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남자와 여자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남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오죽이나 다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했겠는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지구의 다른 나라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왜 언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를까? 그것은 뇌의 크기, 구조, 호르몬의 종류, 호르몬의 양, 호르몬이 나오는 시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같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남자와 여자는 밤과 낮처럼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두 성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는 않다. 만약 우리가 이런 차이점들을 이해하고 감사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차이점을 극복하고 남녀 관계를 더 굳건히 만들어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호르몬은 같아도 나오는 시기와 양이 다르다 도대체 남자가 섹스를 하고 싶은 날, 여자는 그냥 밥이나 커피가 먹고 싶고, 여자가 섹스가 하고 싶은 때 남자는 술이나 마시면서 일이나 하고 싶은 건 왜 그럴까. 남자가 신호를 보내도 여자는 아는 체를 안 하고, 여자가 너무 하고 싶은데도 남자는 발기가 안 된다. 왜 이렇게 리듬이 안 맞는 남녀가 따로 있을까? 둘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동시에 성욕을 느끼는 일은 불가능한가? 항상 한 쪽이 구걸하면서, 자존심을 구기며 살아야 하나? 7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감정과 반응에 영향을 준다. 호르몬은 혈류에 의해 전달되는 화학물질로, 남녀의 뇌가 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바소프레신이 많고, 여성에게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많다. 남성의 충동을 조절하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은 경쟁과 정복에 영향을 미치고, 여성의 옥시토신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꼭 끌어안고, 애정과 호의를 표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남녀는 다르다. 뇌가 다르고, 호르몬의 종류-양-시기가 다르다. 그래서 남녀는 운명적으로 한쪽이 다른 쪽에게 사랑을 애원해야 한다.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성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의 양이다. 이 호르몬은 남자의 10대 중-후반에 가장 높고, 꾸준히 증가하다가 35세가 되면 매년 1%씩 감소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여성의 테스토스테론은 양이 적게 분비되다가 30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다. 즉 10대 중-후반의 남자는 걸어 다니는 폭탄이고, 30대 중반의 여성은 잠재적인 폭탄이다. 20년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 그래서 30대 전까지는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 온갖 아부를 떨어야 또래 여성과 섹스를 할 수 있지만, 30대 중반이 지나면 여성이 온갖 애교를 떨어야 남성과 섹스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갱년기가 지나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은 더 많이 줄어든다. 이렇게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남녀의 성욕이 엇갈리게 된다. 중년의 남자가 아내의 성욕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래서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일에 찌들려 살거나, 매일 술 접대로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기면(고혈압, 당뇨, 비만,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병에 걸리면) 발기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의 기능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의 행동과 기분에 영향을 준다. 이 호르몬은 남성의 적극성, 경쟁성, 독단성과 관계가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테스토스테론이 배란 시에 40시간 동안만 증가되어 있고, 남자의 경우는 항상 높게 증가돼 있다. 이 호르몬은 섹스를 원하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혼자 있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이 호르몬은 정복하고, 때때로 혼자 있기를 열망하게 한다. 그래서 여자가 남자를 이해하기 어렵다. 즉 테스토스테론의 고독한 모습은 남자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만약에 남자의 이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 여자는 남자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남자를 화나게 만들기 쉽다. 또한 이해를 하지 못하는 여자에게서 남자가 도망치고 싶도록 만들기도 한다. 남자가 혼자 있기를 갈망할 때는 혼자 있게 놔둬야 한다. 이때 함께 있고자 하면 남자는 절망하거나 분노하거나 방어한다. 그래서 여자와 달리 남자는 사랑하면서도 떨어져 있고 싶어 한다. 그것이 오히려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이 잘 분비되고 있다는 증거다. 남녀는 호르몬뿐 아니라 뇌도 다르다. 남성의 뇌는 뇌의 사고와 반응 센터를 척수에 연결하는 백색질을 여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사고하고 반응하는 것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남녀가 다르다고 못 맞추는 게 아니다. 남자는 주 3회 원하고 여자는 1회를 원한다면 주2회로 서로 속궁합을 맞추면 된다. 반대로 여성의 뇌는 좌우반구를 연결하는 백색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언어와 감정중추는 여자가 발달돼 있고, 남자는 감정적인 자극을 받을 때 언어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여성은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들을 잘 털어놓고, 양육하고 보살피고 친구가 되어 주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차이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예정되고 결정됐다. 이런 차이는 왜 그런지 알기 어렵다. 이미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이 차이를 인정하고, 어떻게 조화를 시킬 것인지를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면 서로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좌절이나 실망, 분노 대신 이해와 배려와 타이밍 조절로 서로에게 맞춰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남녀는 서로에게 감사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 만약에 도저히 이런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면, 호르몬 치료로 이런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너무 성욕이 약한 사람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 주면 이 차이를 좁힐 수 있다. 만약에 이 호르몬이 너무 넘치는 사람은 그 에너지를 일하거나 창조적인 것에 사용하면 영웅이나 예술가, 성공하는 사업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 사용하면 성폭력자나 범법자, 강간이나 성폭행으로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다. 이제 중년의 데미 무어와 그녀의 너무나 젊은 남자친구를 아주 좋은 속궁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남자가 일주일에 3번을 섹스하고 싶고, 여자가 일주일에 1번만 하고 싶다면 둘은 합의를 봐야 한다. 일주일에 2번으로. 당연히 남녀는 다르다.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이다. 다르다고 절망만 할 게 아니라 항상 대화로서 합의를 하면 서로의 다름을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