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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의 닭살 애교 연기 기대하세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는 섹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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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5호 이우인⁄ 2010.06.21 15:41:38

“뭐 드실래요? 저는 배가 너무 고파서요. 점심을 12시에 먹었는데 배가 또 고픈 거 있죠? 하하.” 섹시 가수 아이비(28·본명 박은혜)는 빵집에 들어서자마자 기자를 보고 친근하게 물어왔다. 향긋한 빵 냄새에 정신을 놓은 듯 까치발까지 들어 빵집에 진열된 빵을 찬찬히 살피는 모습이 가요계 정상을 경험한 톱 가수 같지 않았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얼굴은 10대 후반의 말괄량이에 가까웠다. 고심 끝에 주문한 피자빵 하나와 호박죽을 먹으면서 아이비는 인터뷰에 빠져들었다. 이날의 인터뷰 대상은 섹시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아이비였다. 아이비는 7월 9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에 캐스팅돼 벌써 한 달째 연습 중이다. <키스 미 케이트>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194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1999년에 리바이벌돼 이듬해 토니상 5개 부문, 드라마데스크상 등을 휩쓸었다. 국내에서는 2001년에 초연돼 제8회 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연출상(임영웅)과 여우주연상(전수경) 두 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약 10년 만에 재공연되는 <키스 미 케이트>에서 아이비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초연 때 열연한 로아레인(비앙카)을 맡아 또 다른 비앙카 역 배우 오진영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비앙카는 뛰어난 미모를 갖춘데다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여자라서 많은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요. 온 동네 사람들이 비앙카를 좋아하죠. 그런데 비앙카 본인도 자신의 매력을 잘 알고 있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정말 여우 같은 여자예요. 저는 그런 비앙카를 밉지 않고 사랑스럽게 표현해야 해요. 그래서 너무 어려워요.” 자신이 연기할 배역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비의 모습은 영락없는 배우다. 연습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연기에 재미를 붙인 듯 인터뷰 내내 여러 표정을 지어가며 웃었다. 그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키스 미 케이트>가 셰익스피어 작품이어서 좋았다죠? “연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어요. 방송연예과(동덕여대) 출신인 저도 그렇고요. 연기와 노래와 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뮤지컬 분야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다니까 너무나도 큰 영광이에요.” -<키스 미 케이트>의 국내 초연 뮤지컬을 봤나요? “DVD로 봤어요. 최정원 선배님이 너무 잘해서 그 바통을 이어받으니 부담이 되지만,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출연이 두렵지는 않았나요? “두렵고 긴장되죠. 지금도 무대 위에서 틀리고 실수하는 꿈을 매일 꿔요. 그래도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큽니다.” -발성이 노래할 때와 많이 다르죠? “네. 또박또박 말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되겠죠?” -뮤지컬 출연 결정을 가장 많이 격려해준 사람은 누군가요? “뭐니 뭐니 해도 가족과 친구죠. 제가 옛날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드라마 <도쿄, 여우비>에서 은비 역으로 TV 연기 데뷔는 마쳤는데요, 가수·드라마와 다른 뮤지컬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가수는 안무나 노래 모두 자기 혼자 연습해서 자기 혼자 잘하면 댄서들이 뒤에서 알아서 맞춰주고, 무대에서도 중앙만 잘 찾아 서면 되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서로 호흡을 맞춰 무대에 서야 하고, 리액션(반응)도 많이 낯설어요. 그래도 가수는 경쟁해야 하는 압박감과 경쟁자를 눌러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반면, 뮤지컬은 협동해서 하나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드라마는 아주 잠깐 출연해서 데뷔라고 말할 것도 없어요(웃음).” -<키스 미 케이트>는 어떤 뮤지컬이죠? “극중극(play in play) 형식으로, 배우 모두가 극에서 배우 역할로 나와요.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연기하는 와중에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죠. 최정원(릴리 바네시(케이트) 역)·남경주(프레드 그레함(페트루키오) 역) 선배님이 이혼한 부부로 나오는데요, 페트루키오가 나이트클럽 댄서 출신인 저 비앙카를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신인 여배우로 키워주려 하죠. 저는 하지승(빌 칼룬(루센시오) 역) 씨와 커플로 나오고요. 비앙카의 이야기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는 저와 왠지 비슷하죠(웃음)?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에요. 방법은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주제 안에서 재미있게 풀어 나갑니다.” -비앙카와 본인이 많이 닮았다고 말했는데요, 다른 점은 뭔가요? “비앙카와 다르게 저는 여우 같지 않아요. 여우 같은 비앙카의 모습은 순전히 저의 연기예요. 저는 애교도 없고 표현에 서툰 사람이거든요.” -비앙카는 <키스 미 케이트>의 초연 때 최정원 씨가 맡았던 역할인데요, 최정원 씨가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아무래도 본인이 한 역할이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느낀 해석을 말씀해주시곤 해요. 그러면서 ‘내가 했던 공연은 보지 마. 보고 나면 내 연기를 따라하게 되니까, 보지 말고 너의 색깔을 담아 연기하라’고 조언해주시죠.”

