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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 마친 조윤선 의원

“‘아픈 논평’은 해도, ‘미운 논평’은 안 한다는 게 내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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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5호 심원섭⁄ 2010.02.01 16:10:39

“2008년 3월 17일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집권당 대변인으로 임명받아, 세 분의 당 대표를 모시면서 1년 10개월 동안 축복받은 대변인 생활을 했다. 그동안, 아픈 논평은 피할 수 없더라도 미운 논평은 하지 말자는 신념으로 일해 왔다. 정치권에 난무하는 대변인의 거친 언어들을 조금이라도 순화해보고자 했다” “2002년 대선 이래, 여의도에서 일할 때마다 나는 늘 대변인이었다. 이제는 대변인이 아닌 ‘국회의원 조윤선’ ‘정치인 조윤선’으로서 ‘희망을 주는 정치인’ ‘닮고 싶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1월 10일, 665일만에 대변인직을 사임하면서 내놓은 퇴임의 변이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 타이틀은 전여옥 의원의 622일이었다. 조윤선 의원은 2008년 3월 17일 18대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대변인에 발탁돼 지난해 11월 29일자로 이 기록을 이미 갈아치운 바 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대변인으로 발탁되는 바람에 ‘얼굴마담’ 역할에 만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그동안 자신을 처음 임명한 강재섭 전 대표뿐 아니라 박희태 전 대표, 정몽준 대표까지 3명의 당 대표와 손발을 잘 맞춰왔다는 점에서 기우에 불과했다. 임명권자인 당 대표가 물러날 때 대변인도 함께 물러나는 정치권의 관행에 비춰 볼때, 3명의 당 대표와 함께 일을 했다는 점은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인정받은 셈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대변인으로서 조 의원의 장수 비결은, 우선 계파색이 엷어 당내 계파 논리에 크게 얽매이지 않다 보니 정부 여당의 정책과 목소리를 안정감 있게 전달할 수 있었음은 물론, 한국시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변호사 출신답게 전문성을 갖춘데다, 뛰어난 미모, 강한 친화력에 겸손과 성실성 등을 두루 겸비하여, 취재진의 평가도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다. 앞서 조 대변인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천거로 중앙선대위 공동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치권에 데뷔했다. 당시 공당 대변인으로서 여성이 기용된 사례는 처음이었고, 이후 여야 불문하고 여의도 정치권에 ‘여성 대변인’ 시대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출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나경원·전여옥 의원이 모두 대변인을 거치면서 검증된 능력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나란히 지역구 재선 의원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 의원의 정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조윤선 의원도 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라는 게 무엇보다 현실에서 유권자들과 만나면서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몸으로 부딪치는 지역구 의원으로서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조 의원은 “정당 대변인으로서 거시 정치를 많이 공부했는데, 앞으로 지역구를 맡아 직접 지역민들을 만나는 성실한 정치를 하고 싶다”며 “의원 신분으로 문화·교육·관광뿐 아니라 해외 투자 유치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1월 28일 오전 11시 의원회관 843호실 조윤선 의원실에서 가진 일문일답이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에서 물러난 소감은? “대답만 하는 대변인이 아닌, 함께 대화하는 대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최장수’라는 기록도 덤으로 얻은 것 같다. 그동안 대변인으로서 똑같은 이슈에 대해 당 대표, 원내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입장에 따라 다른 견해를 보이는 지도부 속에서 당의 적절한 입장과 좌표를 찍기 위해 ‘이런 식으로 당의 입장을 발표하려는데 어떠냐’며 끊임없이 설득과 조율을 했던 기간이었다. 2008년 3월 17일, 18대 총선을 불과 3주 앞두고 대변인으로 임명받아, 세 분의 당 대표를 모시면서 축복받은 대변인 생활을 했다.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을 한분 한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대변인으로서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장수 대변인’ ‘3선급 대변인’이라는 칭호는 좀 과분한데, 정치권에 난무했던 대변인의 거친 언어를 조금이라도 순화했다는 말이 가장 고마운 평가로 기억된다. 나는 변호사 시절에도, 법정에서 인신 모욕이라 느낄 만한 말과 글로 상대방을 짓밟으며 아무리 멋져 보이는 싸움을 하더라도, 결국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논평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로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민의 마음을 사서 최종적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굳이 비결을 찾자면 그게 아닐까 생각한다.” 야당으로부터 “조 대변인은 아픈 논평은 해도 미운 논평은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예전에는 ‘필참’이라 하여, 쓴 글로써 업을 짓는다고 했다. 특히 대변인의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기 때문에, 법대로 원칙대로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변인까지 싸우고 꾸짖듯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야당의 논리를 꼼꼼히 지적하면서도 실명을 거론하는 인신공격 등은 최대한 자제했더니 그런 평가가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의견은 달라도 서로 존중하며 함께 대화하고 만들어 나가는 대변인상을 세웠다는 평가를 듣고 싶었다.”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과 가장 보람되고 기뻤을 때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대형 이슈가 쏟아졌을 때가 가장 어려웠지만, 반면에 많은 것을 배우면서 보람도 느꼈다.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웠던 때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보람 있었던 일은 2008년도에 최영범씨가 시각장애인으로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내가 그 논평을 냈을 때였다. 나 자신이 사법시험을 공부한 변호사로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에, 그 분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힘내시라는 취지의 논평을 냈는데 그 논평에 대해 굉장히 많은 분들이 칭찬의 메시지를 보내주어 정말 많이 놀랐다. ‘여당 대변인이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다. 또한,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내가 4대강에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을 확인해서 ‘중앙당과 각 지역의 입장이 이렇게 다른 것 같다. 입장을 정리하여 예산을 빨리 심의하자’는 논평을 냈다. 