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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끼리 오면 염장 지를 작품 보러 오세요!”

뮤지컬 <카페인>으로 ‘제2의 강지환’ 꿈꾸는 뮤지컬 배우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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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1-182호 이우인⁄ 2010.08.09 16:40:36

“저는 저 스스로 무대에서 공연하기에 적합한 비주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이 밋밋하기 때문에 어떤 분장을 해도 어울리고, 다양한 캐릭터가 가능하다고 믿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려면 수술은 필수겠지만요. 하하하.” 뮤지컬 배우 김경수(28)는 무대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넘치는 배우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고난의 길을 자초한 과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군인 집안에서 나고 자란 김경수는 엄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정해진 진로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수순을 밟던 그에게 음악을 알려준 계기는 바로 노래방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는 음악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농구를 좋아해서 농구만 ‘주구장창’ 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저더러 친구들이 고음이 많이 올라간다고 칭찬을 해줘서 그때부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하지만 집안이 워낙 엄해서 대학교는 4년제 토목과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통기타 동아리에 들어갔는데요, 알고 보니 대학가요제에서 수상을 많이 한 동아리더라고요.” 김경수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한 2002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과 네티즌 인기상을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가수가 되기 위해 들어간 기획사가 부도나면서 가수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허무하게도 좌절됐고, 순진무구하던 부산 청년은 낯선 서울에서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방황은 길지 않았다. 2007년 어느 날 제목처럼 우연히 접한 <우연히 행복해지다>라는 콘서트형 뮤지컬의 오디션에 덜컥 붙은 김경수는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 후 <위대한 캣츠비>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스> <영웅을 기다리며> <웨잇 포 유> 등 마니아층을 제법 보유한 인기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도맡으며 이젠 팬클럽까지 보유한 어엿한 뮤지컬 스타가 되었다. 김경수는 뮤지컬 <웨잇 포 유>의 공연을 마치기가 무섭게 또 다른 화제작에서 러브콜을 받아 곧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8월 4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카페인(Cafe in)>에서 김경수는 ‘Love is...’ 카페 매니저이자 와인 소믈리에인 강지민 역에 김태한과 더블 캐스팅됐다. 2008년에 초연된 <카페인>은 항상 ‘끝에서 두 번째 여자’로 연애에 실패하는 바리스타가 연애의 달인인 와인 소믈리에 남자에게 연애 코치를 받으면서 누군가의 ‘끝에서 마지막 여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2인극이다. <카페인>은 뮤지컬 배우 출신 스타 강지환이 제작에 참여하고 일본 공연에 직접 출연할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공연을 열흘 앞두고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카페인> 연습실에서 김경수를 만났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에게 <카페인>과 김경수 자신에 대한 이야기 등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뮤지컬 <카페인>은 어떤 작품이며, 경수 씨가 맡은 역할은 어떤 건지 소개해주세요. “굵직하게 말하면, 여자 바리스타와 남자 와인 소믈리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저는 소믈리에인 지민이란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지민은 바람둥이고, 모든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유혹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믈리에로서 와인에 대한 열정도 넘치고요. 그러다가 카페에 들어와 바리스타 여자와 엮인 뒤,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사랑에도 눈을 떠갑니다.” -<카페인>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정확한 경로는 모릅니다. 원미솔 음악감독님한테서 어느 날 이곳으로 오라는 전화가 걸려와 출연하게 됐어요. 원 감독님과는 뮤지컬 <그리스>를 할 때 만났는데, 못한다고 제게 욕을 많이 해주신 분이랍니다(웃음).” -2인극이기 때문에 부담될 것 같습니다만…. “정말 부담돼요. 배우 두 명이 나오는데, 그 이상이 나오는 효과를 주기 위해 많은 역할을 소화하는 점도 괴롭고요. 하지만 애초부터 이번 작품은 많이 어려울 거라는 걸 예상하고 시작했어요. 저와 같은 배역인 (김)태한 형과도 엄청 비교되거든요. 그 형은 초연 때부터 해온 배우라 여유가 넘쳐요. 반면에, 저는 장면과 대사를 처리하기에도 급급하답니다. 형을 보고 배우는 점도 많고, 형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 깊은 곳에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대학가요제 출신이면서 뮤지컬 배우가 된 이유는 뭐죠? “뮤지컬은 원래 하고 싶었지만, 연기와 춤이 안되기 때문에 생각조차 못했는데요, 노래만 부르면 되는 오디션도 있더라고요. <우연히 행복해지다>라는 작품이었죠. 탈옥수 역할이었는데, 처음이라서 그런지 정말 어려웠지만, 어쨌든 그렇게 뮤지컬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예대 공연예술학부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요, 어떻게 들어가게 됐죠? “저의 목표는 뮤지컬 배우로 오래 남고 싶은 한편,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사 자격이 필요했어요. 서울예대에서 전공심화 과정을 이수하면 학사 자격을 준다고 해서 듣게 됐습니다.” -부모님께서 엄하시다고 들었는데요, 이쪽 일을 반대하시지 않았습니까? “많이 반대하셨죠.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것조차도 싫어하실 정도였어요. 저희 집안이 군인 집안이라 부모님께서는 제가 군인이 되길 바라셨어요. 수상하고 난 뒤에 바로 군대에 갔지만, 노래에 대한 마음만 점점 커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나올 때마다 서울로 가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그리고 1년의 기회를 받아 학교에서 떨어지면 포기하기로 했는데, 단번에 붙어버린 거죠. 하지만 지금도 떨떠름해하세요. 아버지께서 지금은 사업을 하시는데요, IMF 때 사업이 빛을 봐서 더 잘되니까 제가 사업을 이어서 하길 바라시는 눈치입니다.”

