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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 소지섭’이 바로 저예요!”

뮤지컬 <달콤한 인생>과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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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1호 이우인⁄ 2010.05.24 15:11:34

뮤지컬 <달콤한 인생>이 7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된다. 이 뮤지컬은 2008년에 MBC-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달콤한 인생>(연출 김진민, 극본 정하연)을 원작으로 만든 일명 ‘드라컬’(드라마+뮤지컬)이다. 드라마는 방영 당시 불륜과 자살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화제가 됐다. 오연수·이동욱·정보석·박시연 등 네 주인공의 연기에 대한 찬사는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도 끊이지 않았다. <달콤한 인생> 앞에는 ‘명품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탄탄한 대본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드라마가 뮤지컬 무대 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의 입맛을 사로잡을까, 자칫 뮤지컬이 드라마가 쌓은 명성을 무너뜨릴 우려는 없을까 등 여러 궁금증과 의문이 교차한다. 특히 이동욱을 뛰어넘어 ‘이준수’를 연기할 뮤지컬 배우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이동욱에게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남자가 있다. 바로 뮤지컬 배우 김진우(26)다. 김진우는 뮤지컬 <올슉업> <캣츠> <그리스>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뮤지컬 스타. 지난해에는 영화 <비상>으로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6월에는 소지섭·김하늘·윤계상 주연의 MBC 수목 드라마 <로드 넘버원>(연출 이장수·김진민, 극본 한지훈)에서 김하늘의 오빠 ‘김수혁’ 역할로 TV 데뷔도 앞두고 있다.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배우가 가진 개성과 매력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이동욱 씨와) 다른 준수의 모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또한 뮤지컬 쪽이 음악 때문에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우려와 달리 배역에 흡입이 잘 돼서 정말 잘 소화할 자신도 있고요(웃음).” 대학로의 한 야외 카페에서 만난 김진우는 드라마에서 이동욱이 연기한 이준수를 상상하고 뮤지컬을 보러 올 일부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유의 당당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했다. 준수 역이 배우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줄 역할이란 생각에 이번 뮤지컬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진우. 무대 위 승부에서 남김 없이 실력을 보여준 그가 무대와 TV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 기대된다. 드라마 하랴, 뮤지컬 하랴, 바쁜 김진우를 붙잡고 뮤지컬과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과 그의 계획 등을 물어봤다. -드라마 때문에 뮤지컬 연습과 공연에 지장은 없나요? “뮤지컬에 집중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하긴 해요. 그렇지만 캐릭터를 더 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습니다. 김수혁이나 이준수 모두 야심과 욕망이 있는 면에서는 비슷한 역할이거든요.” -이준수 역은 그동안 진우 씨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난해한 캐릭터로 보이는데요. “야심으로 가득 찬 비상한 머리를 가진 한편, 사랑에는 순애보적인 이중적 캐릭터인데다가, 극 자체가 회상과 현실을 넘나들기 때문에 관객이나 배우 모두에게 난해할 수도 있는 역할이고 작품입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섹시하고 순수한 캐릭터도 아니기 때문에 관객에겐 낯설 수 있고요. 그래도 거칠고 남성적이며 짐승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랍니다.” -준수는 세상에 증오심을 가진 청년입니다. 진우 씨도 힘든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준수처럼 세상을 증오한 적이 있나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반복하거나 시련과 아픔을 겪을 때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찾아들기 마련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더욱 그렇고요. 많이 절제하고 노력하는데도 시련과 아픔을 느낄 땐 ‘세상이 내게 뭘 해줬나’하고 물을 때도 있어요. 지금은 많이 이겨냈지만요.” -극 중 준수처럼 아픈 사랑을 경험해봤나요? “20대 초반 군대 가기 전엔 있었지만, 군대에 가고 난 뒤 헤어지게 됐어요. 그녀가 이민을 떠났기 때문에 만날 수도 없게 됐죠. 보고 싶긴 하지만, 추억 속에 남겨두고 싶어요.” -최성원·정민·강청광 씨와 같은 역할로 캐스팅됐는데, 김진우 만이 보여줄 매력은 뭔가요? “강청광 씨와 동갑이긴 하지만, 가장 젊다는 점이 아닐까요(웃음)? 농담입니다. 저는 <그리스> 할 때의 순수함과 <올슉업> 때의 섹시하고 느끼한 모습에다 준수의 거친 모습을 접목시킬 생각이에요. 또 노래할 때는 미성과 거친 미성을 많이 섞을 생각이고요. 생각하는 폭과 듣는 영역을 다채롭고 넓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달콤한 인생>은 참고했나요? “아직 못 봤지만, 곧 볼 겁니다. 드라마의 이준수가 참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뮤지컬은 드라마와 다르기 때문에 음악이나 연기에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에서 활동하다 갑자기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의 목표는 그냥 배우입니다. 시작을 연극으로 했고, 이후 뮤지컬과 영화·드라마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갈 뿐, 무대와 스크린·방송 등 활동 영역을 딱히 정하진 않았어요. 내공을 키우는 공부를 하던 중 마침 (드라마 출연)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은 거죠.