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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인터뷰]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장성민 대표

“우리가 북한 놓치면 한반도 강대국 입김 더 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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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48-149 심원섭⁄ 2009.12.14 16:22:37

“미국과 북한이 전면전에 돌입할 것 같은 대결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로 마주하여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은 북미 양측 모두 기존의 강경정책을 대화정책으로 바꾸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2월 8일부터 2박3일 동안 평양을 방문하고 10일 서울로 돌아온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장 대표는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서 미국을 상대로 핵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은 결국 6자회담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국장을 치르고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장성민 대표를 만나 올해 한반도의 여러 정치적 상황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들을 결산하면서 한반도의 미래를 물어봤다. 북한, 올 상반기엔 대결정책, 하반기엔 대화정책 올해는 미사일 발사, 황강댐 무단 방류, 대청해전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느 해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 입장에서 올해의 북한 관련 상황들을 총정리한다면….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비핵 개방 3000’에 나름대로 희망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한 교착국면이 북한의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되자, 남한과의 협상을 일시 중단하고 강경 모드로 대남정책을 전환했다. 그 일환으로 금강산 관광객인 남한의 박왕순 씨에게 총격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남북 관계를 악화시켰다. 이후 북한의 대남 정책은 4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5월 핵실험으로 이어졌지만, 북한의 대남 강경정책은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유엔 제재 1874호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 군부 강경파의 대결 태세가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한미동맹만 강화시키는 구실로 작용하자, 북한 당국은 더 이상 군사적인 대결정책을 취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중국의 불편한 입장도 상당히 작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중국 주변 정세를 자꾸 불안정하게 만들어 나가자 중국은 매우 불쾌해했고, 그 결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와 생필품 지원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후 북중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북·중 국경무역 감시를 강화하자, 북한 내부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그것이 결국 북한 김정일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북한은 대남·대미 정책을 군사 대결정책에서 다시 외교적인 대화정책으로 급속 전환해 나가게 되었다. 그 결과 8월 들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이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북한은 자신들이 억류했던 미국 여기자 두 명을 클린턴 전 대통령 편에 석방했고, 며칠 후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더불어 개성공단 근로자로 북한에 억류돼 있던 유 씨와 역시 억류돼 있던 남한의 어선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북한의 전격적인 대남 화해정책의 전환점은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즉각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특사조문사절단으로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갖고 장례식에 조문토록 했다. 이들은 곧장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갖고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러니까 북한은 올 상반기에는 강경 모드로 남한과 미국에 대항했고 하반기에는 대화외교로 나섰다는 것이 한반도를 감싼 전체적인 그림이었다. 이제 북한은 새로운 대화외교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가 남북 관계 변화의 계기로 작용 특히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가 대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북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북 관계에 새로운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남북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의 페달을 밟아 나가는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반도를 새로운 데탕트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북한은 대남 대결정책에서 대남 조문화해정책으로 급격히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내려온 북측 조문사절단이 이 대통령까지 만나고 가는 기이한 일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북측 김양건 통전부장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났는데, 이는 남북한 통일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서의 장관이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두 클린턴'이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했을 때 변화 감지 미국 보즈워스 대북특사가 2박3일 간 평양을 방문하고 10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왔는데,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이번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은 매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우선 미국과 북한이 전면전에 돌입할 것 같은 대결 분위기를 벗어나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은 북미 양측 모두에 의미가 크다고 본다. 미국은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5월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 제재까지 강행했고,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보다 큰 압력을 넣도록 요구해왔다. 그런 미국이 이제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직접 방북하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깜짝 전화인사’를 해왔을 때, 그리고 지난 3월에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인사’를 해왔을 때, 이미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기 시작했음을 우리는 감지했다. 