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처음이니까 실수할까 봐 걱정이죠. 실수하면 정말 큰일이잖아요?” 9월 4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 중인 연극 ‘연애희곡’에서 신입 PD 무카이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도이성(31, 본명 인교진)은 연극을 경험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듯했다. 일본의 유명 작가 코카미 쇼오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애희곡’은 대본을 쓰기 위해 연애를 강요하는 작가와, 대본을 받기 위해 연애를 강요당하는 PD의 이야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표현한 코미디 연극이다. ‘연애희곡’에는 도이성 외에 이지하-배해선-김성기-김재만-김대원-송유현-전동석 등이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를 제작한 뮤지컬 제작사 (주)EMK뮤지컬컴퍼니가 내놓는 첫 연극이어서 더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드라마 작가 타니야마 역의 연극배우 이지하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도이성은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어 MBC ‘전원일기’ ‘어쩌면 좋아’, SBS ‘선녀와 사기꾼’ ‘그 여름의 태풍’ ‘애자언니 민자’, 영화 ‘신기전’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10년 동안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았다. 도이성이란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작품은 지난해 방영된 MBC 사극 ‘선덕여왕’. 이 작품에서 도이성은 용춘공 역을 맡아 자신을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신기전’에 함께 출연했던 조원희의 제안으로 ‘연애희곡’에 출연했다는 도이성은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평생 본 연극이 두 편뿐이라는 ‘연극 초보’다. “얼마 전 ‘웃음의 대학’으로 연극에 도전했던 김지훈은 ‘연극 하면 정신없다’고 하고, 지금 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하는 주상욱 형은 ‘연극은 어설프면 큰일 난다’고 말해줬어요. 저의 연극 출연을 반대하는 사람들이요? 하지만 제가 하겠다는데 반대한다고 해봤자죠(웃음).” 수요일 낮 공연이 끝난 뒤 충무아트홀 커피숍에서 만난 도이성은 이렇게 위트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는 무대 위 실수에 대해서도 “나만 하는 게 아니던데요? 다들 하던데요 뭘”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전동석과의 더블캐스팅에 대해서도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나는 나, (전)동석은 동석. 우리 모두 열심히 하기 때문에 각자의 장단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카이의 매력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순발력’을 외치는 도이성의 모습에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그와 연극 ‘연애희곡’과 연기 인생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 많고 유머러스한 도이성과의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무카이의 성격이 도이성과 닮았다’며 조원희 씨가 추천했다는데요, 그 말에 동의하십니까? “제가 처음에 보면 차가워서 친해지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알고 보면 어리바리하고 어딘가 많이 비어 있는 모습이 나온대요. 다른 점도 있어요. 무카이는 이야기를 못 하지만 저는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게 있으면 즉각 말하는 편이거든요.” -드라마 PD를 많이 접하셨을 텐데, 실제로 무카이 같은 사람과 일해본 적이 있나요? “저에게 드라마 PD의 이미지는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순진하고 어리바리한 사람도 드라마 세계에서 일하다 보면 영리해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치이니까요.” -롤 모델로 삼은 PD는 없나요? “롤 모델은 아니지만 ‘얼마나 좋길래’와 ‘선덕여왕’에서 함께 일했던 박홍균 PD가 계속 떠올랐어요(웃음). 물론 그 분은 영리하고 똑똑한 분이죠.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사람을 많이 챙겨주는 면이 무카이와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신기전’ 시사회 무대인사를 하면서 행복했다고 하셨는데요, 연극 무대에서도 시사회 때와 같은 환희를 느끼나요? “오늘 공연이 두 번째여서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어요. 시사회는 다 찍고 난 걸 보면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거니까 확인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공연은 무대 위에서 ‘대사 틀리지 말자’는 강박관념 때문에 관객의 반응을 살필 수가 없더라고요.” -‘연애희곡’의 매력은 뭡니까? “수도 없이 바뀌는 장면 전환? 대본 속에 대본, 꿈과 그 꿈 등 장면 전환이 많습니다. 그래도 이해하기는 쉬워요. 그냥 웃고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연극을 위해 조언을 구한 지인이 있다면요? “지금 함께 연극을 하는 선배들에게 많이 묻지요.”
