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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알게 될 겁니다”

연극 <여보, 고마워>에서 ‘슈퍼 맘’으로 출연 중인 결혼 2개월차 배우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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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9호 이우인⁄ 2010.07.19 15:13:08

뮤지컬 <친정엄마>로 대한민국에 ‘엄마 신드롬’을 일으킨 고혜정 작가의 두 번째 가족 이야기 연극 <여보, 고마워>가 7월 3일부터 서울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많은 관객의 공감과 눈물을 자아내며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여보, 고마워>는 고혜정 작가가 자신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남편에게 받은 편지들을 묶어 2006년에 발간한 에세이집을 원작으로 하여 직접 각색한 작품이다. 2008년에 초연된 이 연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무대를 맞이했다. 연극의 주축이 되는 가족은 6년차 전업주부 남편 ‘준수’와 남편 때문에 슈퍼 맘이 돼버린 대학 스타 강사 아내 ‘미영’, 그리고 8살 딸 ‘지원’이다. 이 밖에 친정엄마·시어머니·통장아줌마, 준수와 미영의 친구들이 등장해 때론 부부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때론 공감을 극대화시키면서 무대를 다채롭게 만든다. 특히 이번 공연이 이전 공연보다 티켓 구매 욕구를 더 활발히 일으키는 이유는 초연 혹은 지난해 공연했던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는 사실. 초연 때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서범석과 이현경, 지난해 부부로 찰떡궁합을 보여준 박준규와 오정해가 번갈아 <여보, 고마워>를 꾸밀 예정이다. 이들 중 신변에 가장 큰 변화가 있는 배우는 이현경(38·본명 이지원)이다. 이현경은 지난 5월 3일 뮤지컬 배우 민영기와 결혼식을 올리며 개막 전 유부녀 대열에 가까스로 합류했다. 2년 전 <여보, 고마워> 초연 때 미혼으로 슈퍼 맘 미영을 연기했던 이현경에게 결혼을 기점으로 하여 이번 작품과 역할에 임하는 새로운 기분과 각오 등을 들어봤다. -먼저, 결혼을 축하합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 산 지 약 두 달이 됐는데요, 뭐가 가장 좋던가요? “일단 엄마의 잔소리가 없는 게 좋아요(웃음). 결혼해서 가장 좋은 건 내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거죠. (남편이 있어) 든든하다는 게 뭔지 이제 알겠어요. 해야 할 일은 처녀 때보다 더 많은데도, 기분은 더 좋아요. 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지 결혼해서 그런 건지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집안일이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고요. 시집보내기 전에 엄마들이 딸더러 ‘시집가면 다 하게 된다’ 하시던 말의 의미를 알겠더군요. 결혼하기 전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던 것들이, 닥치니까 다 하게 되더라고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때 작품을 시작한 계기는 뭐죠? “신랑이 뮤지컬 <잭더리퍼>에 출연하기로 확정됐는데, 같은 시기에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어요. 신혼 초인데 혼자 쉬면 마음이 힘들잖아요.” -함께 있을 수 없어서 아쉽진 않나요? “다행히 결혼하고 한 달 동안 우리 둘 다 일을 쉴 수 있어서 24시간 붙어 있었답니다. 결혼 초반에 결혼 생활의 기본을 다지는 게 중요한데,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정말 알차게 보냈기 때문에 괜찮아요.” -요즘은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겠어요. “연습 시간도 비슷하고, <여보, 고마워> 연극 장소(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와 신랑이 출연하는 <잭더리퍼> 연습실(남산)이 10분 거리로 가까워서, 끝나면 집에 같이 가기도 하고 서로 모임이 있으면 오가기도 하고 즐거워요. 결혼한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일하는 시점이 비슷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한 사람이 일할 때 다른 한 사람이 상대방을 챙기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같이 몰입하고 같이 쉬는 편이 더 맞는 것 같아요.”

