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호 심원섭⁄ 2010.07.19 15:40:23
홍재형 국회부의장(민주당)은 7월 13일 18대 후반기 국회 운영과 관련해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의장단이 나중에 자신의 묘비명에 뭐라고 쓸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는 최초의 3선 의원인 홍 부의장은 “지난 6.2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 겸 심판이기도 하지만, 여의도 정치를 살려 정치 현안을 풀어가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국회의장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홍 부의장은 최근 당에서 발표한 본회의와 상임위 의원 출석률 평가에서 부의장으로는 드물게 ‘최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의장단도 국회의원의 일원으로서 의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라며 “특히 의원들의 리더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본회뿐아니라 상임위까지 최대한 안 빠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의장이지만 법안 상정에도 소홀함이 없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부의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여야 문제와 관련해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해 나가겠다”며 “그러나 여당이 토론하지 않고 일방통행하려 하면 극한투쟁으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싸울 땐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7월 13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국회부의장실에서
-직권상정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데, 해결책은 있나?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살아나야 하고, 특히 청와대가 여당을 시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려고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정부·여당이 직권상정 등의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다. 의회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이상 그런 모습은 없어져야 한다. 나는 의장단의 일원으로서 국회가 정상적인 모습을 속히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원활한 소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 당과 의장단·여야·의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다리가 되겠다는 것이 내가 부의장으로서 의원들을 돕고 국민을 섬기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6월 국회 때 보니, 다각도로 소통하면 비비 꼬인 매듭도 풀리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좋은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 -18대 국회 현안에 개헌문제가 있는데, 견해를 듣고 싶다. “현행 헌법(제9차 개헌헌법) 시행(1987년) 이후, 정치권에서 시작한 개헌 논의가 여러 번 있었다.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하자든지, 정보화에 관련된 규정이 필요하다든지, 다문화사회 현상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든지 등등 몇 가지 사안에서 개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늘 얼마 못 가서 흐지부지되었다. 정치권에서 화두는 던질 수 있지만, 결국은 국민의 여론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공감도가 지극히 높아야 개헌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임을 우리는 현행 헌법이 만들어졌던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목격하지 않았는가. 정치·정책 프로세스에 있어서 지금 당장은 세계적인 경제 불안, 4대강 문제, 세종시 후속 조치, 일자리 부족, 서민복지 등등 쌓인 과제가 산적하다. 이런 급한 과제들부터 어느 정도 해소하고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국민이 식상해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국민의 관심도가 낮은 상태에서 정부·여당이 개헌을 자꾸 외친다면, 정치적 수세를 전환하기 위한 전술이 아닐까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논란이 끝났다고 보나?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본회의 부결로 완전히 마무리되어 홀가분하다. 처음에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스스로 수정안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었으나,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니 투표를 거쳐도 괜찮겠다 싶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수정안을 본회의 부결에 부치자고 했을 때, 내가 충청권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직권상정으로 가지 않고 깨끗하게 끝나 다행이다. 국민적 합의,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대통령이 개인 견해만을 내세워 국회를 압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독선이고 지극히 반민주주의적인 행태이다. 대통령은 이제 결과에 진심으로 승복해야 한다. 국민의 합의를 무시한 채 독주했던 대통령이 나서서 진정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역사적 기록에도 남겨야 한다.” -세종시 플러스 알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뚜렷한 해결책이 없겠는가?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는 원안의 문제점이나 자족성 부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정부와 일부에서 의도적으로 사용한 왜곡된 용어로서 불필요한 논쟁이다. 세종시 원안은 행정중심도시를 주 기능으로 하면서 ‘플러스 알파’ 성격의 복합기능(국제업무·첨단산업·연구교육·문화유통·지방행정·의료복지·친환경)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세종시 원안의 큰 틀 속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자족성을 충분히 가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플러스 알파’는 크게 네 가지인데, ‘세종시 원안의 틀’ 속에서 모두 검토가 가능하다. 세종시에 대해서만 입주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원형지를 공급하는 방안은 전국적 시각에서 볼 때 세종시가 지방 투자와 지방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지역 경제의 황폐화와 지방 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므로 그 도입이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총리실과 9부2처2청 등 35개 중앙행정기관이 제대로 내려간다면, 기업들은 중앙행정기관의 존재 자체를 인센티브라 보고 별도의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많이 내려갈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은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하면서 내건 공약이므로 공약을 이행하면 되는 사안이다. 원안과 상충되지도 않고, ‘플러스 알파’성격도 아니다. 기업 및 대학 유치의 경우, 건교부가 2006년 9월에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자족성 확보방안’을 보면, ‘대학·전문대학원·특목고·첨단산업연구단지·벤처기업전용단지’ 등의 시설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7월 12일 맹형규 행정자치부 장관이 9부2처2청 35개 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당초 예정된 2014년까지 완료하겠다면서 8월 중으로 고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행복도시건설청’의 내년도 예산이 올해보다 4300억 원이나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당초 예산들을 4대강 사업에 투입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고시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굳이 8월에 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또 뭔가 꼼수를 부리려고 한는 건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특임장관실과 방위사업청 등 2005년 정부 고시 이후에 신설된 기관은 공청회 등을 통해 옮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아무튼 대통령과 정부는 충청민들이 다시 한 번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하루빨리 세종시 건설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민주당에서는 민간인 사찰문제 및 영포회·선진연대의 월권행위 의혹 등 정부·여당을 향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고 보나? “이 문제들의 핵심은 권력의 사유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가 관련되어 있다. 대통령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청와대의 일부 직원이 교만하게 권력을 남용했고, 정부에서 이를 거들고 지원하고 보고한 사람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청와대가 더 이상의 개입을 자제하고 물러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향후 이 문제들에 대해 입법부와 사법부가 합법적·합리적으로 능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7.28재보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민주당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보는가? “민주당으로서는 여덟 곳 중 다섯 군데 정도 이기면 패배하지 않은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공천과정이 잘 마무리되었으니최선을 다해서 이기는 데 전념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지난 지방선거와 연계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독선과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의미가 크다.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더욱 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민주당도 주류·비주류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정당은 정권을 잡으려고 다른 당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당원들 중에는 각 계파별로 당권을 잡으려고 다른 계파 당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민주정치에서 불가피한 하나의 요소라고 본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에도 당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놓고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당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나아갈 것인가?’, ‘누구를 위한 정당이 돼야 하는가?’ 등 당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관하여 치열한 논쟁과 격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최근의 현상이 국민들에게는 당권을 둘러싼 투쟁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에 역점을 두고 당의 쇄신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