-이번 작품을 통해 드라마-영화-무대 모두를 경험하게 됩니다. 각각의 차이를 어떻게 느꼈나요? “드라마는 오늘 촬영한 부분을 늦어도 다다음 주에는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영화는 한참을 궁금해 하면서 기다렸다가 개봉 때 팡 터집니다. 그런데 연극은 연습 기간이 길고 조금 지겨워요. 처음 대본을 연습할 때 웃었던 장면들도 계속해서 연습하면 마치 식어가는 불빛처럼 사그라집니다. 그래서 연극은 다른 작업보다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웃음).” -웃음이 많을 것 같은데요, 무대에서 웃음이 나오면 어떻게 참나요? “제가 정말로 못 참는 게 웃음이에요. 연극을 하면서도 의외의 상황이 나오면 너무 웃겨요.” -작품을 위해 누군가가 실제로 연애하자고 제안하면 받아들일 의사가 있습니까? “극 중 상황이라면 못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 친구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에게 느낌이 좋다면 할 수도 있고요.” -작품을 위해 해본 가장 황당한 시도가 있다면요? “배우 지성 씨가 무명일 때 소속사 사장이던 분이 과거 저의 소속사 사장이기도 했는데요, 그분이 지성 씨한테 했다면서 제게 시도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경기도 용인 쪽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서 소주 한 병과 오징어 한 마리를 준 뒤 혼자 2~3시간 있다고 오라고요. 담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말이죠. 지성 형도 했다기에 저도 갔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한 자리에 앉아서 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공동묘지 관계자 분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립니다(웃음).” -무언가를 강요당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저는 싫으면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무카이도 싫으면 안 하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대작을 만들고 싶다는 말에 말려 들어간 것 같아요.” -티켓 판매에 신경이 쓰이나요? “지금은 일부러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드라마도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시청률을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라고요. 오늘 낮 공연을 하기 전에 관객이 얼마나 있냐고 스태프한테 괜히 물었다가 별로 없다는 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다음부턴 절대로 물어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지요.” -객석이 비어 있을 경우도 예상해 보셨나요? “어떤 연극을 보러 갔는데 관객이 15명뿐인 거예요. 이렇게 관객이 없을 때도 공연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오늘 공연은 그보단 많았지만 힘들었어요.”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 사이에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가 힘들진 않나요? “솔직히 뮤지컬이나 연극을 본 적이 없어 누가 유명하고 대단한지 몰랐어요. 그런데 오히려 몰랐던 게 약이 됐다고 생각해요. 동료와 선배로만 보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요. 선배들이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고 함께 융화될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선배들은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주로 연극배우의 프로의식에 대해서죠. 관객이 없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와, 연극 안에서의 몰입, 디테일한 테크닉 등 선배들의 모든 이야기가 도움이 됩니다.”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연기자가 꿈도 아니었는데, 아들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단번에 허락하셨나요? “제 부모님은 자식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놔두는 스타일이세요. 게다가 아버지는 옛날에 자신의 꿈이 가수였다며 저의 활동을 보며 대리만족까지 느끼고 계십니다(웃음).” -어릴 때 꿈은 뭐였나요? “외교관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 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항상 장학금을 타고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등수를 볼 정도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공부하기가 싫어지더니 그때부터 놀기 시작했어요.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노는 게 너무 즐거우니까 재수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요원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예쁘다’ ‘멋있다’ 부러워하다가 탤런트 시험을 무작정 봤고 두 번만에 붙어서 그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공채 출신으로 단역만 2년 정도 하셨는데요, 불안하지 않았나요?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21살 때였으니까요. 당시 나이 치고 돈도 많이 버는 편이었고, 신용카드도 쓸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어떤 연기를 하든 TV에 나오니까 친구들 사이에서 더 으쓱하게 되던데요?” -연기자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의외성이 많으니까 각오하시길(웃음).” -앞으로도 무대에 설 계획인가요? 뮤지컬에 도전할 의향은 있나요? “기회가 있다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번엔 밝고 코믹한 캐릭터를 맡았으니까 다음엔 정극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뮤지컬은 노래를 배운 다음에요(웃음).” -‘연애희곡’이 끝난 뒤 계획은? “드라마를 할 계획이에요. 편성이 아직 안 잡혔기 때문에 준비 단계고요. 역할은 제가 잘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랍니다.” -끝으로 ‘CNB저널’ 독자들에게 한 말씀. “‘연애희곡’ 많이 보러 와주세요. 객석이 꽉꽉 차 있으면 저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꼭 보답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