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마트폰으로 불러일으킨 ‘IT(정보통신기술) 혁명’이 PC시장까지 침투하고 있다. 여태까지는 개인용 컴퓨터(PC)라면 집-사무실에 놓고 쓰는 데스크탑 또는 들고다니는 노트북-넷북에 한정됐지만, 이제 ‘확장판 스마트폰’이랄 수 있는 이른바 ‘탭(태블릿) 컴퓨터’들이 물밀 듯 출시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태블릿 PC는 한 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좋은 데다, 노트북 등에 없던 기능까지 갖춰 스마트폰 열풍에 이은 탭PC 열풍을 불러올 태세다. ‘아이폰’이란 세계적 히트 상품을 내놓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애플사는 올해 태블릿PC ‘아이패드’를 내놓아 출시 3개월 만에 300만대를 팔았다. 공급이 달려 판매 국가를 늘리지 못할 정도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내외 업체들도 너도나도 태블릿PC 출시나 계획을 내놓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업체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도 태블릿PC를 출시하거나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 출시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태블릿PC는 키보드 없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여 조작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말한다. 멀티미디어 재생 능력이 스마트폰보다 뛰어나면서 노트북이나 넷북보다 휴대성이 용이한 점이 특징. 과거에는 동영상 재생 능력이 취약한 휴대전화와 휴대성이 떨어지는 노트북의 사이를 메워주는 역할을 PMP(휴대용 동영상 재생기)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애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PMP 시장은 점점 태블릿PC 시장으로 흡수되고 있는 양상이다. 태블릿PC로 책, 신문, 영화, 친구맺기 서비스(SNS)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선인터넷이나 3G망이 탑재된 태블릿PC의 경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음성통화까지 즐길 수 있다. 먼저 나온 스마트폰에 비해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태블릿 PC는 ‘형만 한 아우’인 셈이다. 무선 환경을 기반으로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외 업체들도 속속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애플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구글은 크롬과 안드로이드 체제의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국내 발매한 KT, '아이덴티티탭‘으로 탭PC 시장에서도 앞서나가. 경쟁사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연합맺고 반격 채비. HP는 윈도우7 기반의 기업용 태블릿PC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반한 진(Zeen)을 출시할 계획이다. 오마바 폰으로 유명한 블랙베리의 리서치인모션(RIM)도 최근 blackpad.com의 도메인을 구입하는 등 블랙패드(Blackpad)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에 앞서 태블릿PC를 내놓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가 미뤄지면서 초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출시를 앞당긴 것이다. 중소 IT업체인 엔스퍼트가 태블릿PC 출시의 첫 신호탄을 쐈다. 엔스퍼트는 지난 8월 30일 ‘아이덴티티탭’을 공개하고 9월부터 KT를 통해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아이덴티티탭은 안드로이드 2.1 버전 운영체제, 7인치 화면, 1기가헤르츠(㎓) 중앙처리장치(CPU), 8GB 내장 메모리, DMB 등의 사양을 갖췄다. 전자책(e-BOOK), 웹서핑, 증강현실서비스, 트위터와 미투데이 같은 친구맺기 서비스(SNS)를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본탑재 돼 있으며 문서 확인과 편집이 가능하다.
