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이 수요의 다양화에 힘입어 오름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의 김장열 이사는 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용컴퓨터(이하 PC)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최근 2개월간 조정을 받고 있지만, PC 이외에도 핸드폰 등 반도체 수요처가 점차 증가하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며 “연말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PC 시장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반도체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김 이사의 의견을 들어본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7월 중순부터 반도체 주가의 조정이 깊어지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들 수 있겠고, 이로 인한 PC의 수요가 줄어든 것이 반도체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인텔이 3분기 매출 전망을 애초의 최대 120억 달러에서 112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울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도 애초 예상은 10%였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5% 전후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반도체 시장 흐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나?
“일단 더블딥을 피하고 지속적인 경기회복이 이어진다면 기업에서 사용하는 PC 수요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개인용 PC도 내년 1분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PC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도 정상화 될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 PC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휴대폰이나 그래픽, 서버 등 PC가 아닌(이하 Non-PC)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 급증이 시장 회복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Non-PC 제품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 시장을 통틀어 생각해 보면 PC와 Non-PC가 차지하는 비중은 7대 3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Non-PC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PC와 Non-PC가 차지하는 비중이 5대5 정도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Non-PC 시장이 활성화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 등 스마트폰의 수요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메모리 시장이 내년에는 지금보다 2.5배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는 반도체의 핵심이랄 수 있는 D램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만약 반도체 시장의 회복이 지연되면 D램이 아닌 플래시 쪽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다.” -D램과 플래시 중 어느 분야가 더 유망할 것으로 보는가? “일단 PC 중심의 D램보다는 상대적으로 플래시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추세다. 플래시 시장은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 PC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태블릿PC 시장에서 수용하는 플래시 비율이 전체 플래시 시장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태블릿PC가 내년에 세계적으로 5000만 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최대치를 따져보면 전체 플래시 시장의 9%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태블릿 PC 보급이 활성화되면, 기존의 넷북이나 노트북 시장 침체로 반도체 시장이 현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일단 새롭고 다양한 IT 제품이 등장하면서 기존 PC 중심의 D램 수요 뿐 아니라 Non-PC D램, 플래시 등의 수요도 한꺼번에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시장에 대해 미리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이런 신제품이 기존의 비슷한 기능의 제품 수요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에서 넷북 사용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15%만 현재 사용 중인 넷북을 아이패드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으며, 응답자의 50%는 다시 넷북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기존 넷북 사용자 중 20%는 D램 용량이 더 큰 노트북으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는 원래 있던 기존 제품에 대한 수요는 유효하고 비슷한 제품 ‘제 살 깎아먹기’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다. 결국, 우리나라의 반도체 시장은 D램이 다소 부진한 성과를 보이더라도 플래시 메모리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이 중복될 우려는 없는가?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가 태블릿PC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수요가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에 애플에서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MP3 시장이 4배나 성장했고 그만큼 플래시 시장도 커졌는데, 이는 수요가 옮겨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형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 태블릿PC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로운 수요층이 형성되면서 예상보다 시장의 한계점에 빨리 도달하기는 하겠지만 이 때문에 시장이 붕괴되거나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다.” -D램 시장이 회복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 주식은 얼마나 오를 것으로 보나? “한두 달 정도 더 조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최대 1.78배인 134만 원 이상까지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일단 현실적으로는 90만 원 대에서 가격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