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일일 드라마 <다함께 차차차> 후속으로 2월 1일 첫 방송되는 새 일일 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19살 소녀 권오복이 대한민국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포부 하나로 서울에 올라와 꿈과 사랑을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권오복은 드라마 <천추태후>와 <꽃보다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소은이 연기한다. 그녀의 상대 역인 장대한은 뮤지컬 배우 출신 진이한이 맡는다. 그런데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는 막강한 여인이 또 있다. 바로 장대한의 첫사랑이자 아들 장독립의 생모인 최미란. 재벌가의 외동딸인 미란은 대학생 때 만난 대한과 사랑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부모가 강제로 정략결혼을 시켜 미국으로 떠난 뒤 6년 만에 이혼녀가 되어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대한을 찾지만, 이미 그의 곁에 오복이 있음을 깨닫고 갈등하는 비운의 여인이다. 미란 역에는 ‘엄친딸’로 알려진 배우 이성민(24)이 캐스팅돼 김소은과 연적 관계를 이룬다. 이성민은 MBC 주말 연속극 <인연 만들기>에서 부잣집 딸 심혜림을 실감나게 연기해 ‘악녀 혜림’이란 애칭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앞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영화 <오감도>,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 등 여러 장르에서 연기 경험을 쌓은 그녀는 화장품 코리아나, 던킨도너츠, 신한카드 등 CF 모델로도 얼굴을 알렸다. 그녀의 아버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곡 <손에 손잡고>를 부른 그룹 코리아나의 리더 이승규 씨다. 1986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이성민은 중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미국 캘리포니아 엘카미노대학에 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국내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입문하게 됐다.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산 기억이 별로 없어요. 아빠가 음악 활동을 할 때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세 식구가 함께 살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죠.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제가 외국으로 유학 가서 솔직히 아빠의 유명세를 몰랐어요.” 대학가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매우 솔직한 성격이었다. 주먹 만한 얼굴, 늘씬한 몸매, 크고 검은 눈동자 등 아름다운 외모가 단아하면서도 화사해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할 때의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 웃을 때 보이는 반달 모양의 눈매는 상대방의 기분까지 신나게 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최미란은 어떤 여자인가요? “미란은 식품 기업의 외동딸인데, 이 회사에서 실장으로 일하죠. 부잣집 딸들이 대개 그렇듯 차갑고 도도하고 ‘엣지 있고’ 세련되고 강한 이미지의 여인입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매우 따뜻하고 정이 많은 캐릭터예요. 말도 늘 부드럽게 하죠. 스무 살 때 대한의 과외 선생님이 되어 서로 사랑했던 사이입니다.” 이번 드라마로 <인연 만들기>에 이어 여주인공의 연적 연기는 두 번째인데요. 전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인연 만들기>에 나오는 혜림은 철부지에 가까워요. 부잣집 딸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살고, 못된 면도 있고, 속된 말로 ‘앙탈 부리는’ 스타일이죠. 반면, 미란은 좀 더 성숙한 사람이에요. 감정을 절제할 줄 알고, 카리스마도 있고, 좀 더 차가운 이미지에 가깝죠. 혜림은 오히려 귀여운 거예요. 사실 더 무서운 여인은 미란입니다.” 극 중 미란은 진이한의 첫사랑인데, 성민 씨 개인의 첫사랑은 언제인가요? “17살 때 미국에서 경험했어요. 상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한국인이었죠.” 극 중 미란은 결혼 6년차의 이혼녀입니다. 성민 씨는 이혼 경험은 물론 결혼 경험조차 없는데, 어떻게 미란을 연기할 생각이죠? “미란이 미혼모인 건 아시죠? 아이와 생이별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사실 없어요. 그러니 저나 미란이나 비슷한 점도 있죠. 아이를 낳아보진 않았지만, 육아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미란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무얼 해줄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고요. 그런 감정들을 생각해보면서 평소 저의 밝음을 가라앉히고 몸가짐과 생활을 미란처럼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 곁에 다른 상대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합니까? “원래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봐주는 사람이 좋아요. 사랑하는 사람 옆에 다른 여자가 있으면 포기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혜림이나 미란의 입장을 생각하면 놓치기 싫다는 생각도 자꾸 들어요. 원래 내 사람이었고 다시 한 번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감정이 치솟을 것 같거든요. 후회는 싫어요. 그러나 내 사람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김소은 씨와 연기·미모 대결을 펼칠 텐데, 부담감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미란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꾸 삼각관계에 놓이다 보니, 역할이 죽을까봐 걱정이에요. 일단은 캐릭터에 몰입을 많이 하려고 해요. 제가 배역에 푹 빠져야 소은 씨와의 연기 대결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머리를 자른 건가요? “네. 좀 더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싶었어요. 김소은 씨는 귀엽고 당찬 역할이잖아요. 반대로 강하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눈 딱 감고 잘랐죠.”