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더불어 제 연기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방송은 처음인데, 떨리지 않습니까? “다들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한다는데, 저는 무대에 많이 서봐서 그런지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영화에서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드라마에 쉽게 다가간 것 같아요.” -소지섭·김하늘·윤계상·최민수·손창민 등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 하는데요, 적응했나요? “모두 매력이 넘치는 배우죠. 그렇지만 대부분이 군인이기 때문에 저와 만나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세트 촬영을 주로 하거든요. 저와 많이 부딪히는 분은 소지섭·김하늘 씨 정도입니다. 이분들의 매력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죠?” -김진우 씨가 뮤지컬 스타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던가요? “뮤지컬 배우라는 사실은 알지만, 제가 무슨 공연을 했고 공연계에 어떤 영향력을 가진 줄은 몰랐대요. 촬영하고 3개월이 지날 때쯤 분장실에 계신 분이 제게 ‘네가 뮤지컬계 소지섭이라며?’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제가 <캣츠> <그리스> 등 대형 뮤지컬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아이라인을 하나 더 그려주는 등 그전보단 더 신경을 써주더군요(웃음).” -강지환·엄기준 등 뮤지컬 출신 스타가 많은데요, 드라마를 통해 이들 같은 스타가 되고 싶나요? “스타가 되고 싶어 드라마에 도전한 건 절대 아니에요. 물론 스타가 되면 저를 요구하는 데도 많고, 출연작의 범위도 넓어지고, 제가 작품을 고를 수도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저는 일약 스타가 돼서 한 시즌을 바라보고 싶진 않아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서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연기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언젠가는 불꽃처럼 터지는 배우가 될 거예요. 심지에 불은 이미 붙여졌고요.” -<로드 넘버원> 공동연출 김진민 PD가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연출자인데요, 이번 뮤지컬에 대해 상의한 적이 있습니까? “얘기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아직 못 했어요. 감독님은 제가 <달콤한 인생>을 하는 줄 모르세요. 감독님이 아시면 무척 좋아하시겠죠. 나중에 꼭 감독님에게 <달콤한 인생> 연출하면서 배우들에게 요구한 부분이나 에피소드를 물어보려고요.”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교에 붙고도 입학하지 못했다던데요,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가고 싶죠. 학교는 항상 제 머릿속에 있어요. 예전엔 대학교 선후배 사이가 너무 부러운 거예요. 지금은 공연계에 그런(같은 학교 선후배) 관계가 많이 줄었지만, 그런 관계가 있다면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고 얘기할 거리도 많지 않을까 싶어요.” -생계형 배우라고 불리던데요, 이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고생은 많이 했지만, ‘생계형 배우’는 절대 아닙니다. 생계 때문에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돈 때문에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수혁은 양반 가문의 병약한 아들로 공산주의가 뿌리 깊게 박힌 지식인입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진우 씨가 잘 소화할지 궁금하네요. “대본을 보면 ‘파리한 수혁’이란 지문이 자주 있어요. 그래서 아픈 사람처럼 보이게 분장이 어둡고 수염도 지금보다 더 붙여서 파리하고 연약해 보입니다.” -안티(배척세력)를 부르는 역할인 것 같은데요. “소지섭 씨와 하는 칼부림이나 총싸움할 때를 빼곤 그렇진 않을 겁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유독 여동생들을 지키려는 오빠의 애틋함은 공감되실 거예요.” -김진우 씨의 롤 모델은 누군가요? “좋아하는 배우는 히스 레저입니다. 그가 죽은 날 슬퍼서 술을 마실 정도였죠. 히스 레저처럼 매력을 모두 발산하고 웃을 때 주변 사람도 웃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수혁도 현실에선 불쌍하게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소화하고 싶어요. 대중으로 하여금 ‘배우 김진우가 있어 이런 인생도 맛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품게 하고 싶거든요.” -꼭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은 뭔가요?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 <맨오브라만차>인데요, 지금보다 더 내공이 쌓였을 때 멋지게 해보고 싶어요. 20대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작품은 <토요일 밤의 열기>입니다. 제가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지 않나요(웃음)?” -끝으로,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 해주시죠. “<로드 넘버원>은 정말 10~2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꼭 봐주세요. 또 <달콤한 인생>으로 연극 이후 소극장 공연은 처음인데요, 난해한 작품이 될 수도 있지만 이준수를 저 김진우가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소화할지 기대되지 않나요(웃음)? 저는 앞으로도 무대와 스크린·TV를 넘나들며 새로운 도전을 하렵니다. 아직 젊으니까 보여드릴 게 무궁무진합니다. 올해는 드라마·공연, 또 다른 무엇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인터뷰 후기>…대형 뮤지컬에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리를 꿰찬 김진우.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그의 최근 모습을 보면서 김진우에게 ‘뮤지컬은 스타가 되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진우의 이야기를 듣고, 연기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면서 이러한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졌다. 뮤지컬에서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됐듯이, 뮤지컬이 아닌 다른 장르에서도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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