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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옥주현을 어머니로 모십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18세 청년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 김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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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1호 이우인⁄ 2010.03.16 19:02:02

“쉬카네더의 노래만큼은 대구 관객 반응이 서울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유명 연예인이 많이 나오니 호응도 더 좋고요.”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김승대(29)는 자리에 앉자마자 뮤지컬 <모차르트>에 대한 지방 공연의 반응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인기 높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2006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데뷔한 김승대는 올해로 뮤지컬 인생 5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그는 <인당수사랑가> <햄릿> <사랑은 비를 타고> <로미오 앤 줄리엣> <두드림 러브 시즌2> 같은 인기 뮤지컬에서 주연과 비중 있는 조연을 맡으며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 자리를 굳혔다. 대작 뮤지컬 <모차르트!>로 올해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김승대. 그는 공연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마다 등장해 웃음을 줬다. 많은 관객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흡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김승대에게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가 연기한 쉬카네더에게서 인생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인물을 만들어 그 인물의 인생을 보여주는 연기는 나름 자신이 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쉬카네더는 그 사람의 인물이나 인생·사상·관념이 보이는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가 극에 기여하는 것은 속된 말로 ‘관객 환기’라고 할 수 있어요. 졸릴 때쯤 나와서 관객의 잠을 깨우는 역할 말이죠. 때문에 절 아는 분들은 쉬카네더가 ‘김승대와 맞지 않는 배역이다’라며 아쉬워했어요.” 그러나 <모차르트!>를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은 있단다. 바로 관객과의 호흡이다. 정극과 정석 연기를 고집해온 김승대는 가벼운 애드리브조차 인정하지 않는 융통성 없는 배우였다. 그랬던 그가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큰 임무인 배역을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승대는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고, <모차르트!>의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차기작으로 4월에 야심차게 내놓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 알버트 역으로 캐스팅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몬테크리스토>는 프랑스 대표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본에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입힌 작품이다. 흉계로 감옥에 억울하게 수감된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가 탈옥한 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가명으로 신분을 숨기고 복수하는 이야기다. 국내 최초 공연인 이 작품에는 국내 굴지의 스태프가 참여하고, 류정한·엄기준·신성록·옥주현·차지연·최민철·조휘·조원희·이용근·김승대·전동석·조순창·장대웅·한지연·이미경 등 스타성과 노래 실력·연기력을 골고루 갖춘 뮤지컬 스타가 대거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승대가 연기할 알버트는 남녀 주인공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메르세데스의 아들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고 우상으로 섬기나 백작이 자신을 속인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뒤마의 소설 <삼총사> 주인공 달타냥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모차르트!>의 지방 공연과 <몬테크리스토> 연습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승대와 뮤지컬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보따리를 푼 김승대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활달한 손짓과 표정에서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져 엔도르핀이 돌았다. -올 초 <모차르트> 공연에 이어 <몬테크리스토>로 바쁜데, 힘들지 않나요? “원래 저는 한 작품에만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두 작품 모두 너무 좋은 작품이라서 욕심이 났어요. 또 저를 원하는 분들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죠. 무리한 스케줄이긴 하지만,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읽었습니까? “뒤마의 팬이기 때문에 당연히 읽었지만, 뮤지컬 때문에 다시 한 번 읽었어요. 영화도 봤고요. 뒤마의 작품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죠. 때문에 극본만 따라가도 훌륭한 뮤지컬이 될 거라 믿어요. 연출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가 뛰어나고요.”