삭발 캐릭터가 들어온다면 할 수 있나요?
“절대 안 돼요. 단발로 자른 것도 눈물이 나오는 걸요. 왜냐면 서른이 넘기 전에 머리를 엉덩이까지 기르려고 결심했거든요.”
심혜림·최미란 모두 부잣집 딸입니다. ‘엄친딸’ 이미지 때문에 럭셔리한 역할에만 캐스팅되는 것 같군요.
“처음엔 미란이 아닌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제가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미란을 강력히 추천해주셨어요. 평소에도 ‘도시적이다’ ‘이미지가 강하다’란 말을 많이 들었죠. 그래서인지 가난한 역할엔 출연 제의가 전혀 안 들어오는 거예요. 저도 청순하고 화장기 없는 역할 정말 잘할 수 있는데 말이죠.”
나문희 씨 등 나이 지긋한 선배들과의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요?
“나문희 선생님이 아주 큰 역할을 하시죠. 일단은 연기파 선생님들께 연기를 배우고 싶어요. <인연 만들기>에서는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신이 별로 없어 아쉬웠거든요. 이번에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그래도 감정 표현이 어려운 역할이다 보니 선생님들께 많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성민 씨의 어떤 면을 어필하고 싶나요?
“카리스마 있고 엣지 있고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려고요. 눈빛이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성민이란 이름은 남자 이름 같으면서 연예계에 동명이인이 많습니다. 가명을 쓰라는 제안을 받은 적은 없나요?
“가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했죠. 슈퍼주니어 이성민 씨가 워낙 막강해서요(웃음). 그런데 딱히 마음에 드는 이름은 없더라고요. 또 가명은 왠지 내가 아닌 것 같고, 제 이름인 이성민을 알리고 싶단 욕심도 있고요.”
무남독녀라서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은데요?
“외로워서 미치겠어요(웃음). 겨울이고 남자친구도 없으니까요.”
이상형은?
“무조건 착하고 순수하고 자상하고 저만 예뻐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좋아요. 외적인 모습은 안 봐요. 배만 안 나왔으면 좋겠네요.”
예뻐서 ‘대시’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대시요? 물론 있었죠. 그렇지만 거절했어요. 왜냐면 같은 직업의 사람은 좀 부담이 돼서요. 상대를 알아가고 그러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은 제가 연예계 일을 그다지 오래 하지 않아서 부담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만나게 되면 어디에서 만나고 또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할지 난감하더라고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할 건가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할 수 있어요. 남 신경 안 쓰는 편이라서 카페에서 남자친구랑 손도 잡고 싶어요.”
연예인 중에서 이상형을 꼽는다면요?
“장동건 선배님과 비 씨요. 장동건 씨는 자기관리를 정말 잘해서 좋고요. 비 씨 역시 자기관리가 뛰어나고, 연기면 연기, 춤·외모 어느 하나 빠지지 않잖아요(웃음). 저는 자기관리를 잘하는 분이 좋더라고요.”
영화, 시트콤, 미니시리즈, 주말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일일 드라마까지 평면 매체는 모두 경험했는데, 앞으로 어떤 일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자우림처럼 기타 연주를 하면서 노래하거나, 이효리 씨처럼 댄스 가수로도 무대에 서고 싶어요. 연기를 하다 보니 많은 걸 해보고 싶은 거예요. 김아중 씨처럼 음악 관련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고요. 아무래도 아빠의 영향인 것 같아요.”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다른 미니시리즈를 검토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선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도 많이 배우면서 연기자 이성민을 알리고 싶어요.”
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