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알몸 졸업식’ 사태 이후 “교육 문제를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는 등 교육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이스트 교수, 중앙대 교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거친 교육 전문가로서 최근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에 연임된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을 만나 교육 문제, 세종시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특히 주목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공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학교장에게 학교 운영 자율권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만 몰입하지 말고,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다. 교사는 교육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개혁의 주체다.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교사의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 교장에게는 교과 과정 편성권, 교사 임명권 등 학교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대폭 부여해야 한다. 교원평가제가 이뤄져야 하고, 입학사정관제도 순조롭게 정착돼야 한다. 현행 사학법은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을 무시하고 사학을 육성보다는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창의적인 인재가 배출될 수 있도록 사학법을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사학진흥육성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최근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견해는? “대구·경북 시도 교육청 국감에선 ‘대구 지역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 중 성범죄 비율이 4.57%로 전국 평균 1.2%보다 4배 가까이 높은데도 성교육 시간은 7.5시간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 폭력 중 성과 관련된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는 너무 부족한 게 문제다. 교육개혁에 이런 문제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은 어떠한 것인가? “경남 교육청 국감에서 ‘초·중·고 전교생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에게 무료급식을 확대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돈 있는 가정의 학생에게까지 무료급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과적 평등은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기회의 평등이 아니다. 공동생산하고 공동분배하는 것과 정신적 맥락을 함께 하는 사회주의적 사상이다. 학부모들이 무료급식에 무조건 찬성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무료급식 예산이 증가하면 교육청 예산이 줄어들고, 그러면 교육 여건 개선과 복지를 위한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남의 올해 무료급식비 1250억 원은 지난해의 770억 원보다 500억 원가량 증액되었다.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 시정을 요구했다. 강원도 교육청 국감에서는 ‘학교 정보 공시 오류율이 초교 31%, 중학교와 고교 각각 38%로 부정확하거나 정보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감에서 ‘사립대학들은 입학전형료 수입의 42~44%를 입학철 학교 홍보비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27개 대학은 2009년도에 전형료 수입의 100%를 초과해 홍보비로 사용했다.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학교 홍보비가 높은 전형료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원안과 수정안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나? “올해 2월 9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행정수도 분할 방안은 국토 균형발전에 바탕을 두거나 수도권 과밀 해소책이 아니라, 정치적 득표 전략에서 시작한 정략적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전형이다. 월요일 아침이면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로 대전 KTX 역은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반대로, 금요일 저녁에는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로 또 역에 사람이 넘쳐난다. 행정부처를 이전해도 수도권 과밀 해소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 둘째, 세종시 원안인 행정수도 분할(안)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주요 언론사들이 행정수도와 관련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04년 10월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개헌을 해서라도 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은 30%에 불과하고, ‘수도 이전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은 66%나 됐다. 2004년 12월 매일경제·TNS 공동조사에서도 ‘행정중심도시 찬성’ 28.6%, ‘행정수도 백지화’ 38.5%, 교육과학중심도시 찬성’ 29.6%였다. 행정중심도시 찬성은 28.6%에 불과했지만, 행정수도 백지화와 교육과학중심도시를 찬성하는 응답을 합하면 68.1%에 이른다.
또한 여야 합의로 세종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고 하지만, 2005년 3월 2일 당시 본회의 동영상 어디를 봐도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나라당 121명 중 22명만이 참석해 찬성 8명, 반대 12명, 기권 2명이었다. 이게 어떻게 여야 합의인가. 셋째, 지난해 7월 1일에서 12월 30일까지 대전 7개 외청 청장의 서울 출장 현황에 자료 따르면, 공휴일을 제외한 근무일 130일 중에서 평균 50%(65일), 최대 79%(103일)까지 서울 출장을 갔다. 청장이 대전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집행 부서인 외청 기관이 이런 상황인데, 정책 부처 장관이 세종시에 있을 수 있겠나. 대통령·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가야 하고, 국회 회의에 출석해야 한다. 언제 세종시에 가겠나. 행정의 비효율, 예산 낭비가 아니고 무엇인가. 화상회의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충분한 대면회의를 가진 후 화상회의로는 사실 확인이나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점검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화상회의의 활용 실적도 2003년 3월∼2009년 9월까지 1.7%에 불과하다. 중요한 회의를 어떻게 화상회의로 하나. 말도 안 된다. 넷째, 통일 조국의 미래를 생각해도 수도 분할은 시대역행적인 이야기다. 금년 1월에 독일을 방문했다. 국회의원 겸 환경부 차관 등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행정수도가 나눠져 있는 것은 비효율이자 예산 낭비라고 했다. 