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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회 정보위원장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

“행정수도 분할 국가운영에 중대위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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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4호 심원섭⁄ 2009.11.17 10:48:17

국회 정보위원장인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정도정치(正道政治)’라는 글귀다. 그는 2000년 4월, 30년 검찰 생활을 접고 정치에 입문한 이래 이 글귀를 벗어난 행동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최 의원은 초선의원 시절인 2000년 11월, 서울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 문제로 위기에 처한 검찰을 향해 ‘장자(長子)’에 나오는 구절을 읊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는 탄핵소추 발의의 원인이 된 선거사범 편파수사 여부를 놓고 여당인 새천년민주당과 야당인 한나라당 간에 치열한 논란이 일던 중이었다. 검찰은 입건 또는 기소된 정치인 가운데 여당과 야당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며 야당의 편파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최 의원은 ‘부경수단 속지즉우 학경수장 단지즉비’(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즉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말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장자’의 한 구절을 읊으며 검찰 후배들을 점잖게 질책했다. 이처럼 최 의원이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 생활 30년 동안 정도·원칙·소신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8월 당시 검찰 후배이자 민주당 소속이었던 함승희 전 의원이 한 언론에서 최 의원을 “20년 넘게 부도가 난 적이 없는 약속어음처럼 중심을 꽉 잡고 있는 의원”이라며 “품위를 잃지 않고 꿋꿋이 갈 길을 가는 선비다운 풍모가 있다”고 평가한 데서도 그의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다음은 11월 13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정보위원장실에서 최병국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정치권의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론’과 관련해 최 위원장의 정면돌파 소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여권이 정부 차원의 수정대안을 구체화한 후 나와 안상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국회 차원의 정면돌파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여러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 배경은 17대 국회에서 수도이전 안이 처음 제기된 2003년 당시 149석 소속의원 가운데 나하고 안상수 의원 등 극소수만 반대표를 던진데 이어, 2005년 수정을 위해 진행된 두 번의 본회의 표결에서도 전면 불참하는 방식으로 ‘원천반대’ 의원으로 꼽히는 등, 수도이전 반대의 ‘대표의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 따른 평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정론을 강행하기에는 무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의 ‘반대 소신’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는가? 17대 국회 당시에 당론은 찬성으로 돼 있었지만,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 운영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반대를 했고, 지금도 ‘수도이전’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국정원법·사이버테러법 개정안 등이 아직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정보위원회에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비롯해 총 8건의 법률안이 계류되어 있다. 그중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법상 직무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국정원의 직무와 관련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이다. 여야는 쟁점이 된 국정원 직무 범위를 놓고 이미 몇 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개괄적 토론을 벌인 바 있다. 그리고 현재 국정원법을 비롯한 각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 입장차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서 이처럼 입장차 때문에 벌어지는 논란은 토론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절차이자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법안이 통과 안 되는 원인은 여야 간의 힘겨루기 때문인가? 여야 간의 힘겨루기라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고 좀 더 좋은 합의점을 도출해내기 위한 하나의 절차이자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정보위는 양당 간사회의를 거쳐 법안심사 일정을 조속한 시일 안에 잡아 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검토와 토론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또 필요하다면 각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각각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등 여야 간 원만한 합의점 마련을 위해 정보위원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국정감사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올해 국감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국정감사는 10.28 재보궐 선거 등 때문에 여러 가지 현안이 정치쟁점화되다 보니 정책국감이라기보다는 정쟁을 위한 국감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나는 이번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조두순 사건’과 관련하여 아동 대상 성범죄를 비롯한 반인륜범죄에 대해 사법부 처벌 기조의 변화가 필요함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날로 지능화·첨단화하는 각종 사이버 범죄 및 지능 범죄 같은 새로운 범죄 유형에 대하여 검찰의 새로운 대응 논리 개발 및 과학적 수사기법 개발이 필요함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한편, 고소·고발 남용에 대한 폐해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법사위 국정감사 이후에는 정보위원장으로서 국정원 등 국가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법사위원으로서, 그리고 정보위원장으로서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으나, 나름대로 정책국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들의 격려와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국정감사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 위원장은 국감에서 “법원이 반인륜 범죄에 너무 무감각해서 ‘조두순 사건’을 낳은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최근 12세 이하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심지어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한 해 약 2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는 성범죄를 큰 사회적 문제로 여기지 않았었다. 