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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얼굴 있는 가수’예요!”

소속사 갈등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한 발라드 가수 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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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2호 이우인⁄ 2010.05.31 16:33:34

<바보> <반지 하나> <스쳐가지 말아요> 등 슬픈 발라드를 부른 가수 혜령(30·최혜령)이 디지털 싱글곡 <주전자>로 1년 만에 돌아왔다. <주전자>는 ‘주머니 속에 전화기를 만지며 자다’의 줄임말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드는 여성의 외로움을 담은 곡이다. 여가수 중 유독 심의에서 많은 제약을 받은 그녀가 소속사와의 갈등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소속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부른 의미도 담겼다. 2003년에 데뷔해 벌써 데뷔 8년차를 맞는 중견급 가수이지만, 혜령의 노래는 알아도 혜령을 모른다는 사람은 많다. 8년의 반 가까이를 심의와 싸우고 소속사와 갈등하느라 활동에만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수보다 노래가 먼저 떠올라서 ‘얼굴 없는 가수’라는 오해도 받는다고 한다. “하루는 어떤 모임에 갔는데 그곳에서 제 노래가 나왔어요. 그런데 그날 처음 본 일행이 ‘이 노래 아느냐’면서 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혜령이란 가수가 부른 노랜데 참 좋다’면서 말이죠. 그러다 제가 그 혜령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더군요. 그분처럼 제 노래는 좋아하지만 정작 저를 모르는 분이 많아서 아쉽기도 해요.” 혜령은 아직도 거리나 가게에서 연예인 데뷔 제의를 받는다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여기는 자신에겐 오히려 이런 일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사람들이 “얼굴 없는 가순 줄 알았다”고 말하면 “나 얼굴 있는 가수예요”라고 받아친다고 한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혜령은 ‘얼굴 없는 가수’란 오해가 정말로 억울할 만큼 예쁜 얼굴의 소유자였다. 올해 30살이 되었지만, 신인 탤런트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의 외모여서 놀랄 정도였다. ‘얼굴 없는 가수’라는 오해를 씻기 위해 올해는 2~3개월에 한 번씩 꾸준히 싱글 앨범을 내고 공연과 음악 방송을 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릴 계획이다. 또 가을에는 콘서트가 계획돼 있고, 뮤지컬 출연도 논의 중이다. 많은 계획으로 부푼 혜령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음반을 내고 활동하게 된 소감이 남다를 것 같군요. “너무 오랜만에 하는 거라 두렵기도 하고, 어린 가수들이 많다 보니 약간 걱정스러운 점도 있어요. 그래도 시작이라는 기대를 갖고 요즘 라이브 공연과 방송을 많이 하면서 저의 또 다른 모습도 발견하고 행복합니다.” -노래 방송 불가 판정, 소속사와의 갈등 등 복잡한 일 때문에 공백기가 참 많았습니다.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정말 힘들게 보냈어요. 마인드컨트롤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해온 가능성을 보고 믿어주는 분들이 많아서 재기하는 데 원동력이 됐죠.” -지금의 소속사(메르센)는 마음에 드나요? “그럼요. 대표님을 비롯해 직원들 대부분이 저와 또래인 점도 좋아요. 예전 회사는 20대 초반부터 있던 곳이라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지금 소속사는 또래다 보니 의사소통도 잘 되고 제 의견도 잘 들어주세요. 함께 ‘으샤으샤’ 하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지금은 자신감도 되찾고, 노래에 대한 안정감과 공연하는 즐거움도 모조리 다 찾았죠.” -<주전자>를 녹음하다 감정이 격해져서 녹음을 중단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험이 떠올랐나요? “‘중단됐다’는 말은 녹음이 술술 잘됐다는 표현이랍니다(웃음). 녹음할 때가 짝사랑하던 상대한테 차이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여서 가사 내용이 많이 와 닿았어요. 따로 감정을 잡을 필요 없이 녹음이 깨끗하게 끝났죠.” -가슴앓이를 많이 하는 모습으로 봐선, 나이에 비해 연애 경험이 많을 것 같지 않은데, 어떤가요? “적극적으로 고백한 적은 그분이 처음이에요. 훌훌 털고 일어나는 일이 제겐 정말 힘들어요. 그래도 연애 경험은 많답니다. 저와 만났던 분들은 제게 먼저 다가왔죠.” -짝사랑 상대와는 지금 어떻게 지내나요? “연락을 끊었죠. 이성적으로 마음을 연 사람과는 친구로 지낼 수가 없어요. 좋아했던 이성과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은 솔직히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죠. 나한테 상처를 주고 떠난 사람인데 노래 가사처럼 ‘행복하길 바라요’ 이러는 건 거짓말 아닐까요?”