-단기간에 주인공을 도맡는 등 출세가 빠른 것 같은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출세는 아니에요(웃음). 굳이 비결이라고 한다면, 저의 역량을 허락하는 작품을 많이 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연습할 때 고생을 많이 하지만, 이상하게 관객들 앞에서는 틀려진답니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즐거워지거든요.” -한 번 보면 많은 사람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는 말을 듣지 않나요? “모르겠어요. 작품을 하면서 김경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제법 생긴 것 같긴 합니다. <그리스> 때는 팬클럽도 생겼지만, 아직은 커뮤니티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공연만 열심히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다른 것에 신경이 쓰이니까요. 그래도 관객을 유치하려면 인지도가 필요하고, 그 인지도의 바탕은 팬이니까 저를 알아주는 팬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지민·정민(변장남) 1인 2역을 연기하는데요, 어떻게 차이를 둘 생각입니까? “제일 크게는 지금의 모습에서 이빨이랑 안경을 껴요. 그 모습이 심하게 못 생겼어요. 원판이 그저 그러니까 더 못났죠. 상대 역할을 속일 만한 외모는 되는 것 같아요.” -와인 소믈리에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와인을 접할 기회는 많았는데,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해요. 3년 넘게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의 언니가 소믈리에입니다. 그 언니 덕에 좋은 와인을 많이 시음할 수 있었어요. 와인의 깊이는 잘 모르지만, 맛있다는 사실과 그 원리는 꽤 아는 편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더 깊게 알게 됐고요. 다른 준비라면, 만화 <신의 물방울>을 열심히 독파하고, 그 언니가 준 와인 서적으로 공부하는 정도랄까요? 또 태한 형이 가르쳐 주기도 하고요.” -제작에 참여하는 강지환 씨처럼 TV나 영화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은 있나요? “마음은 있지만, 성형수술을 병행해야겠죠? 예전 기획사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는데요, 얼굴 작은 것 빼곤 다 고쳐야 한대요. 당시엔 어린 마음에 수술이 무섭기도 하고 집안이 엄해서 거부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후회합니다. 제 얼굴이 카메라가 원하는 얼굴은 아닌 걸 저도 잘 알거든요.” -극 중 지민은 ‘사랑은 때론 거짓말’이라고 정의하는데요, 경수 씨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무조건 ‘배려’입니다. 뭔가를 재기 시작하면 사랑이 깨지기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여자 친구와도 초반엔 서로 잘 몰랐기 때문에 많이 싸웠어요.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각자의 어떤 부분을 바꾸려 하기보다 이해하고 배려하면 순탄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 사랑보다 이 사람을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배려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고요. 그 여자 친구와 결혼할 생각입니다.” -까칠한 남성을 주로 연기했고 또한 잘 어울리는데요, 실제로도 까칠한가요? “까칠해요(웃음).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처음 본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거든요. 부산에서 서울로 처음 올라왔을 때는 정말 순진무구했어요. 모든 사람이 새롭게 보여서 제 마음을 다 퍼줬는데,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에 대한 벽이 조금씩 생겼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계가 풀어진 편이에요. 어느샌가 제가 계산적인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요.” -롤 모델인 배우가 있나요? “영화배우 설경구 씨입니다. 그분 작품은 모조리 다 봤는데요, 그의 살아 있는 연기에 반했어요. 극 중 모습이 설경구 씨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송강호 씨도 마찬가지고요.” -꼭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요. “음악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그런지 저는 음악적인 뮤지컬을 좋아해요.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은 뮤지컬 <오디션>입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거든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습니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든 작품에 잘 녹아드는 배우 말이죠.” -끝으로, 독자와 예비 관객에게 인사 말씀 좀…. “지금 저는 <카페인>에 말 그대로 중독돼 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2인극이어서 개인적인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관객들이 보면 충분히 공감할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싱글즈> <뮤직 인 마이 하트> 등 여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온 성재준 연출님이 만든 작품이거든요. 또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에 대한 정보의 공유도 가능한 작품이고요. 커플끼리 오면 괜찮지만, 여자끼리 오면 염장 지르는 작품일 겁니다(웃음).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죠. 많이 오셔서 공감하며 호흡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작품이 끝나고 연말에 <영웅을 기다리며>에 출연할 계획입니다. 두 달 동안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니, 고향 분들 많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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