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2TV에서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 주말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막내아들 송미풍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지창욱(23)이 이번엔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다. 그는 5월 12일부터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쓰릴 미>에서 ‘그’ 역으로 캐스팅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는 타고난 외모와 말재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19세 청년이다. ‘그’는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해 있으며, 스스로 남보다 뛰어난 인간이라고 여기는 인물이다. 지창욱은 김무열·최지호·조강현과 번갈아가며 ‘그’를 연기할 예정이다. 라이선스 뮤지컬 <쓰릴 미>는 부유한 가정의 촉망받는 엘리트로서 어린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는 ‘나’와 ‘그’가 등장하는 남성 2인극이다. 한국에서는 2007년 3월에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초연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가볍고 화려하기만 한 국내 뮤지컬들 사이에서 <쓰릴 미>는 파격 그 자체였다. 동성애·유괴살인 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 뮤지컬을 즐기는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의 무모하지만 자신감 있는 도전 <쓰릴 미>는 2인극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역할이 절대적인 작품이다. 연기력은 물론 가창력·집중력은 <쓰릴 미> 배우의 필수 조건이다. 류정한·김무열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뮤지컬 배우들이 <쓰릴 미>를 거쳐 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무대 경험이 부족한 지창욱의 선택은 무모할 정도다. 드라마와 영화 몇 편이 그가 채운 연기 경력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2007년에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일주일 동안 출연한 <불과 얼음>이 고작이다. 노래 실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뮤지컬에 출연한다니깐 제 펜들도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솔약국집 미풍이가 뮤지컬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노래나 제대로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요.”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창욱은 뮤지컬 출연에 스스로도 걱정이 많이 되는 듯 조심스러워 보였다. “평소 뮤지컬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솔직히 <쓰릴 미>란 작품은 잘 몰랐어요. 처음에 공연의 대본과 자료를 봤을 땐 캐릭터조차 이해할 수 없었고요.” 그러나 연습을 하면서 상대 배우와 연출·스태프·피아노 반주자를 믿게 됐고, 자신이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설레고 기대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지창욱의 얼굴에선 자신감이 번뜩였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배우 지창욱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쓰릴 미>에는 어떻게 캐스팅됐나요? “친한 학교 선배가 <쓰릴 미>의 제작사 뮤지컬해븐의 관계자를 소개해줬어요. 음악감독님을 뵙고 노래를 했는데, 운 좋게도 캐스팅된 거죠.” -더 쉬운 뮤지컬도 있을 텐데, 어려운 뮤지컬 <쓰릴 미>가 부담되진 않았나요? “처음엔 부담됐지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배우의 욕심이 작용했나 봅니다. 2인극에도 큰 매력을 느꼈고요.” -‘그’는 타고난 외모와 말재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인물입니다. 지창욱 씨와 닮은 점은 뭐가 있을까요? “잘생긴 외모나 이미지는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그렇지만 ‘그’와 저의 캐릭터는 많이 다르죠. 일단 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잘난 아들)도 아니고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그’란 인물을 이해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어요. 아직도 ‘그’의 전부를 이해할 순 없지만, 공연 전까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스스로 ‘그’처럼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나요? “자신감인 것 같아요. 못하는데도 자신감은 늘 있거든요.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도 연기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고요. 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신감이 없다면 재미만으로 이 일을 계속할 순 없겠죠. 언젠간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있고요.”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둘째 형 이필모 씨가 뮤지컬 배우로도 활약했는데요, <쓰릴 미> 출연에 대해 어떤 조언을 구했나요? “조언까진 아니고, ‘뮤지컬에 캐스팅됐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꼭 보러 가겠다’ ‘(뮤지컬 출연을 결정하길) 잘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됐고요.” -이번이 두 번째 뮤지컬인데요, 첫 출연 뮤지컬 <불과 얼음>(2007)은 어떤 작품이었나요?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단체가 있는데, 그곳에 소속된 극작가와 작곡가들이 단막극 형식으로 올린 뮤지컬 중 하나가 <불과 얼음>이었어요. 우연히 오디션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일주일 정도 공연했죠. 정말 많이 혼났어요.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마음 자세도 잘못된 상태에서 참여했으니까요.” -학교(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전공)에서는 무대에 선 적이 있나요? “대학교에선 영화부 선배들을 쫓아다니느라 단편영화를 많이 했거든요. 단편영화에 재미를 붙여 촬영을 다니다 보니 공연을 많이 못 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 지창욱은 어떤 학생이었죠? “1학년 땐 많이 놀았어요(웃음). 학교에선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착각했거든요. 실기 수업보다 이론 수업이 더 많은 데 실망했기 때문이죠. 정신을 차린 건 1년이 지난 뒤였어요. 대학교에 들어갈 때 집안의 반대가 심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도 놀기만 하는 저를 보고 부모님께 무척 미안했어요. 정신을 차린 뒤에야 학교에서도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앞으로도 뮤지컬과 방송 연기를 병행할 생각인가요? “방송이나 영화·연극 등의 연기에 경계는 있지만, 저는 딱히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시스템의 차이일 뿐 본질은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이기 때문에 뮤지컬도 쉽게 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부담은 있어요. 눈치도 많이 봤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그 역할 때문에 모범생·소년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미지 때문에 고민하진 않나요? “아직은 제 이미지에 대해 걱정하진 않아요.”
-매우 거침없고 솔직한 성격인 것 같습니다. ‘짐승남’이라고 표현한 모 매체의 인터뷰 기사도 봤는데요, 실제 지창욱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웃음). 저는 짐승남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보통의 대학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평소 악성 댓글이나 악담에는 상처를 받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엔 다른 사람의 반응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솔약국집 아들들>을 할 땐 1회가 방송된 다음에 (시청자의 반응이) 무서워서 일부러 인터넷에도 안 들어갔거든요. 제 연기가 스스로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솔약국집 아들들>을 하는 동안 심한 욕을 하는 분은 없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는 덤덤해요. 만약 안 좋은 게 있어서 안 좋게 봤으면 ‘그런가 보다’ 해요. 저는 저니까요. 심리적으론 흔들리겠지만, 금방 까먹어요.”
-영화 <고사2>에도 캐스팅됐는데, 영화 속 ‘수일’은 어떤 인물이죠?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에요. 수일은 공부를 잘하고 욕심이 많은 아이예요. 자기가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데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친구죠. 콤플렉스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요. 극 전체적으로 보면 악역이지만, 제겐 악역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캐릭터랍니다.”
-황정음·유시윤·티아라 지연 등 또래 배우들과 연기해서 즐겁죠?
“아직 잘 모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솔약국집 아들들>을 할 때도 형님들과 연기해서 좋았어요. 가장 막내라서 가장 편한 사람이었죠.”
-공포물은 좋아하나요?
“솔직히 공포는 안 좋아해요. 귀신을 굉장히 무서워해서요(웃음). 그래도 내가 찍은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요.”
-배우들은 내면이 살아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단 말을 많이 하는데, 내면이 살아 있는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생각합니까?
“작품을 떠나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가슴도 따라가야 하지만 치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배우 말이죠.”
-꼭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나요?
“없습니다. 무언가를 정해 두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이든 모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어요.”
-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