또한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을 만찬에 초대하여 식사를 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대북 리더십에 경의를 표했을 때, 그리고 지난 8월에 직접 방북하는 것을 보았을 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미 직접접촉으로 변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번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미 양자접촉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북미 직접협상 결과를 미국이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방북 결과에 대해 보즈워스 대표가 “매우 유익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생각하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서 미국을 상대로 핵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이 6자회담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북미 양자회담을 계속한다면 미국의 외교적 체면은 땅에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게 되는데, 미국이 그렇게 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신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북미 양자접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줘야 한다. 그래야 북미 양쪽 모두 외교적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북미 양자접촉 강화에 대한 합의점을 북·미가 동시적으로 발표하면 협상 방법에 대한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북한 놓치면 한국에 대한 강대국 장악력 더 커져 보즈워스 평양 방문 이후 북미·남북, 그리고 한미·한일·한중·북일·북중 관계 등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리라 보는가? 북미 관계가 평화협력 모드로 안정되어 미국의 성조기가 평양에서 펄럭일 조짐이 보이면, 가장 먼저 일본이 북한으로 뛰어들어가게 될 것으로 본다. 일본은 지금 5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 하토야마 총리가 동북아 공동체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의 의존적 대미 외교 정책에서 탈피해 아시아를 중시하는 독자적 외교 노선으로 행보를 서서히 옮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일본인 납치자들을 해결한다는 명분 아래 지금 방북의 명분을 찾고 있다. 실제로 일본 언론들로부터는 하토야마 총리의 내년 방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북중 관계를 더욱 단단히 묶어 매려고 노력할 것이다. 올해가 북중 수교 60주년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더욱 많은 경제 지원과 군사적 동맹관계를 복원시키는 노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많다. 지난번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간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결국 문제는 한국 정부인데, 자칫 잘못하면 주변 정세의 시대 흐름을 놓치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지게 되고, 북한을 강대국들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포용해 들어가는 지혜로운 전략이 이명박 정부에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나? 이 모든 문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느냐 않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올 한 해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는 지금 미·소 양국의 이데올로기 시대에서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 시대로 변했다. 냉전의 군사적 대립 시대가 아니라, 탈냉전의 외교적 협력, 경제적 상호의존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실용적인 경제적 접근보다는 이념적·군사적인 대결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제는 봉쇄정책을 폐지하고 포용정책으로 대북 정책을 적극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고립될수록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포기는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반면에,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펼친다면 북한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것이고, 결국 개혁 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중국과 베트남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신의주공단·나진선봉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있는 것은 모두 중국·베트남처럼 특구경제를 통해 경제를 일으켜보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제 포용정책 혹은 최소한 신축적인 상호주의 정책과 정경분리 정책으로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식의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한 대통령 돼야” 장성민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줄곧 주장해왔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내가 강조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보다는 당위성이다. 가능성은 이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보지만, 이 대통령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에 대한민국은 북한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상회담을 하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미국·일본·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들어가게 되고, 남한의 입김이 작용할 틈바구니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민족의 내일은 없어지고 통일에 대한 꿈도 사라지고 만다. 결국 남한까지 강대국의 더욱 강력한 영향권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민족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이 대통령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번 기회에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제도화시켜놓는 역사적 업적을 이룩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도 남북 평화통일의 기초를 건설했다는 평가를 후대에 받지 않겠는가. 그러면 2010년에는 우리의 대북 정책도 변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반드시 변해야 한다. 과거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구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말했지만, 고르바초프와 손을 잡고 대화를 했다. 부시 대통령 역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불렀지만, 북미 핵협상을 했다. 이 대통령은 평생을 모시고 지낸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그랜드 바겐’ 방식이 주변 국가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고 보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커트 켐벨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난 그런 정책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나.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시장 세력을 국가가 보다 전격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시장의 무정부성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보다 본격적인 개혁 개방을 위해 국가 주도의 시장사회주의 체제를 갖추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밖의 숨은 의도도 있겠지만…. 남한에 미치는 영향은 없겠는가? 남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강대학 4학년이던 23살에 무작정 당시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 총재를 찾아가 정치에 입문했고, 34살에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발탁됐으며, 그 후 16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변신한 동교동계 막내 장성민 대표. 20년 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스승으로 모신 장 대표는 최근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의 책 <전쟁과 평화>를 일본에서도 출판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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