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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의 세 가지 거짓말 알아야”

20일 넘게 단식하며 정운찬 총리에게 대정부질문한 양승조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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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56-157호 심원섭⁄ 2010.02.08 17:01:18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2월 4일로 21일째 단식투쟁 중인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이날 오전 삭발한 머리에 수염도 깎지 않은 수척한 얼굴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대정부질문에 나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몰아세우며 대립각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양 의원은 이날 한마디 한마디를 힘겹게 이어가면서도 정 총리를 ‘양파 총리’ ‘세종시 총대 총리’라고 몰아세우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정 총리도 “의원님의 단식에 마음이 아프다. 단식을 빨리 거두시고 건강을 추스르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품격 있는 의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적극 반격하기도 했다. 이에 양 의원은 “행정부처를 이전하면 나라가 거덜 날지 모른다”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미 과천에 7개 부처가 있고 계룡대에 3군 사령부가 있는데 나라가 거덜 난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로 충청권에서 표를 도둑질했다. 대통령직을 내놔야 한다”고 하야를 주장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양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끝낸 직후 바로 앰뷸런스에 실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의료진이 검사를 한 후 단식 중단을 권하고, 영양공급을 위해 수액주사를 놓겠다고 알렸지만, 양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단식 중에는 물과 소금 외에는 일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의 표시였다. 이에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이 상태로 방치하면 쇼크나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단식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수액주사를 맞을 것을 강권했다. 그러나 양 의원은 “그렇게 하면 단식을 하는 명분에서 밀리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한 나의 의지는 확고하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정신력으로 더 버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2월 5일 현재 22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양 의원은 세브란스병원 182병동 61호 병실에서 2월 5일 오전 11시경 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체중 12kg 줄어도 단식 계속 의지 밝혀 -오늘로 단식 22일째다. 현재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좋지 않다. 체중이 약 12kg 줄었으며, 10일차 전후로는 간 수치와 요산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의료진의 진단이 있었다. 19일차 되는 날부터는 부정맥(심장이 고르지 않게 뛰는 현상)이 나타나, 의료진이 단식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했다. 20일차부터는 기운이 없어 넘어지고 걷기가 힘들어져 휠체어를 이용하게 되었다.” -충남 지역에서는 양 의원이 유일한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이다. 단식이라는 물리적 방법이 아닌, 대화나 정책으로 대응할 방법은 없었는가? “충남 지역 국회의원 의석 10석 중 민주당 의원은 나 혼자뿐이다. 그러나 세종시 건설은 과거에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사안이고 건설 현장이 충남에 있는 만큼 내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20일이 넘는 단식투쟁을 물리적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리력이라면 다른 사람의 신체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단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총리, 한나라당과 원안 수정론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기 어렵다. 이전에도 대화는 많이 했다. 수정론을 주장하는 분들과 토론회와 공청회·간담회를 통해서 세종시 건설의 정당성·당위성·민주성 등에 대해 수없이 토론했지만, 그분들은 ‘행정 비효율’이라는 허구적 주장만 계속하면서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국가적인 과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화는 계속해갈 것이다. 세종시 원안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수정안이 가진 문제점·허구성을 밝혀내기 위해 대화할 것이다. 단식을 통해,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 공동화 치유를 위해서는 세종시 건설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나의 뜻이 확실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4일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강행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세종시 건설은 ‘행정 비효율’이라는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숲을 보는 정책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왜 잘못되었는지 따지는 일은, 세종시 백지화를 주장한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명되기도 전에 세종시 수정을 운운한 정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정부질문을 강행했다. 세종시 수정을 주장한 이명박 정부는 국론 분열의 책임을 져야 한다. 집권 초기에 광범위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열시킨 책임, 세종시 수정안으로 충청권과 비충청권을 분열시키고 세종시 특혜로 세종시를 블랙홀로 만들어 지방과 지방을 분열시킨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고향을 팔아 총리가 된 정 총리의 허수아비 노릇을 막아야 했다. 수도권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의 권력 다툼에 정 총리가 놀아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정부질문을 통해 세종시 원안의 장점과 수정안의 허구성을 국민 여러분께 낱낱이 밝히고자 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대기업 특혜, 관치경제,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잘못된 안이다. 세종시 원안보다 수정안이 훨씬 못하다. 기업 유치, 고용 창출이 악화된 안이다. 공장을 많이 짓겠다고 해서 공원·녹지율이 대폭 줄어들어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던 구상이 뭉개졌다. 주거 수준도 열악하게 변경됐다. 수정안에 이런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족기능에만 초점을 맞춰 마치 원안에는 아무 대책도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수정안이야말로 충청권에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국회의원, 정치인의 할 일이라고 본다.” -2005년에도 세종시와 관련해 단식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의 합헌 여부를 결정짓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날짜가 정해진 상황이라 아무 준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9일이라는, 시간이 정해진 상태에서 한 단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단식한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쉽게 포기할 리 없기 때문에, 단식을 언제 마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단식을 하고자 했고, 그렇게 20여 일이 훌쩍 지나갔다. 그때는 합헌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지금은 세종시 원안을 지키려는 마음뿐이다. 세종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야가 합의하고 법률로도 정해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즉 뒤로 후퇴하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는 점이 우울하고 가슴 아프다.” “정 총리는 세종시로 연못에 묶인 용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행복도시 특별법을 백지화하려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정권의 노림수는 두 가지다. 첫째는, 행복도시특별법을 폐지하면 세종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 수도권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수도권에 더 많은 인구가 집중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몰릴 것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의 강화다. 