기, 즉 연애를 하거나 바람을 피울 때는 키 같은 외모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장기적 짝짓기 즉 결혼 상대를 찾을 때는 경제적 능력, 인간성, 여자와 자식을 돌보는 책임감을 따진다”며 “그런 면에서 연애 단계에서는 남자의 키가 중요하지만 결혼 단계에서는 키가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키 큰 남자가 사회적으로 더 잘 성공한다는 통계에 대해서도 “성공에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키 작은 남자가 성공에 불리하다는 논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키 작은 남자가 단신에서 오는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면서 성공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대로, 키에 대한 여성의 선호도를 말할 때 남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일반화의 오류다. ‘남자는 여자보다 키가 크다’는 명제는 평균 키를 기준으로 하면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는 지적이다. 남자보다 키 큰 여자, 여자보다 키 작은 남자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키 큰 남자를 좋아한다’는 명제도 평균적으로는 맞지만, ‘모든 여자는 키 큰 남자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류가 된다. 키 작은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으며, 특히 남자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작은 키를 극복한 이러한 성취는 남자에게 ‘광휘’로 작용한다. 실제로 작은 키의 남자가 성공하고 최고 매력남이 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키 163~166cm 정도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대 한국인에게 최고의 영웅이다. 한국 경제의 거목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키가 160cm 정도였고, 이건희 전 회장도 큰 키는 아니다. 한때 연예계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 ‘작은 왕자’ 이승환, 요즘 최고 인기인 영화배우 이병헌도 신장과는 상관없이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다. 단신 남자의 성공 스토리는 특히 머리를 쓰는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몸에서 느끼는 열세를 두뇌로 만회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차남이 맏아들에게 쏠리는 부모의 사랑을 뺏어오기 위해 더욱 투쟁적으로 나서듯, 키 작은 남자가 더 용기 있게, 강한 집념으로 일에 매달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근거 빈약한 비난이 강한 남자에게는 그저 웃기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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