-알버트는 어떤 인물인가요? “뮤지컬에서는 가변성이 있는 인물이라서 확실히 정의할 순 없어요. 기본적으로는 젊은 몬테크리스토라고 보면 됩니다. 단테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왔을 때 그의 젊은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인물이거든요. 몬테크리스토와 알버트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곡이자 장면이죠. 알버트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요’라고 노래하면, 몬테크리스토는 ‘여자들은 다 그런 거야’라면서도 메르세데스와 자신의 순수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굉장히 잔잔한 노래이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죠.” -18살의 젊은 청년을 연기하는 게 곤혹스럽지는 않나요? “정말 부담스러워요. 저보다 어린 신성록 씨와 조휘 씨가 제 아버지 역이라니 기가 막히죠. 어머니 역 옥주현 씨와는 동갑이고, 2살 어린 차지연 씨 역시 제 어머니예요(웃음). 저와 더블 캐스팅된 전동석 씨는 나이가 어려 그냥 연기해도 어울리지만, 저는 억지로 만들어야 하니 힘들죠.” -알버트가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원작보다는 등장 신이 늘어날 테지만, 극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알버트가 몬테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의 사랑을 이어주는 큰 개체라는 겁니다.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아 아쉽네요.” -배역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지금은 알버트가 어떤 인물인지를 이성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아직 감성을 몸에 옮길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차르트> 이상으로 스타성과 가창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그에 따른 부담감은 없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들처럼 노래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기 때문이죠. 제가 뮤지컬에서 지금까지 남을 수 있는 이유는 감정이나 상태를 음에다 잘 싣는 배우기 때문이라고 팬들이 그러더군요.” -<몬테크리스토>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대본상으로 볼 때 알버트에게 큰 인생은 없어요. 저는 이런 알버트의 인생이 보이길 원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잡고 있습니다. 근데 전사(前事)가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정말 힘들어요. 저더러 살을 깎아서 만드는 배우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만큼 캐릭터 하나를 만들면 병신이 되는 사람이 저거든요.”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제 꿈은 영화와 연극을 하는 배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뮤직 비디오가 됐건, CM송이 됐건, 매체마다 다른 체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연기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솔직히 뮤지컬은 제 머릿속에 없는 매체였어요. ‘대학교(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전공)에서 주연으로 이름을 날린 내가 왜 하찮은 뮤지컬 따윌 해?’라는 거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대학교 친구가 뮤지컬 오디션에 지원하면서 제 원서까지 같이 냈어요. 그 친구는 안 되고, 제가 붙었고요. 그게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예요. 붙은 김에 뮤지컬이나 경험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래 실력은 타고난 건가요? “제가 노래를 잘한다고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그런데 저는 노래의 기본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저의 노래 선생님은 죽마고우인 (박)은태가 유일하죠. 저는 은태의 연기 선생이고요. 우리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예요. 관객들이 은태가 타고났다고 말하는데요,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훈련을 통해 정확한 음과 호흡을 완벽하게 계산하는 친구랍니다. 제가 그의 10분의 1만 연습했어도 지금보다 실력이 훨씬 나아졌을 거예요.”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큰 전환점을 준 작품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대중의 이목을 가장 많이 집중시킨 역할은 초연인 <햄릿>의 레어티스라고 생각해요. 그때 많은 분이 저를 알게 됐죠. 같은 작품에서 다른 배역을 맡는 일은 거의 없다는데, 저는 <햄릿>에서 레어티스와 햄릿을 모두 연기한 배우입니다.” -그동안 맡은 역할 중 자신과 가장 닮은 배역은 뭘까요? “모든 배역이 제 안에 있습니다. 티볼트 같은 면도 있고, 햄릿처럼 자기 무덤을 파는 부분도 있어요. 현대극으로 볼 땐 동현(사랑은 비를 타고)과 가장 닮았고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요? “어떤 역이든 상관없어요. 악역이 잘 안 들어오는데, 악역도 좋아해요. 사연이 있고 그 인생을 보여줄 수 있는 악역이면 좋겠어요.” -<몬테크리스토>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해 한 해 한국의 문화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관객의 관람 센스나 매너를 보면 수준이 정말 높아졌죠. 하지만 관객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배우들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관객들의 치밀함과 섬세함이 적지 않은 부담을 주거든요.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들 중에는 배우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싫다는 분도 꽤 있어요. 인격모독적인 내용도 있고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말씀들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관객들이 그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번 기회에 꼭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독자에게도 인사해주세요. “저는 프로이기 때문에 무대에 섰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요, 잘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릅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미친 듯이 하면 언젠가는 잘하는 배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무대에 올라갔을 때 철저하게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신조로 제가 맡은 인물에 1분 1초라도 방관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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