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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광의 아프리카 미술과 친해지기

리차드 키마티의 ‘유령신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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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1-182호 편집팀⁄ 2010.08.09 16:21:07

정해광 아프리카미술 관장·갤러리통큰 대표 리차드는 어떤 작가인가 리차드(Richard Kimathi, 1971~)는 여느 아프리카 작가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끼’를 보였다. 교과서의 흰 여백이나 교실의 벽 그리고 동네 담벼락에 마구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지만, 그는 자신이 할 일을 어렸을 때부터 미리 알았다고 했다. 선생님이나 동네 사람들의 야단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마음, 그것이 바로 오늘날과 같은 이상한(?)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었다. 리차드는 1997년 이스트아프리카 산업미술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서구 미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유엔에서 발행한 우표 그림을 그리게 되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리차드는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케냐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리차드 그림 읽기 리차드의 유령들은 아주 뚱뚱하거나 삐쩍 마른 모습을 하고 있다. 리차드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유령의 모습처럼 기괴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들은 그렇게 무섭지가 않다. 뚱뚱하거나 삐쩍 마른 몸 혹은 탐욕스럽거나 순수한 마음이 크게 구별되지 않아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공간은 산 자들의 공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생기가 넘친다.

인간은 이상과 현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자신을 기만하고 자신을 가두어버림으로써 절망에 쉽게 노출된다. 그러나 리차드의 유령은 그렇지가 않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여 생기는 에너지를 생명력으로 전화시키고, 욕구를 본성의 한 측면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매개로 인간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이 리차드의 유령이다. 그래서 리차드는 인간이 보편 이성에 매몰되거나 신의 한 부분으로 전락되는 것을 경계한다. 욕구를 가지고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 즉 뚱뚱하거나 삐쩍 마른 몸 혹은 탐욕스럽거나 사랑스런 마음을 지녔다 할지라도 자기의 의지를 주체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인간, 그것이 바로 리차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유령의 정체이다. 리차드는 보라색을 통해 붉은색과 푸른색의 어우러짐을 말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붉은색은 삶에 대한 열정의 빛깔이고, 낮의 색이다. 푸른색은 삶에 대한 침묵의 색채이고, 밤의 색이다.

리차드의 그림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보라색. 붉은색과 푸른색의 혼합인 보라색은 결국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결합 혹은 하모니에 대한 색이다. 붉은색이 아주 지나치면 보랏빛을 띤다. 푸른색이 아주 지나치면 보랏빛을 띤다. 그런 지나침이 세상에 깊은 상처를 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라색을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리차드의 보라색은 지나침의 색이 아니다. 그는 보라색의 본성을 어우러짐에서 찾고 있다. 리차드에게 보라색은 이상보다 높지 않은 색이고, 현실보다 낮지 않은 색이다. 이상에 치우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색이 바로 보라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리차드의 유령은 인간적인 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신적인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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