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라이브 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는 이탈리아 베로나와 밀라노를 배경으로 하여 두 친구 발렌타인과 프로튜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영국의 대 문호 셰익스피어 첫 희곡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공연되는 이번 작품은 셰익스피어 전문 연출가로 불리는 영국의 여류 연출가 글렌 윌포드에 의해 지난 2007년 일본에서 공연된 음악극 버전으로, 일본의 아이돌 스타 이쿠타 토마가 출연해 전회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한국 공연 역시 글렌 윌포드가 연출을 맡는다. 기존 5곡이던 넘버는 11곡으로, 3인조였던 밴드는 5인조 라이브 밴드로 일본 공연보다 더 풍성해져 기대를 모은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 만큼 남자 배우 두 사람의 비중이 큰 작품이다. 한국 초연에서는 뮤지컬 배우 김호영(27)과 이율(26)이 그 역할을 맡는다. <렌트> <바람의 나라> <이> 등의 작품에서 중성적이고 여린 이미지로 사랑받아온 김호영은 정의롭고 로맨틱한 베로나의 젊은 신사 ‘발렌타인’으로, <주유소 습격사건> <쓰릴 미> <나쁜 자석> 등의 작품에서 강인한 남성상을 표현해온 이율은 사랑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베로나의 젊은 신사 ‘프로튜스’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뮤지컬 <퀴즈쇼>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베로나의 두 신사>에는 이경미·성기윤·이동근·방정식·김아선·김남호·최유하·오석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과 <금발이 너무해>에서 뮤지컬 배우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견공 ‘땡칠이’가 김호영·이율 두 친구를 든든하게 받쳐줄 예정이다. 7월 17일 개막을 약 3주 앞두고, 서울 대학로에 있는 <베로나의 두 신사>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을 막 마치고 나온 김호영과 이율은 동료 배우라기보다 친형과 동생처럼 실제로도 가까워 보였다. 작품과 실제 모습에 대해 두 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출연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율 “셰익스피어 작품은 아직 안 해봤는데, 좋은 기회를 만난 거죠. 음악극이라는 생소한 장르에도 끌렸고요.” 김호영 “저 역시 셰익스피어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저의 데뷔 무대가 1998년 청소년 연극제에서 공연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었거든요. 이 작품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음악극이 뮤지컬과 다른 점은 뭐죠? 김호영 “음악극은 뮤지컬보다 곡 수가 적어요. 대사를 할 때 감정을 조금 더 실어주기 위해 음악을 깔아주는 ‘언더스코어’(underscore)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율 “하지만 뮤지컬보다 연극적이기 때문에 연극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죠.” -뮤지컬 <퀴즈쇼> 이후 또다시 호흡을 맞추는데요, 서로에게 느낀 변화가 있다면요. 이율 “<퀴즈쇼>를 한 지 6~7개월밖에 안 돼서 변화가 많진 않아요. 있다면 한 살 더 먹은 정도(웃음)? 모습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고요.” 김호영 “지금은 없지만, 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변화를 느낄 거라고 믿습니다. 외적인 것이 아니라, 배우의 내적인 부분들 말이죠.”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모습은 얼마만큼 닮았죠? 퍼센트로 말하면요. 김호영 “발렌타인과 저는 많이 비슷해요. 퍼센트로 따지면 한 80%?” 이율 “형이 80%면 저는 20%요. 저를 나쁜 남자로 보는 분도 있는데요, 전 프로튜스 스타일이 아니랍니다. 좋은 남자예요(웃음).” -두 분은 실제로도 친한가요? 김호영 “그렇지만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에요(웃음).” 이율 “안 보면 보고 싶은 애절한 사이도 아니죠(웃음).” -서로 느끼는 실제 모습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호영 “겉보기엔 제가 율보다 키도 작고 아기자기해 보이지만요, 알고 보면 정반대예요. 율이 저보다 애교도 많고 어리광도 잘 피워요. 저는 맞장구 쳐주는 정도랍니다.” 이율 “맞아요. 제가 형보다 더 애교가 많아요. 형은 섬세한 사람이에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한 기억이 있나요? 김호영 “대학교 1학년 때 있었어요. 상대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고백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친구가 그 여자를 만나더군요. 그래서 속병을 앓았어요. 얼마 전에 율과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율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놀랐어요.” 이율 “저는 고등학생 때여서 형보다 빨랐어요.”
-사랑과 우정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건가요?