독일 통일 후 본에 소재하고 있는 6개 독일 정부 부처는 제2사무소를 베를린에 두고 있고, 장·차관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들은 거의 베를린에 와 있다고 했다.” -세종시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이 좋다고 보나? “행정수도 분할이라는 비효율적 행정은 천문학적 기회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행정부처를 이전하면 인구 과밀이 해소되리라는 논리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과거의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의 약속을 지키기보다는 잘못된 정책은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들 간에 끝까지 노력하되, 그래도 안 되면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발전 방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해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올해 대표발의한 법안은 어떤 것인가? “과학기술 인력의 사기를 진작하고 처우를 개선하며 나아가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을 유도하기 위해 과학기술인의 정년을 법률로 규정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자격 및 직급 이상의 이학·공학 분야 연구직에 종사하는 직원의 정년을 65세로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유치원’이라는 용어를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대표발의했다. 유아 대상 교육기관을 학교로 규정한 교육기본법의 취지를 살리고 초·중·고 및 대학교와 교육 체제를 맞추는 한편,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에 요구한 것은? “IT(정보통신) 분야의 세계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국가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제2의 정부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가 행안부·방통위·문체부·지경부 4개 부처로 분산되면서 IT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통일비용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 피터 벡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향후 30년 간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을 한국의 80% 수준까지 올리는 데 최소 2조 달러(약 2300조 원)에서 최대 5조 달러(약 5800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민 한 사람이 향후 30년 간 매년 153만 원~383만 원씩 분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금년 1월 초에 방문해 보니, 독일은 개인 소득의 5.5%로 통일세를 걷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통일에 대비해 기금 도입 등 통일비용 준비가 필요하다. 농어촌 소외 지역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에는 공기업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농어촌 소외 지역에는 도시가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도시가스보다 비싼 LPG 가스통을 구입해 쓰거나, 경유 같은 다른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더 비싼 연료를 사용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현상이다. -한나라당 중앙위 의장으로서 향후 활동 방향은 무엇인가? “중앙위원회는 1만4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나라당 최대 직능단체다. 한나라당과 사회 각계각층 사이에 교량 역할을 맡는 기구이며,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정책과 노선을 바로 알리는 일도 맡고 있다. 또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당 정책 입안과 정부 정책 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선거,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국민과 한나라당의 희망이 되는 중앙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6·2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지역구인 경남 통영·고성 지역 공천에 대해 지적할 사항은? “정개특위가 논의 중인 선거 관련 법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공천은 4월 중순 전후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천 기준은 ▲당선 가능성 ▲성실성 ▲행정 수행 능력 ▲정당 기여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돈을 만지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하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행정 수행 능력을 가져야 한다. 또한 시민과의 긴밀한 팀워크 아래 통영과 고성의 발전을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당에 대한 기여도도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이다.” -지역발전 예산 확보 내역이 궁금하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예결소위 위원들에게 한산연륙교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고, 기획재정부 장·차관을 여러 차례 만나 협의해 올해 국토해양부 예산에 한산연륙교 사업을 위한 경남 통영권 교통체계 연구용역비 10억 원을 확보했다. 한산도는 한산대첩의 혼과 정신이 깃든 곳이다. 한산연륙교가 놓이고 해상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한산도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해양관광의 메카가 될 것이다. 통영국제음악당 건립예산 40억, 수산물 유통시설 10억, 한산대첩 병선마당(이순신 광장) 20억, 경상대학교 통영캠퍼스 실습동 20억, 고성오광대 전수관 10억, 친환경농업연구센터 20억 등 통영·고성 지역의 현안과 관련된 예산을 총 130억 원 확보했다. 중소기업청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육성 사업에 통영 서호시장이 최종 선정되게 했다.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해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상인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다. 서호시장은 전체 면적 1100㎡의 부지에 총 83억 원이 투입된다. 6층 규모의 문화공간 시설을 건립하고, 건물 안에 전통시장 박물관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일부 조선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산업의 전망과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해 한국의 대형 조선소 11곳에 1차 5조, 2차 4조5000억 등 총 10조 원에 가까운 금융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조선사에 대한 선박 제작 금융지원액 7조7975억 원 중 대형 7개 조선사에 83%(6조4841억 원)가 지원된 반면, 중소 조선사에는 17%(1조3133억 원)만 지원되었다. 현재 울산 및 남해안 일대, 서해안 3면에 걸쳐 중소형 조선소들이 있다. 중소형 조선소를 건실한 업체와 부실업체로 구분해 옥석을 가려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중소형 조선소 중 건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의 유동성을 원활하게 해줘야 중소형 조선소가 살아날 수 있다. 중소형 조선소는 대형 조선소의 기초·기반이 된다. 중소형 조선소가 튼튼하지 않으면 대형 조선소도 상당히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는 중소 조선소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북 관계 경색의 장기화에다, 지난 1월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 중 구직이 힘든 계층을 포함한 취업애로 계층이 220만 명(기획재정부와 통계청 집계 자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와 경제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나는 국민을 믿는다. 우리 국민은 역사가 입증하듯 위기 때마다 한마음 한 몸으로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해온 저력 있는 민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