엔스퍼트 이창석 대표는 “아이덴티티탭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PC 노트북, 스마트폰 등 원격으로 보고 원격으로 전송이 가능하다”며 “향후 KT가 구상 중인 다양한 컨버전스 사업의 최적의 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덴티티탭의 출시 소식에 이어 국내 PMP와 MP3제조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이 지난 31일 3D 태블릿 ‘Z3D’와 미니 태블릿 ‘버디(Buddy)’ ‘듀드(Dude)’ 등 총 3종을 발표했다. 아이스테이션의 태블릿 3종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OS)를 채택했으며, 무선인터넷, 블루투스, FM 라디오 등을 지원한다. 미니 태블릿 버디는 오는 9월 중 초코블랙, 크림화이트 등 총 2가지 컬러로 출시된다. 듀드는 10월 중, 3D 태블릿 Z3D는 11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시판에 들어 갈 예정이다. 아이스테이션의 이승현 주임은 “태블릿PC의 등장으로 핸드폰과 노트북 사이에 있던 PMP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태블릿PC에 진출한 것”이라며 “애플이 아이팟에서 아이폰을 만들어낸 형태의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 단말기를 생산한 경험이 있는 텔슨전자를 인수했기 때문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태블릿PC는 현재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통신사와 접촉해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노트북은 ‘기계 따로, 통신 따로’였지만 탭PC는 핸드폰처럼 ‘한묶음’으로 공급돼 중소 업체들이 태블릿PC 출시 선언을 먼저 한 가운데 대형 제조사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태블릿PC를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2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된 IFA2010 전시회에서 갤럭시탭을 공개했다. 11.98mm, 380g 크기로 양복 주머니에 넣거나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갤럭시탭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2 버전, 1기가헤르츠(GHZ) CPU를 탑재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은 2일(현지시간) ‘IFA 2010’ 전시회에 참석해 “초고속 통신과 IT 기술의 발달로 기존 아날로그 미디어가 디지털화하고 SNS 등 뉴 미디어가 본격화하는 ‘미디어 빅뱅(Media Big bang)’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미디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이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가 바로 갤럭시탭”이라고 말했다. 책, 신문, 영화, 음악, 친구맺기 서비스(SNS)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스마트폰의 휴대성을 유지하며 보다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차세대 미디어 디바이스라는 설명이다. 신 사장은 “초슬림, 초경량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휴대성과 이동성을 확보하고 편리한 사용자 환경 등 최적의 사용 환경을 구현한 것도 갤럭시탭의 강점”이라며 “출시 두 달 여 만에 글로벌 판매 300만대를 넘어선 갤럭시S의 성공을 갤럭시탭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은 SK텔레콤을 통해 9월 중 시판될 예정이다. 태블릿PC가 스마트폰이 채워주지 못하는 욕구를 해소해줄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태블릿PC를 출시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중걸 로아그룹 코리아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하드웨어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하드웨어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하드웨어 플러스 알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블릿PC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더 커진 스마트폰’ 격인 탭PC 고를 때 앱 다양성, 스마트폰과의 연계성 살펴야 지금 당장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같은 운영체제를 사용한다면 양 기기로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 있지만 한계도 있다. 앞으로 태블릿PC 수요가 늘어나면 태블릿PC 전용의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야하는데 국내에서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걸맞은 태블릿PC용 콘텐츠가 애플 아이패드에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의 애플리케이션 숫자는 7만 여개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숫자 25만개에 훨씬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엔스퍼트 이창석 대표는 태블릿PC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의 수적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사용자가 만들고 참여하는 앱스토어를 만들 것이며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올레 앱스토어와도 연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참여하는 스토어가 등장한다면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출시되는 태블릿PC는 9.6인치의 아이패드에 비해 작은 7인치이거나 5인치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아이패드는 1024X768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데 반해 안드로이드는 규격 상 최대 지원 해상도가 800X480의 해상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KT 김성철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본부 상무는 〃태블릿PC 출시에 앞서 내부적으로 해상도를 높일 것인지, 콘텐츠의 질을 높일 것인지 고민했다〃며 〃안드로이드폰과 자유롭게 콘텐츠를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의 최고 해상도와 유사하게 맞췄다〃고 설명했다. 해상도보다 콘텐츠의 질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KT 스마트폰의 주 고객층이 아이폰 사용자임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PC는 아이폰과 호환성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이들은 아이패드의 애플리케이션을 연동시켜 쓸 수 없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이에 끊김없는 연결과 확장성을 원한다면 덜컥 태블릿PC를 구입하기보다 자신의 목적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 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중소 업체가 태블릿PC를 선보인데 이어 LG전자 팬택 스카이 등도 태블릿PC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관계자는 “5인치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다”며 “7인치 이상은 한 손으로 들도 다니기 무겁기 때문에 휴대성면에서 적당하다고 판단해 작은 크기의 패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태블릿PC 출시 소식이 활발하게 전해오는 것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휴대폰기기의 터치기능 확대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기에 익숙해졌다는 점, 통칭 스마트 기기에 대한 잠재수요가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는 점으로 볼 때 태블릿PC의 침투율 확대가 초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08~2009년 기간 넷북의 성장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