-아이비의 뮤지컬 데뷔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나요? “완전히 부담되고, 진짜로 걱정돼요. 이번 작품에서 같이하는 선배들도 저더러 ‘첫 번째 작품인데 너무 어려운 작품을 골랐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키스 미 케이트>가 로맨틱 코미디라서 데뷔작으로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 출연한 건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운 거예요. 춤과 노래의 박자도 너무 빠르고, 저는 무용을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예쁘게 추려 해도 몸의 선이 예쁘게 나오지 않고 턴도 어려워요. 더욱이 무대에서는 많은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저를 볼 텐데 너무 걱정돼요.” -더블 캐스팅도 첫 경험일 텐데요,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나요? “더블 캐스팅도 처음인데 제가 (오)진영 언니보다 더 많이 무대에 오르니 걱정돼요. 관객들의 반응도 두렵고요. 이럴 때 남자 배우들은 욕을 많이 안 먹죠? 여성 관객들은 남자 배우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잖아요. 아~ 부러워라.” -데이비드 스완, 김문정 음악감독 등 최고라고 알려진 스태프가 대거 참여하는데요, 많이 배우고 있나요? “그럼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긴 하지만요. 혼자만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남경주·최정원·황현정 등 뮤지컬 대선배들과 함께하는데요, 적응했습니까? “처음 연습할 땐 낯설었어요. 많은 사람하고 연습을 같이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지금은 적응했는데, 무대는 음…. 뭐 곧 적응되겠죠?” -‘제2의 옥주현’ 탄생을 기대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나요? “불가능해요. 왜냐면 주현 언니는 뮤지컬 배우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많이 갖췄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악을 정식으로 배웠고, 무대 위 자신감과 체력 조건도 저보다 좋은 것 같아요. 여러 모로 제가 부족하죠.”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기회가 되면 계속하고 싶어요. 지금도 오디션 볼 작품을 진행 중인데요, 발탁되면 음반도 당분간 안녕이에요.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코코 앤 마크2>(올리브TV에서 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방송)의 MC도 내일을 마지막으로 하차하거든요.” -기존의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뮤지컬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금전적인 것을 생각하면 절대 하지 않겠죠. 하지만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이런 것도 해봤다’ 이런 말을 정말 좋아해요(웃음).” -지난해 가요계에 2년 만에 컴백했을 때, ‘1등에 욕심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은 뮤지컬에도 해당되나요?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거만한 거 아닐까요? 첫 도전에 의미가 있는 거죠.” -앞으로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은요? “진짜 해보고 싶었던 작품은 <시카고>예요. 언젠가는 꼭 옥주현 언니가 한 록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근데 언니가 너무 잘해서 제가 꿰차고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존경하는 뮤지컬 배우가 있습니까? “최정원 선배님과 옥주현 언니요. 최정원 선배님의 연기는 오버 같지 않아서 좋아요. 뮤지컬을 볼 때 오버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은 과하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주현 언니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의 주현 언니는 가수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 느껴질 만큼 위화감이 없고 잘 소화해 나가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최근 언니가 출연하는 <몬테크리스토>를 봤는데, 정말 감동했어요.”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데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고, 잡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앞으로 내 삶에 또 어떤 일이 다가올지 기대되고, 나이에 대해서도 조바심이 안 나요. 예전에 겪은 상처들이 제가 성장할 좋은 기회가 되어준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져서 만족스럽고 좋아요. 그런 것들이 노래를 할 때나 내가 하는 일에서 묻어 나올 거라고 믿거든요. 요즘 저의 행복지수는 정말 높아요. 이제 남은 20대의 마지막을 가장 하고 싶어한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보내는 게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힘든 점은 없어요? “없어요. 원래 예민한 성격이 아니고, 그때의 상처로 저는 더 강해졌거든요. 뭐든 물어보세요(웃음).” -<키스 미 케이트>를 통해 아이비의 어떤 면을 어필하고 싶습니까? “노래 잘한다는 이야기를 제일 듣고 싶어요.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게 노래니까요. 노래 외에 뮤지컬과 연기가 모두 처음이어서 서툴겠지만,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쳤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독자들과 <키스 미 케이트>의 예비 관객에게 한 말씀. “무대에서 늘 강하고 화려한 모습이던 아이비가 다 내려놓고 다른 모습으로 뮤지컬에 처음 나오는데요,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질타와 채찍질보다 당근을 주세요(웃음).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게 연예인이나 뮤지컬 배우들의 역할인데, 노래와 춤으로 즐거움을 드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인터뷰 후기>…인터뷰에 앞서 기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과거의 안 좋은 일 때문에 어둡지 않을까’ ‘기자의 질문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 등의 걱정 때문에 언행에 신중을 더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걱정은 아이비와 눈을 마주치면서 단번에 날아갔다. 아이비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털어낸 듯 보였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그녀의 편안한 미소에 안심이 됐다. 부디 <키스 미 케이트>가 아이비의 앞날을 위해 안전한 날개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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