일례로 2007년 통계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무려 73%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사법부는 아동 성범죄를 비롯한 반인륜 범죄가 잇따르는데도 너무 온정주의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아동 상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 아동 성범죄 양형 강화를 주장했는데, 양형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것으로 보나? 물론, 처벌 강화만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당연히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처벌 강화와 아울러 제시할 수 있는 아동 성범죄 예방책으로 첫째, 성폭력 예방교육을 활성화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성폭력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고 위급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둘째, CCTV, 범죄 신고용 전화 같은 범죄예방·긴급구조 시설의 확대 설치도 필요하다. 셋째, 가해자의 유전자정보 등록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참고로,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영국·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유전자정보은행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네 번째로, 성폭력 범죄자가 아동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현재도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아동 관련 시설 취업제한 규정이 있지만,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지역 NGO, 주민들과 학교, 경찰 모두가 협력해 범죄예방망을 구축해야 한다. 사법기관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방경영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내가 생각하는 ‘국방경영 합리화’는 남북 간 재래식 무기 및 병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남북 간 전력 배치의 지정학적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재래식 전력 감축은 감축 여부에 대한 검증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남북 간 전력 비대칭 등을 감안한다면 자칫 경제성만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에 빠져 중대한 국가 이익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남북 대치가 상존하고 북한의 대남 전면대결 태세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군축 논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내가 생각하는 ‘국방경영 합리화’는 국방예산 집행의 비효율과 무기 구매 리베이트, 군납 비리 등 낡은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능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최근 각종 범죄의 유형이 하루가 다르게 지능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의 수사 능력은 첨단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고, 범죄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지 못해, 적절한 형벌을 적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6년 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검거된 3314명 가운데 검찰이 혐의를 입증 못해 풀려난 사람이 2078명(62.7%)이나 된다. 과연 이들에게 죄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 범죄를 적발하려면 그동안의 기계적인 법 적용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끊임없는 자기개발에 매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 위원장이 대표발의하여 ‘형사보상법’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형사보상법’은 국가의 부당한 사법권 행사에 의하여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무죄로 밝혀지면 국가가 그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범죄 혐의자 또는 범죄자로 취급받아 수사의 대상이 되면 그가 구속되었는지 여부와 기소 여부를 불문하고 그 개인은 사회적·정신적·경제적으로 많은 손실과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불구속 기소되어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이나, 불구속 수사를 받아 불기소 처분된 피의자도, 그 수사나 기소가 수사기관이나 고소·고발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때문에 일어났다면 보상받도록 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충실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11월 10일 서해에서 7년 만에 남북교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교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북·미 간 양자 대화를 앞두고 한미 양국에 대한 다목적 경고가 내포된 북한의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이번 도발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 이명박 정부의 원칙적 대북 정책 기조를 흔들고, 미국에 한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려는 ‘벼랑 끝 전술’의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군사적 도발도 군사적으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응징하여 그들의 도발전략이 더 이상 그들에게 아무런 이득이 안 됨을 주지시켜야 한다.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역구인 울산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산업수도를 자처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해온 울산은 이제 세계적인 도시로 변모하는 또 하나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울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항구도시다. 울산만에는 울산항·온산항·방어진항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일찍이 동아시아로 뻗어나가는 우리나라의 관문 구실을 해왔다.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와 교류·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울산이 국제도시로 거듭나는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울산에는 뉴욕의 자유여신상이나 파리의 에펠탑처럼 ‘한국의 울산’하면 떠올릴 수 있는 상징적 조형물이 없다. 울산시민들은 국제도시 울산, 세계 속의 울산을 알리는 상징물을 건립하자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 나는 이러한 울산시민들의 소망을 관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울산시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100억 원 가량 들어가는 예산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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