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작곡가 조영수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인가수 숙희
신인 가수 숙희(28·본명 진정연)가 첫 번째 미니 앨범 를 발표하고 가요계를 노크했다.
숙희는 데뷔 전에 MC몽과 PK헤만 등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고 작곡가 조영수의 올스타 앨범에 참여하며 실력을 쌓은 실력파 신인이다. 그런 그녀가 히트 작곡가 조영수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숙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집계에서 3년 동안 대중음악 작곡가 중 저작권료 1위를 기록한 조영수가 설립한 넥스타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데뷔 앨범에는 <바보가슴> <라라라> <사랑보다 아름다운 말> 등 모두 6곡이 담겼다. 타이틀 곡 <원 러브>는 80년대의 동양적인 멜로디에 일렉트로닉 하우스 리듬과 랩이 가미된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강은경이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여기에 걸 그룹 애프터스쿨의 가희가 랩 가사를 쓰고 피처링한 데다 가수 하림이 하모니카 세션으로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원 러브>의 뮤직 비디오는 마르코와 이희진(베이비복스)의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록된 곡 중 <바보가슴>은 가수 환희와 부른 듀엣 곡으로, 공개되자마자 온라인 차트 1위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연이어 공개된 숙희의 앨범 재킷 사진은 그녀를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의 상위 검색어에 오르게 할 만큼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화려한 데뷔 절차를 밟고 있는 숙희를 여의도의 한 공원에서 만났다. 이날은 그녀의 데뷔 무대인 케이블 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앨범 발매 전부터 대박 날 신인으로 화제가 됐는데요, 기분이 궁금합니다.
“당연히 기쁘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돼요. 특히 조영수 선생님이 저에 대하여 ‘최고의 가창력이다’ ‘숨겨둔 보석이다’라는 말을 많이 하셔서 부담이 크죠. 그래도 그 소문이 진짜임을 확인시켜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숙희라고 했을 때 트로트 가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정연이라는 세련된 이름이 있는데도 숙희라는 다소 촌스러운 예명으로 데뷔한 이유가 있나요?
“트로트 가순 줄 알았다는 말은 정말 많이 들었어요(웃음). 이 이름은 조영수 프로듀서님이 제 노래를 들려줄 연령대가 넓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지어준 이름이에요. 처음엔 ‘숙희가 뭐냐’면서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하는 이름’이라고 기억해줘서 좋아졌어요.”
-숙희 말고 다른 예명 후보는 없었나요?
“음…, 제 본명인 정연이 있었는데요, 정엽·정인 선배랑 비슷해 헷갈린다고 해서 관뒀어요. 성(姓)까지 붙인 진정연은 기억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했고요.”
-데뷔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요?
“스무 살 때부터지만, 너무 힘들어서 관뒀어요. ‘가수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조영수 프로듀서님을 만났는데, 그때 제 나이가 25살이었어요. 그때까지도 가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가 프로듀서님이 또 제안을 해서 용기를 냈죠.”
-조영수 프로듀서와는 어떻게 만났죠?
“저는 대학교에서 실용음악과 보컬을 전공했어요. 아는 분을 통해 가이드(데모) 녹음을 하러 갔을 때 프로듀서님을 처음 만났죠. 당시 프로듀서님은 제게 일본의 나카시마 미카처럼 노래해 달라고 요구했고, 그 요구에 따라 열심히 불렀는데, 제 음색이 나카시마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눈여겨보셨나 봐요.”
-28살 늦은 나이에 데뷔하는데요, 두렵진 않았나요?
“솔직히, 이 나이에 뭔가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게 너무 겁이 났어요. 신인으로는 너무 늦은 나이인데다, 안정적인 일을 포기하고 모험을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해도 후회라면 안 해도 후회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가수 데뷔를 준비하게 됐어요. 제 이름을 건 음반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보겠어요(웃음). 무엇보다 어머니가 용기를 주셔서 데뷔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숙희’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글래머 가수’가 보이던데요.
“절대 아니에요. 재킷 사진이 그렇게(글래머러스하게) 나왔을 뿐이에요. 저 역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악플이 많더라고요. ‘꼭 이런 식으로 홍보해야겠냐’라는 내용 말이죠. 요즘은 노래보다 그것(글래머 가수라는 기대)에 대한 부담이 더 많아요. 실망하시면 어쩌죠?”
-히트 작곡가 조영수의 첫 작품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엄청나요. 작년에 저작권료 1위를 기록한 작곡가가 숨겨둔 비밀병기에다 보석 같은 가수라고 말했으니, 부담이 되는 게 당연하죠? 평가가 안 좋으면 제가 잘해서 좋게 만들면 되는데, 처음부터 평가가 좋으니 그 기대를 무너뜨릴까봐 걱정이에요. 조영수 프로듀서님의 이름에 누가 될까봐 잠도 설쳐요.”
-많은 스타가 숙희 씨의 미니 앨범과 뮤직 비디오에 참여했는데요, 주위에서 부러워하죠?
“많이들 부러워하죠. 자기 이름으로 앨범 한 장 내기가 힘드니까요. 거기에 비하면 저는 참 행복한 거죠. 최고의 배우와 뮤지션이 참여해줬으니까요.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은 제가 잘해야 롱런할 수 있으니까 한편으론 부담돼요.”
-존경하는 가수는 누군가요?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가수는 머라이어 캐리예요. 국내 가수는 성시경 씨고요. 저는 가창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자꾸 듣고 싶어지는 음색이 좋은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감정을 노래로 잘 전달해서 노래로 위로하는 가수 말이죠. 또 휘성과 학교 선배이기도 한 거미도 정말 좋아해요.”
-내일이 데뷔 무대인데, 방송 무대는 처음인가요?
“코러스는 아마 수백 번도 넘게 했을 거예요. 하지만 뒤에서 지탱해주는 역할과 메인 역할은 다른데, 메인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무대를 저 혼자서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요즘 살이 쪽쪽 빠지고 있어요. 감기가 심해 목소리가 안 나와서 마음고생도 심하고요. 첫 방송이 너무 걱정돼서 잠도 못 자요. 제가 쿨(cool)한 B형인데요, 평소에는 주위에서 ‘넌 어쩜 그렇게 낙천적이고 고민을 안 하고 사니?’라고 물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노래에서만큼은 정말 예민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각오인가요?
“저는 비주얼이 좋은 가수도, 혈기왕성한 아이돌 가수도 아니기 때문에, 노래밖에 승부할 게 없어요. 때문에 라이브 무대를 많이 가져서 활발하게 활동할 생각이에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데뷔를 힘들게 한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테니, 저의 목소리를 기억해주시기 바라요. 요즘 후크 송(hook song)이다 뭐다 해서 노래들이 금방 질리고 사라지는데요, 저는 몇 년 뒤에 들어도 좋다고 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인터뷰 후기>…가수들의 데뷔와 은퇴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져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요즘, 숙희는 28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보컬 트레이너로 안정된 삶을 살던 숙희에게 늦깎이 가수 데뷔는 그녀도 말했듯 어쩌면 엄청난 모험일지도 모른다. 늦게 찾아온 기회를 용기 있게 잡은 숙희가 부디 가수로 성공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을 실현시켜주길 바란다.
이우인 jarrjee@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