-가사는 어떻게 분담하나요? “<여보, 고마워> 공연 연습 시간이 촉박해서 아침에 콜(부름-연습 모임)이 많고, 신랑은 오후에 콜이 많아서 대부분 신랑이 하고 나간답니다(웃음).” -그에 대한 트러블은 없고요? “없답니다. 신랑의 별명이 ‘초딩’인데요, 나이가 서른여덟인데도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칭찬해주면 너무 좋아해요. 저와 대사를 맞춰주면서 점점 남자 전업주부가 되어가고 있어요(웃음).” -초연에 이어 재출연인데요, 미혼 때와 기혼 때 미영 역할에 임하는 느낌은 어떻게 다르죠?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제법 많은 부분이 다르게 느껴진답니다. 초연 때 무작정 화를 내고 슬픈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설득이 먼저라고 느끼면서 연기를 하게 돼요.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상당히 커요. 작품이 실화다 보니까 더 사실적이고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아요.” -이현경 씨를 비롯해 이번 출연진 모두가 재출연인데요,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합니까? “초연을 마치면서 아쉬웠어요. 다른 공연과 달리 <여보, 고마워>는 생활의 지혜가 있는 작품이거든요. 상대에 대한 이해심도 넓어지고요. 실제로 지인 중 한 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우리 작품을 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동생 내외(가수 이현영-배우 강성진 부부)도 공연을 본 뒤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공연의 유효기간은 있다고 하데요.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우리 공연을 봐야 한답니다(웃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에 부부가 꼭 봤으면 좋겠어요. 50~60대 부부들이 보면 더 많은 것을 가져갈 거고요.” -결혼한 사람들 대부분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바뀐다고 하는데요, 현경 씨는 결혼하고 난 뒤에 호칭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아직은 ‘자기야’예요. 가끔 신랑이 ‘여보’라고 부를 때도 있지만, 애칭으로 들린답니다.” -‘여보’ 호칭이 익숙해지면 어떨 것 같나요? “솔직히 신혼의 느낌이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하지만, 결혼 5년차인 동생 부부를 보면 세월 안에서 묻어나오는 특별한 감정이 있더라고요. 결혼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이 되는 분들은 더 깊은 감정이 있겠죠? 그런 느낌도 갖고 싶기 때문에, 신혼의 느낌이 사라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래요.” -스무 살 때 꿈이 현모양처인 걸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남성 전업주부를 이해할 수 있나요? “예전에 결혼했으면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의 생각을 알게 되어 지금은 이해할 수 있어요. 바깥일을 하다 보니까 이해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10년 넘게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 활동하다가 최근(2006년) 들어 연극 출연이 눈에 띄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무용과를 나오다 보니 연기의 이론적인 부분이 부족하단 생각을 하게 돼서, 단국대에 편입해 자신감을 얻으려고 했죠. 하지만 학교 안에서도 연기 갈증을 다 채울 수 없더라고요. 그 해결책으로 1년에 한 편씩 공연을 하기로 한 거죠. 물론 생각했던 것만큼 한 번에 깨달음이 얻어지진 않아요. 어릴 때 포스터 붙이는 일부터 시작하는 연기 고학생들의 생활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최대한 연극 마인드에 접근하기 위해 코디도 멀리해서 혼자 옷을 갈아입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연극의 좋은 점은 뭐죠? “드라마는 끊어서 촬영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정서를 깊이 있게 볼 수가 없는데요, 공연은 한 배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지금 공연에서는 딸아이로 나오는 지원(주지원 분)에게 순발력과 즉흥적인 감정을 배우고 있답니다.” -연극이 체질에 잘 맞나요? “사람들이 저의 모습이 공연할 때만큼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면 좋겠대요. 무대에선 저 자신을 더 열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봐온 이현경 씨는 미영처럼 단아하고 똑 부러진 느낌입니다. 실제로도 그런가요? “장녀이다 보니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이 있었어요. 내가 아니면 세상이 안 돌아가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 성격은 남편 말로 ‘허당’이래요. 그리고 저 역시 점점 더 ‘허당’이 되어가고 있는 걸 느껴요. 얼마 전까진 길을 잘 찾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길도 다 잊어버리고, 저의 재능이 다 없어진 느낌마저 든답니다.” -뮤지컬 음악을 배우다가 민영기 씨와 연인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는데요, 뮤지컬 쪽에도 관심이 있나요? “당시 하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결혼하면 하기 힘든 작품이어서 지금은 못 해요. 노처녀 작가의 이야기인데, 그땐 노처녀의 대사가 마음에 콕콕 와 닿았거든요. 결혼하고 난 뒤에는 그 대사에 마음이 안 가는 거예요. 청승맞고 바보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내 작품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우울증을 앓는 배우들이 많은데요, 현경 씨는 괜찮나요? “감성이 풍부하고 여려야 배우를 할 수 있어요. 남의 마음이 공감돼야 연기할 수 있거든요. 조금만 슬퍼도 너무 슬프고 기뻐도 막 기쁜 감정이 드는 사람이 배우랍니다. 그래서 종교같이 자신을 다스릴 중심이 필요한 거죠. 그런 면에서 전 운이 좋아요. 종교는 물론이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신랑이 제 옆에 있어주니까요.” -댁에서도 민영기 씨가 뮤지컬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나요? “신랑에게 노래 레슨을 받고 있는데요, 신랑은 ‘내가 얼마짜리 레슨인데’ 하면서 생색을 낸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배우고 싶으니까 웃으면서 배우고 있어요. 신랑은 무대 위의 모습보다 노래를 가르쳐줄 때가 더 좋아요. 노래는 노래할 때뿐 아니라 연기할 때도 참 좋답니다.” -연기하면서 서로 어떤 배우자가 돼야 한다고 느끼나요? “이끌어가는 쪽은 남편,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아내의 현명함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에 따라 남편의 행동이 달라지거든요. 저는 지혜롭게 판단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배우자가 되고 싶어요.” -<여보, 고마워>라는 제목처럼 민영기 씨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때는 언제죠? “저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요. 특히 신랑에게 고마운 점은 저의 말과 의견을 잘 따라주는 거죠. 옷 하나를 사더라도 제게 물어봐요. 그런 모습이 참 예뻐요.” -끝으로, 독자와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말씀…. “정말로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이유는 작품을 보고 나면 아실 거예요. 보고 나면, 늘 옆에 있는 사람이어서 당연시했던 감정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어요. 오랜 시간 행복하게 갈 수 있는 노력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우리 작품을 보면서 힌트를 얻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유효기간이 있으니까 매년 봐야 하고, 배우도 바꿔서 봐야 한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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