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30대 초반의 남자를 만났다. 그는 애가 둘 있는,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성욕이 끓는 남자였다. 그의 불만은 부인이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일을 핑계 삼아 늦게 들어가거나, 때론 일이 빨리 끝나도 차에서 자다가 11시경에야 집에 들어간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집에 일찍 가봤자 집안일이나 도와달라고 등을 밀어, 쓰레기통을 비워줘야 하거나, 집안 청소를 해야 하거나,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부인이 섹스도 해주지 않아서 아예 늦게 들어간다는 푸념이었다. 그래서 왜 부인이 섹스를 안 해주는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하루 종일 애들한테 치여서 너무나 피곤해 성욕이 생기질 않는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또 남편이 집안일은 하나도 안 도와주고 성욕만 채우기 위해 섹스를 해달라고 한다면서, 아내는 화를 낸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덜컥 임신이라도 되면 또 애가 하나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일이 더 많아져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아내가 불안해한다는 대답이었다. 결국 둘은 서로 다른 고민을 하게 되고, 남편이 아무리 구걸을 해도 부인은 절대로 섹스를 할 생각이 아니었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성욕을 다른 식으로 발산할 수밖에 없었다. 일을 미친 듯이 하든지, 취미생활을 갖든지, 술을 마시면서 긴 밤을 죽이든지, 다른 여자를 만나든지, 공부를 하든지, 다른 친구를 만나든지…. 젊어서는 ‘짐승 취급’ 받는 남자가 섭섭하고 나이 들면 ‘몰라주는 남편 마음’에 여자가 섭섭. 이런 심리·생리 변화 미리 알면 섹스리스 없다. 부인이 자녀와 씨름하는 순간에도 생기는 자신의 성욕에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부인에 대한 미움으로 성욕을 억누르면서 남자는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여자가 결혼하여 바로 임신할 경우, 임신 중에 섹스를 하면 왠지 아이에게 위험할 것 같은 생각에 섹스를 피하게 된다. 또 애를 낳고 수유 중일 때도 수유 때 분비되는 프로락틴이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혈중농도를 떨어뜨려, 성욕도 떨어지고 질액도 감소하게 된다. 당연히 성교통이 생겨 수유 중의 섹스는 고통이 된다. 특히 신혼도 없이 바로 애가 생기고, 그 첫 애가 수유 중에 둘째가 생기면, 섹스는 여성에게 아무런 느낌도 없는 노동이다. 부인은 아이가 걸어 다니고, 학교에 다니고, 그래서 어느 정도 자립하게 되는 나이인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정신이 없다. 도저히 남편의 이기적인 성욕을 이해할 수도 없고, 피곤함 때문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어렵다. 가끔 들어준다 해도 의무방어전 수준이지, 섹스가 재미있는지 행복한지 잘 모르고 결혼 10년을 지낸다. 특히 집안일은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섹스 타령이나 해대는 남편은 정말로 원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자는 척을 하고 있다가, 남편이 들어와서 자면 그때서야 한숨을 놓고 잠을 청하게 된다. 혹시나 남편이 섹스를 하자고 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신혼의 10~15년이 지난다. 그 사이에 남편의 성욕은 없어지거나 적어지고, 부인은 시간이 생기면서 성욕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전세는 역전된다. 남편은 직장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낸다. 직장생활을 한 지 10~15년 정도면 남자는 사회의 중심에 서 있게 된다. 그때쯤 남자는 정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매일 회식과 접대에다, 일 처리 때문에 늦게야 집에 들어오게 된다. 그 사이에 체력관리를 잘 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발기력도 많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탓에 술·담배에 절어 살았다면 발기가 안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부인이 아무리 야한 속옷을 입고 남편을 유혹해도, 남편이 피곤해서 잠만 자려고 할 수 있다. 남편은 성욕이 바닥나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럴 때 부인은 좌절하고, 실망하고, 가슴이 아파온다. 더 이상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실망감과 배신감까지 느낀다. 내가 얼마나 희생하면서 애들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거기에 대한 답례가 고작 이거야? 신혼 초에 남편이 느낀 실망감과 좌절감을 이번에는 결혼 10~15년차 부인이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신혼 초에 부인이 아무리 힘들어도 남편의 성욕을 조금만 이해해주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에 신혼 초에 남편이 부인의 집안일을 조금만 도와주었더라면, 부인의 집안일 피로가 덜어지면서 남편의 성욕에 답할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이래서 부부가 오래 사랑을 하려면 남녀의 차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연령대별로 달라지는 남녀의 차이 등을 미리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남자는 체력관리 힘써 노년의 섹스리스 막고 여자는 ‘밤의 지혜’로 남자의 능력 유지시켜야 만약 남편이 아무리 힘들어도 평소에 체력관리를 잘 하면서 발기력을 살려두었다면, 섹스리스 같은 불행은 없을 수 있다. 만약 부인이 평소에도 야한 속옷을 입으면서 남편을 유혹했더라면, 남편의 발기력을 건재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가 이렇게 상대방을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자기만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결혼의 속성상 모든 부부가 이런 섹스리스의 결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정말로 성욕이 좋아 계속 자기관리를 잘 하는 남편을 둔 부인이 있다면 정말 행운이다. 반대로, 부인이 아무리 피곤해도 남편의 사랑을 잘 받아주었다면 그 또한 정말로 행운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실수는 ‘후회는 늦게 온다’는 점에 있다. 문제가 일어난 당시에는 누가 그런 얘기를 해주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렇게 돼 있더라는 것이 인간의 경험이다.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했는데 왜 서로 미워하며 사는지 잘 모르는 게 사람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잘 모른다. 모든 일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면 그렇지 않다. 둘이 열렬히 사랑했고, 때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 그런데도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로 원수처럼 지내거나, 소가 닭 보듯이 무덤덤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섹스리스는 서서히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과정을 미리 알아야 한다. 누군가 멘토가 있어 옆에서 알려주도록 해야 한다. 남녀는 서로 욕구가 다르고 생리가 다름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남자는 10~20대 때 성욕이 가장 강하고, 여자는 30~40대 때 그렇다. 이런 생리적 차이를 알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울증이 사람을 자살로 몰 듯 부부를 파멸로 모는 섹스리스라는 무서운 병을 극복할 수 있다. 섹스는 재미있어야 한다. 맛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거나 맛이 없다면 하고 싶지 않게 된다. 그것은 요리법을 배우듯, 노력하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