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호 김진성⁄ 2010.02.01 16:19:20
서민들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인 ‘미소금융’이 정식으로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기저기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모습들이 눈에 띄고 있다. 애초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금융 소외계층’에게 4.5% 정도의 낮은 금리로 대출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2월 15일 수원에 첫 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한 달 남짓 시간이 지나는 동안 대출 실적의 부진과 자금 확보 난항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미소금융의 현주소다. 과연 미소금융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을까? 대출받은 사람은 방문자의 0.2%, 금액도 500만 원 미만 전국에 있는 미소금융 지점은 총 21개(2010년 1월 18일 현재)다. 미소금융중앙재단과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과는 올해 상반기 내로 50개, 연내에 7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미소금융 대출 실적을 보면 과연 서민들을 위한 대출 시스템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5일 미소금융 운영 한 달을 맞이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만 3400명이 지점을 찾았으며 이 중 8100명이 상담을 받았다. 상담조차 받지 못한 5300여 명은 신용불량자이거나 개인파산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을 받는다 해도 대출로 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5660여 명은 신용등급이나 재산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하는 2차 심사에서 신용등급이 미소금융에서 정한 기준인 7등급 이하보다 높거나 재산보유액이 많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됐다. 결국 1월 15일 현재 전국의 미소금융 지점을 통해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미소금융 내방자의 0.2%인 24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500만 원가량의 소액 대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까다로운 대출 기준이 대출 실적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의 김승유 이사장(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사람만 대출 신청이 가능한데,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이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으로 대환을 하기 위해 미소금융을 찾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뒤 “대출 기준을 한꺼번에 완화해줄 수는 없지만, 시행 초기이므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2월 말까지 운용해보고 대출기준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출기준 낮추자니 부실운영 우려되고… 미소금융이 이토록 엄격한 대출기준을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소금융이 ‘무보증·무담보 대출’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면 자칫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을 신청하는 입장에서는 ‘창업자금의 50%는 자기 돈으로 준비, 신용도 7등급 이하, 보유재산 1억3500만 원 이하(대도시 기준, 기타 지역은 8500만 원 이하)’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접하게 되면 ‘과연 서민을 위한 대출이 맞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금융위는 고육책으로, 대출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서민이 미소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제2금융권을 미소금융에 참가시키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미소금융 출범 한 달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금융협회장들과 가진 오찬에서 “미소금융 사업에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 은행권 외의 금융업계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곧바로 제2금융권의 반발을 샀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속한 업체들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미소금융에 참여하라는 요청이 있으면 ‘우리는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기로 19일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미소금융 참가에 대해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는 이미 휴면예금을 이용한 소액보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위원장의 발표가 있은 뒤 업계들이 상황을 관망하는 중이기는 하지만, 보험사들이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한다면 업무가 중복되는 셈인데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저축은행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제2금융권의 미소금융 진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소금융에 참가할 정도의 규모가 되는 저축은행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다. 국내 중견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소금융은 개별 저축은행이 참가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뒤 “국내 저축은행 중 대형이라고 할 만한 곳의 자산규모가 9조 원가량이고 상위 10개 정도의 업체들이 1~2조 원가량인데 이 정도 규모로는 대출에 대한 자생력을 가진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사견임을 전제로 “아마도 금융 당국에서 제2금융권이 공동펀드를 구성해 진행했으면 하는 요구가 내포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전망한 뒤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이라면 지금 당장은 연합체 구성이 어렵더라도 서서히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연합체 구성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휴면예금을 이용한 소극적 서민금융 지원 등을 통해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저축은행의 본질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말을 맺었다. ‘미소’ 글자 들어간다고 다 미소금융 아냐 이렇듯 힘든 시간을 보내는 미소금융이 최근에는 ‘짝퉁 미소금융’의 등장에 다시 한 번 골치를 썩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발표한 자료에서, 미소금융이 서민들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미소캐피탈’ ‘미소펀드’ ‘미소론’등 ‘미소’라는 문구를 무단으로 사용한 대부업체 및 캐피털사들이 10여 개 이상 난립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포털에 ‘미소금융’ 키워드를 광고로 사용하는 업체 및 개인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온라인 광고대행사 등에 ‘미소금융’ ‘소액 서민금융’ 키워드를 포함한 타사 광고 게재도 자제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소금융은 수수료를 요청하거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SMS)나 이메일을 통해 대출을 권유하지 않는다”며 “미소금융에 관한 상담은 미소금융 지점(www.smilemicrobank.or.kr에서 확인 가능) 또는 콜센터(1600-3500)에서 가능하며, 직접 문의해 도움을 받는 것이 사기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서민들을 위한 소액대출’을 표방하는 미소금융이 출범 한 달을 맞이하면서 여러 곳에서 시행착오라고 할 만한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에 금융 당국과 미소금융 관련 업계 및 금융계의 협력을 통한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