그 논평을 보고 많은 언론인들이 ‘변호사로 오래 일했던 조 대변인이 할 수 있는 그런 논평이었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래서 ‘목청을 높이기보다 팩트를 가지고 얘기를 하면 누구나 싸우지 않고도 이기고 또 소리 없이 강한 대변인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총재의 선대위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대선 뒤 곧장 정치현장을 떠났다가 2008년에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02년 대선 때는 사실 정치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선거 태스크포스 팀에 합류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왔었다. 당시에 대변인을 무난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4년 총선에 지역구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당시에는 나 자신이 ‘아직 어리다,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법률가로서 경험을 더 쌓고 싶었다. 그래서 은행에 들어가 부행장을 맡아 일을 하면서 조직을 직접 관리하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다 보니 더욱 경험의 폭이 넓고 깊어진 것 같다. 입법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고, 직접 입법부의 일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낀 계기도 되었다. 2002년 대선 때 함께 일하면서 정치권에서 인연을 맺은 여러 인사들이 고맙게도 계속 연락을 해왔고, 모든 일에 때가 있듯,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이후 금융기관에 들어가 경제 일선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 정치현장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 향후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2002년 대선 이래 정치현장에서 조윤선은 언제나 대변인이었다. 이제 처음으로 대변인이 아닌 ‘국회의원 조윤선’ ‘정치인 조윤선’의 시작을 맞이한 만큼,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활동에 진력하면서 교육·문화·외교통상 등의 분야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할 분야를 찾을 계획이다.”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인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조 의원은 “‘충청도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절대로 대안을 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27일 정부에서 수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다. 충청도민의 여론이 돌아섰다고 보나? “세종시 수정안은 그 어떤 경우보다도 해결하기 위한 합의가 되어야 한다. 국회와 정당은 국민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우리 당 안에서도 국민을 대변하는 많은 견해가 있는 것이고, 건강한 정당이라면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대안이 나왔다. 원안은 우리가 그 내용과 경위를 잘 알고 있다. 대안은 지금 막 소개되어 그 내용이 정확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그런 연후에 원안과 대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장단점을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그런 논의를 하다 보면, 국민들은 어떤 점이 맞고 어떤 점이 그르다는 평가를 할 것이다. 원안이든 대안이든 그 어떤 것도 지금 있는 그대로 한 글자도 고치지 말고 최종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문제에서 ‘승패(勝敗)’란 있을 수 없지만, 우리가 세종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지가 ‘성패(成敗)’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내에서 논쟁 중인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어떻게 풀어 나가는 게 순리라고 보는가? “우선 세종시 문제가 당의 내분으로 비쳐져 갈등이 부각되는 식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세종시 원안 수정 등에 대해 당내 의견 충돌이 있지만, 이는 그만큼 한나라당이 건강하고 튼튼하다는 증거라고 본다. 이제 정부의 수정안이 마련된 만큼, 국회 내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최대 다수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일단 세종시의 대안이 정부에서 나왔으므로, 정부에서 마련한 대안을 놓고 대안과 원안을 아주 냉정하게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느냐이다. 세종시 문제는 국민도 찬성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도 찬성하는 그런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 문제로 마음이 상한 충청도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다 대승적으로 어떤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를 설득하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소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개혁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무엇보다도 6월 지방선거에 임하면서 어떻게 하는 게 한나라당에게 가장 좋은지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이나 제도의 개혁은 이를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는 정도면 족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국민과의 소통과 당내 화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어떤 점이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인지를 진단할 필요도 있다. 한나라당은 정당이지만 여당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정부 및 청와대와의 입장 정립이 어려운 점이 있다. 이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남겨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국정 운영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 어떤 것을 계속할 것이고 어떤 것을 수정할 것인지,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 중 어떤 것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에도 우리가 정권을 유지해야 하는지, 그것이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심과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등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그런 체제로 전환되리라고 본다.” 지역구 의원을 희망했는데, 희망하는 지역은 있는가?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은 아직 없다. 사실 대변인직은 거시적인 면에서 정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빨리 배울 수 있는 그런 자리인 것 같다. 언제나 당론이나 당의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아주 큰 이슈들에 대해서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현실에서 유권자들을 한분 한분 만나면서 일을 해 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다만 어느 지역을 콕 찍기 보다는, 그릇을 키우면서 경험을 쌓다 보면 기회가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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