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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윤진영展 Reminiscence after death

갤러리 온 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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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188-189호 편집팀⁄ 2010.09.27 11:23:03

이선영(미술평론가) 윤진영은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먹는 친숙한 음식의 재료를 사진으로 요리한다. 그것들은 대개 영양분이 되어 체내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배설되며, 그것을 먹는 개체의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는 다름 아닌 우리가 먹는 것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러나 윤진영의 작품에서 먹을 것들은 우리와의 동화작용을 거부하고 이물성을 강조한다. 자연이라는 날 것은 요리를 통해 문화로 변모하며, 요리의 경우 문화적 차이에 대해 민감하다는 점에서, 그녀의 작품은 단지 기이한 소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너무나 화려하게 장식된 실제의 요리가 때로 식욕을 잊게 할 정도의 경탄을 자아내듯, 윤진영의 괴상한 ‘요리’ 목록은 단지 먹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연결된다. 전시부제인 ‘Reminiscence after death’는 사후연상의 과정을 강조한다. 부제에 일련번호만을 추가한 제목이 붙은 사진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으며, 빔프로젝트로도 상영된다. 작품들은 검은 배경에 한 대상을 놓고 찍은 것과 작은 식재료들을 평면적으로 깔고 찍은 것으로 나뉜다. 먹어야 사는 동물인 인간에게 식재료들은 지상의 삶을 지속시키는 유익한,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다른 생명을 죽여야 하는, 형이상학이나 과학기술을 동원한 온갖 초월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묶여 있는 인간의 운명을 떠오르게 하는 불쾌한 대상이기도 하다. 윤진영의 작품에는 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의 죽음의 댓가라는, 애써 부정하고 싶은 진실이 드러나 있다. 거기에는 생과 사, 아름다움과 추함, 쾌락과 고통 같은 역설적 감정이 교차한다. 먹히기 위하여 자연적 형태가 재구성된 식재료 위에 양념처럼 첨가된 화려한 문양은 역설적 경계 위에서 충격과 의미를 낳는 그로테스크의 미학과 관련된다.

낯설음과 익숙함 사이에 설정된 미묘한 경계 위에 인간의 몸이 끼어든다. 제작 방식은 투명한 판에 데칼코마니를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배열된 식재료 위에 프로젝터로 투사하여 다시 사진을 찍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데칼코마니는 여러 연상 작용을 낳는 얼룩들이지만, 삶과 죽음이 짝패처럼 얽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적 장치가 된다. 윤진영의 기괴한 작품은 경계지울 수 없는 것을 경계지움으로써 확립된 미의 자율성의 이전과 이후, 즉 전(前)현대적이고 탈(脫)현대적인 감수성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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