수도권에 정치 기반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그 정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 같다. 수도권의 정치적 기반이 강화되면 향후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그들만의 권력을 유지하고 재창조하려는 아주 고약한 정략이다. 다른 하나는, 세종시 원안을 지키려는 정치 세력을 색출해내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 내의 소위 ‘친박계’ 의원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려 한다고 본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한나라당 내에서 대립과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세력 가르기의 방법이다.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국회의원은 찬성 또는 반대의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되면, 중립지대에 있는 의원들도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친박 세력과 친이 세력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것이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것이 통과되는지에 상관없이, 한나라당 안에서 정치적 숙청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총대를 왜 충청 출신인 정운찬 총리가 멘다고 보나? “정 총리는 국무총리가 되기 전까지 학자였다. 그러나 강력한 대선 잠룡으로도 분류되어왔다. 친이 세력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잠룡을 제거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와 정책 방향이나 노선이 전혀 다른 인물인 정 총리를 전격 기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용을 연못에 가둔다는 전략이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유비를 부하장수로 삼아 유비의 품은 뜻을 펼칠 수 없도록 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정 총리가 바로 연못에 갇힌 용 신세가 아닌가 한다. 정 총리에게 세종시 문제를 맡긴 이유는, 세종시 수정안이 성공하면 수도권 정치 기반 강화에 성공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득이 발생하고, 실패하면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 논란의 책임자로 또는 ‘매향노’로 낙인찍혀 향후 그의 정치생명은 끝나게 된다. 대선 잠룡을 제거하는 참으로 고도의 책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열린 여권의 고위 당정회의에서 세종시 법안을 3월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저지하는 수밖에 없다. 단식을 마치고 입법 투쟁의 채비를 갖추려고 한다.” -만약 정부 여당에서 계속 밀어붙인다면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가?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입법예고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언젠가는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국론 분열의 원인인 세종시 수정안을 매듭짓는 일이 국력을 아끼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정부도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 논란은 정리되리라고 전망한다.” “단식하는 사람에게 만찬 초청장을 보내다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나 친박계 의원들과 연대할 의향이나 계획은? “박근혜 전 대표가 신뢰·약속에 대해 요즘 자주 이야기하는데, 옳은 말이다. 정치는 국민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을 위해 ‘연대’가 필요하다면 마다할 리 없다.” -정 총리가 왜 단식 중인 양 의원을 만찬에 초청했다고 보나? 어떤 술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작년 10월에 인사청문회를 했으니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3개월도 넘었다. 새삼 이제 와서 만찬을 하자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난다. 최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반대 여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누구든지 만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만찬에 초대하려는 숨은 뜻은 만찬을 빙자해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하려는 것이다. 특히 나는 세종시 원안 사수를 위해 총대라도 메고 나서는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이기 때문에 더 만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초청장을 받은 날이 1월 28일이었으니까, 단식한 지 14일째 되는 날이었다. 단식을 하는 줄 몰랐을 리가 없다. 내가 단식하는 줄도 몰랐다면, 총리실이 총리 보좌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총리실장부터 문책할 일이고, 부하직원을 장악하지 못한 정 총리의 잘못이다. 단식하는 줄 알았다면 그런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만찬이 필요했다면 다른 날을 잡아 초청장을 보내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초청의 이유도 인사청문 뒤풀이가 아니라 다른 주제로 잡아야 옳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혁신도시 분양가 인하 정책이 재탕 정책이라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세종시 수정안은 3.3㎡(평)당 227만 원에 조성된 토지를 대기업에게 36~40만 원에 주겠다는 파격적인 대기업 특혜안이다. 이 안이 혁신도시·기업도시 지역의 반발에 부딪히자, 세종시 수정 추진에 따른 역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전국의 혁신도시 분양가 역시 14% 인하하고, 지방 산업단지는 최대 20%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형지 공급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10년 1월 6일 국토해양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도시기획과가 본 의원에게 제출한 <혁신도시 각 지역별 평균 용지 분양가> 자료에 따르면, 울산 혁신도시는 평당 297만 원, 대구는 284만 원 등이었는데, 이 분양가는 “자족기능 제고를 위해 사업 시행 초기에 대비하여 14.3% 인하된 목표 분양가격”으로 돼 있다. 이미 14%를 인하한 가격이었다는 말이다. 2010년 1월 현재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자료 자체가 이미 14% 정도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자료인데, 정부는 혁신도시 토지 분양가를 별도로 14%를 인하하여 혜택을 주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14% 인하한다고 해도 혁신도시의 분양가는 세종시의 8배가 넘는다. 둘째, 혁신도시·국가산업단지의 인하된 분양가는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정부의 방침대로 혁신도시의 분양가를 14% 인하하면 대략 2조4000억 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수입 감소에 따라 적자가 발생하면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세종시의 땅을 재벌에게 헐값으로 매각해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할 돈이 자그만치 7~8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밝힌 바 있다. 부자에게는 세금혜택을 주고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세금폭탄을 안겨주는 이명박 정부다. 셋째, 전국적으로 동일한 혜택을 주면 역차별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세종시는 기업에게 주는 혜택이 사라져 세종시 수정안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수정된 세종시는 유령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혁신도시와 국가산업단지의 토지에 세종시와 유사한 할인 혜택을 준다면, 그동안 정부가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은 세종시 특혜는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혜가 없는 세종시에 어느 기업이 입주하려고 할까? 아마 없을 것이다. 혜택이 없으면 세종시에 입주하려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주장해왔다. 그런데 역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정부가 동일한 혜택을 전국적으로 준다면, 세종시에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즉흥적으로,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딜레마가 발생한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수립한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톱니바퀴가 물리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진행되던 작업이 그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세종시 원안 수정에 따라 온통 삐거덕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그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감추기 위해서 대통령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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