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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같은 ‘혼혈 아트 축구’ 우리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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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9호 최영태⁄ 2010.07.19 15:43:20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우승팀은 스페인이지만, 최고 화제 팀은 독일 팀이었다. 스페인이야 어차피 세계 최고 리그를 갖고 있고, 펠레도 스페인의 우승을 처음 점쳤다가 중간에 “브라질·아르헨티나·독일 중 하나”로 바꿨다가 망신을 당했듯이, 최고 팀이 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리 놀랄 일이 아니란 소리다. 반면, 독일 팀의 과거 스타일을 돌이켜 보면, 올해 그들의 변신은 정말 깜짝쇼였다. 90년대 프랑스가 세계 축구를 지배할 때 프랑스 축구팀의 면면은 정말 ‘공포의 외인부대’였다. 흑인 선수가 거의 전부였고, 극히 일부 ‘뛰어난 백인 선수’가 끼어 뛴 게 프랑스의 팀 컬러였다. 반면, 독일 팀은 이른바 ‘순혈주의’를 고집해 전원이 흰 피부였다. 화려한 개인기도 없이, 둔탁한 축구를 하면서도 꾸역꾸역 4강까지 오르는 독일 팀의 모습은 영 재미없었다. 그러던 독일이 올해는 최고 인기 팀이 됐다. 흑인 선수의 비율은 아직 적지만, 터키·아프리카·폴란드계 등이 뒤섞인 ‘다국적 혼혈부대’의 모습을 갖춘 게 변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됐다. 독일축구협회의 과감한 개방 노선 덕이란다. 물론 독일의 극우파 네오나치들은 “더러운 피가 섞인 국가대표팀이 우승하면 안 된다”든지 “순수 독일인이 골을 넣는 것은 좋지만, 외국계는 골을 넣어도 밉상”이라는 더러운(?)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망언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독일 전역에선 터키계 등 이민자들이 독일 삼색기(흑·적·황)를 내걸고 독일 팀을 응원하면서 민족 다툼 해소에 큰 도움을 봤다는 뉴스가 뒤따랐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한국 국가대표팀을 본다. 일본 팀만 해도 브라질계 툴리오가 있고, 과거에도 로페스란 브라질계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폐쇄국 북한 팀에도 외국인 선수가 정대세·안영학·량용기(모두 재일동포) 세 명이나 있다. 우리는 이미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지만 눈물로 포기하고 말았다”는 유도선수 추성훈의 스토리에서 ‘정말 졸렬한 한국판 국수주의’를 확인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 팀이야말로 100%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다. 일본의 국수·극우주의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축구 하나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심한(아니면 발전이 더 늦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축구 국가대항전이 열릴 때마다 언론들은 ‘해외파’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이 ‘해외파’란 말에는 ‘한국에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외국에 진출해 더 기량을 높인’이란 의미가 깔려 있다. 독일 축구팀에서 보는 진짜 해외파(순혈 독일인이 아닌 외국계 선수, 또는 외국에서 ‘수입’된 선수)란 의미는 없다. 이번 ‘허정무 호’를 비난하는 목소리 중에는 학연·지연에 대한 것도 많았다. 이런 비난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면에서 한국 축구팀은 ‘한국인이라면 차별 없이 실력대로 국가대표로 뽑는’ 넓은 의미의 순혈주의 단계에도 아직 못 갔고, ‘우리 지역, 우리 학교 출신이라야 한다’는 좁은 의미의 순혈주의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우리 국가대표팀에도 ‘진짜 해외파’가 섞이면서 경기력이 놀라보게 향상돼, ‘월드컵에 나갈 때마다 4강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는 날이 있을지 없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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