-슬픈 노래를 많이 불러 ‘실연전문 가수’라는 애칭이 생겼는데요, 마음에 드나요? “그 애칭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의미라면 좋은데, 한편으론 ‘혜령’하면 늘 우울하거나 슬프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거든요. 그렇게(실연전문 가수)라도 대중에게 각인돼 ‘슬픈 노래 하면 혜령이지’ 이러면 좋지만요.” -이기찬·손호영·테이 등 남자 가수들과 듀엣과 피처링으로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요, 객관적으로 자신의 목소리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는 누군가요?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좋아한 사람이 테이 씨예요. 저와 테이 씨 둘 다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듀엣 곡은 걱정했거든요.” -점찍어둔 피처링 상대가 있나요? “아직 진행한 건 아니지만, 제 미니홈피에 쪽지나 방명록 글로 듀엣 곡을 같이 부르자고 하는 분들은 꽤 있어요. 저 아직 죽지 않았죠(웃음).” -가을에 공연이 계획돼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어요. 단독 공연이 될 수도, 조인(Join)이 될 수도 있어요. 월드컵이 끝나고 새 음반을 낸 다음 가을쯤에 공연으로 만나 뵐 생각입니다. 제 노래 스타일은 대극장이나 스케일이 큰 무대보다 소극장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처음 여는 공연은 관객 한 분 한 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해요. 관객의 실연 이야기도 들어주고, 관객을 위해 노래도 불러주고 말이죠. <이소라의 프로포즈>처럼 진행이랑 노래를 함께하는 그런 공연을 하고 싶어요.” -<이소라의 프로포즈> 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MC 제의가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나요? “아직 부족하지만, 자리를 잡으면 꼭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DJ도 하고 싶고요. 요즘 청취자 고민 상담을 해주는 라디오에 출연하고 있는데, 너무 즐거운 거예요. 정말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차곡차곡 쌓아서 해 나갈 생각이에요. 어차피 전 아이돌 가수나 댄스 가수처럼 나이에 제약을 받는 가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많거든요.” -이은미 씨처럼 노래와 공연으로 팬을 찾는 ‘공연형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공연형 가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일단 ‘공연형 가수’는 공연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이끌어갈 노래 실력이 있어야 해요. 라이브가 안 되면 인정받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라이브 공연을 많이 다니죠. 또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솜씨도 있어야 하고요. 혼자 이끌어가는 공연이기 때문에 말주변도 단련이 돼 있어야 하죠. 그래서 축제나 공연을 다니면서 노래 중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관객을 불러 노래도 시키고, 노래 외에 다른 시도들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공연형 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노래의 입지예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저만의 대표곡이 있어야 하죠.” -혜령 씨가 생각하는 자신의 대표곡은 뭔가요? “1집 낸 지 8년이 지났는데도 1집 노래들을 불러 달라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슬픔을 참는 세 가지 방법>과 <바보>는 공연에서 꼭 부르는 곡이에요. ‘혜령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은 1집 노래와 함께 3집의 <반지 하나>를 좋아하시고요.” -공연할 때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동이 있나요? “배가 부르면 노래를 못 하는 습관이 있어요. 녹음할 때도 요기 정도만 해요. 리허설조차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서, 한창 방송할 땐 살이 엄청 많이 빠졌어요. 쉴 때는 술도 잘 마시고 잘 챙겨 먹지만요.” -뮤지컬 배우가 꿈이어서 연극영화과(국민대)를 전공하셨는데요, 뮤지컬 무대에선 언제쯤 혜령 씨를 볼 수 있을까요? “섭외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어요. <온에어>와 <웨딩싱어>에 출연할 뻔했죠. 그런데 옛날 기획사랑은 생각이 안 맞아서 흐지부지됐고, 작년에는 연습까지 들어간 뮤지컬이 있는데 지금의 회사를 만나 음반을 먼저 내고 하는 게 낫다고 해서 중단했어요. 지금도 대형 뮤지컬 제작사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온 게 있어, 미팅한 다음에 오디션을 볼 생각이에요.” -뮤지컬 출연 경험은 없나요? “학교 다닐 때 몇 번 있었죠. 뮤지컬이라기보다 연극인데, 노래가 들어가는 그런 공연을 몇 편 했어요. 노래는 꼭 저를 시키곤 했죠. 그런데 가수 준비를 하면서 학교를 자주 못 다니니까 그런 기회마저 없어졌어요. 그래서 뮤지컬에 더 갈망하나봐요.” -최근에 본 작품은 뭐죠? “공연 자체를 다 좋아해서,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서 관람하는 편이에요. 최근엔 <형제는 용감했다>를 봤어요.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미니홈피에 사진과 글을 올렸죠. ‘볼수록 뮤지컬에 욕심이 난다. 꼭 하고 말 거다’라고요.” -원하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나요? “제 얼굴이랑 목소리가 가녀리거나 청순한 역할엔 안 어울리겠죠? 그래서 목소리가 파워풀하고 감초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소속사를 옮기고 새 앨범을 낸 만큼 마음도 새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각오인가요? “데뷔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1·2·3집 때의 저하곤 다를 거예요. 저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다를 거고요. 과거에 연연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한 해 세운 계획을 완성하면서 공연 위주의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8년 만에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가을 콘서트를 시작으로 제 롤 모델인 이은미 씨처럼 되고 싶어요. 대박가수가 되어 성공하는 것보다, 계획한 일을 해 나가면서 ‘공연형 가수’와 ‘뮤지컬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테니, 저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인터뷰 후기>…혜령과 만난 때는 그녀가 라디오 공개방송에 가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공연 준비에도 부족한 시간을 인터뷰에 흔쾌히 나눠주었다. 혜령과의 인터뷰는 예쁜 외모에 반하는 그녀의 털털하고 소탈한 성격 때문에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 무엇보다 헤어질 때 자신의 CD에 기자가 아닌 한 사람의 팬을 대하듯 정성스럽게 적어준 사인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수가 아닌 인간으로 먼저 다가가는 혜령이라면 ‘공연형 가수’로 오랫동안 살아남지 않을까 하는 강한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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