김호영 “저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요, 사랑과 우정보다는 여자와의 관계를 두고 사랑과 우정 어느 쪽을 택하느냐를 고민하는 편입니다. 상대 여자가 너무 좋아도 잠깐 좋은 감정으로 사귈 것이냐, 아니면 친구로 오래 볼 것이냐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고백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베로나의 두 신사>의 경우라면 사랑을 택할 것 같아요.”
이율 “저는 우정을 택할 거예요. 제가 프로튜스라면 정말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는 빼앗겠지만, 이율이라면 우정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친구들을 만나서 술 마시고 그런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호영 씨는 중성적인 남자 역할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인데요, 이미지가 굳어질 걱정은 하지 않나요?
김호영 “걱정하지 않아요. 저는 자신감이 충만한 배우거든요. 저에 대한 자신감은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배우 생활을 하고 살아가는 데는 큰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배우 생활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많으니까,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다 보면 언젠간 ‘김호영이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사실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또 ‘이 역할은 김호영이 해야 된다’ 그런 생각만이라도 갖게 하면 배우로 성공했다고 만족할 수 있어요.”
-프로튜스는 이율 씨의 출연작 <쓰릴 미>의 ‘그’와 비슷한 소위 ‘나쁜 남자’인데요, 어떻게 비슷하고 다르죠?
이율 “프로튜스와 ‘그’는 둘 다 나쁜 남자예요. <쓰릴 미>의 그는 자기 쾌락을 위해 친구를 이용하고 살인도 하는 싸이코패스고, 프로튜스는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에요. 사랑에 눈이 멀어 친구를 버리고 그 사랑을 쫓아가는 모습은 나쁘지만요.”
-그동안 연기해온 배역들과 발렌타인의 다른 점은 뭐죠?
김호영 “여태까지 해온 역할들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고 예쁘고 천진난만하고 순수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픔이 있었어요. 하지만 발렌타인은 자기가 하지 못한 사랑에 대해 서툰 사람일 뿐입니다. 서툰 것을 감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점이 이전 역할들과 다르죠.”
-코미디극이기 때문에 웃음이 많을 것 같은데요, 기억나는 실수가 있다면요.
김호영 “저는 다른 배우에 비해 재채기를 굉장히 잘해요. 남들이 한 번 할 때 저는 열 번 합니다. 그런데 공연할 때는 긴장해서인지 단 한 번도 재채기를 하지 않았어요. 가끔 돌발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객석에 대표님이 있다고 생각하면 참게 돼요(웃음).”
이율 “호영이 형 때문에 한 번 웃음이 크게 터진 적이 있어요. <퀴즈쇼>를 할 때 형이 롤러 신발을 타고 등장하는데, 한 번은 진지한 장면에서 뒤로 자빠진 거예요. 그나마 관객석을 보고 있는 장면이 아니어서 뒤돌아 꾹 참을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웃겨요.”
-개 ‘땡칠이’가 출연하는데요, 개와 연기하는 건 처음이죠?
김호영 “그렇긴 하지만, 개와 호흡을 맞추는 사람은 ‘란스’(프로튜스의 하인)뿐이랍니다. 며칠 전에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했는데요, 땡칠이도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자기 분량에 나온 뒤 다른 영화 스케줄이 있다면서 가더군요. 원래 유기견이었다는데, 이젠 CF도 많이 찍고 스타가 다 됐어요.”
-호영 씨는 뮤지컬 말고도 다른 장르에 몇 차례 도전했는데요, 지금 진행 중인 작품이나 계획이 있나요?
김호영 “올 하반기에 <더 뮤지컬>이란 드라마에 출연합니다. 구혜선·최다니엘·박경림·옥주현 씨가 출연하는 작품인데요, 저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매회 노래를 부르는 역할로 나와요. 그리고 뮤지컬 <아이다>에도 출연할 예정이고요.”
-최근 뮤지컬 <궁>이 제작발표회를 열었는데요, 작품 속의 이율이란 인물과 배우 이율을 헷갈리는 사람도 꽤 있던데, 어떤가요?
이율 “친한 뮤지컬 배우 정동화 군이 <궁>에 이율 역으로 출연하는데요, 전화를 해서 내 이름 사용한 값을 내라고 말한 적은 있어요(웃음).”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어떤 면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싶나요?
김호영 “그런 건 사실 모호한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이번 작품에 대해 다른 작품,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해도, 보는 사람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느끼지 않고 관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글을 올리거나 표현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발렌타인이라는 역할은 나 김호영이 해서 나만의 발렌타인이 창조되는 것이지, 전 작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이율 “저도 형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저 전작보다는 더 신경 쓰고 동료·선후배 배우들과 합을 잘 맞춰서 맡은 배역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