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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미영展 조각조각 색깔 풍경

인사아트센터 3층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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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6호 김금영⁄ 2010.09.06 17:01:03

무언가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작품이 눈길을 끌어 전시장에 들어가 봤다. 작품을 보며 ‘아.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놀랍게도 그건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조각천 하나하나를 바느질해 엮은 작품이었다. 동양화를 전공한 제미영은 원래 그림을 그렸다. 이전에는 꽃같이 작은 소재를 선택해 그림을 그렸는데, 작가의 관심은 점차 꽃이 존재하고 있는 ‘풍경’으로 넘어가게 된다.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작가는 조각보라는 재료를 발견한다. 옛날 밥상 위에 얹어져 있던 조각보는 한국 전통 정서가 배어 있다. 그는 이 전통적인 재료로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건물과 오토바이, 쇼윈도에 서있는 마네킹 등 현대적인 공간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눈에 띄는 점은 작품에 공간만 존재할 뿐 사람이 없다는 것. 작가는 사람이 없는 쓸쓸하고 허전한 공간을 다채로운 조각보의 색이 산뜻한 느낌을 주면서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다. 작품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거리를 걷다가 마음에 와 닿는 장소를 사진으로 찍거나 직접 스케치를 한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캔버스천과 한지 모두 사용하지만 동양적 느낌과 부드러운 촉감을 살리기 위해 주로 한지를 사용한다. 한지는 울기 쉽기 때문에 종이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겹 포개어 붙이는 배접의 과정을 거친다. 색색의 조각보를 서로 맞대어 바늘땀이 보이도록 꿰매는 감침질과 색실을 이용한 장식은 전통 조각보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조각보를 자르고 다시 연결하는 해체와 반복의 과정 끝에 탄생한 풍경은 현실 세계를 모델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손을 거쳐 약간씩 변형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된다. 현실이면서도 허구가 존재하는 독특한 공간이 완성되는 것이다. 제미영은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주변의 일상적인 풍경을 시각과 촉각의 복수 감각을 동원하여 새로운 리얼리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중략) 조각조각 색채들의 조합으로 표현된 대상은 현실을 새롭고도 낯설게 직면하게하고, 이차원적 평면성을 더 풍부한 색채 풍경으로 만들어 낸다. 전통 조각보 방식과 회화의 융합에 있어 일상의 담담한 풍경을 나만의 색채 언어로 추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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