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조 편집주간 CSP111아트스페이스는 서대문구 연희동에 새로 생긴 갤러리이다. 연희동은 최근 고급스런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분위기 있는 거리로 변해가는 중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있고, 아티스트들이 많이 살며 홍대와 연세대가 가까운 연희동은 갤러리 입지로서도 좋은 편이다. 연희 맛길 초입에 자리 잡은 CSP111은 개관한 지 1년이 채 안된 갤러리로 현재까지 열두 번의 기획전을 의욕적으로 개최해왔다. CSP111의 특징은 미술전시와 함께 다양한 예술 이벤트를 함께 연다는 점이다. 전시투어와 컬렉터 강좌로 미술애호가는 물론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도 미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갖게 해주고, 해설이 있는 음악회와 연극 등을 선보이며 복합문화공간의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한다. CSP111의 대표 조성운씨는 “CSP111아트스페이스의 111은 1+1+1= 3을 말합니다. 조화와 균형의 트라이앵글이지요. 서로 다른 것 같고 절대 섞일 수 없을 듯 보이는 것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시도하는 예술 공간이 되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작품을 판매하는 상업 갤러리이지만 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해 중심을 잃지 않지 않으려합니다”라고 말한다. 조성운씨는 학부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재무팀에서 근무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접을 수 없어 갤러리 사업을 시작했다. 김흥수씨 화백에게서 그림 지도를 마지막으로 받은 제자이기도 하다. 지금도 틈만 나면 다른 전시를 보러 돌아다니는 것이 일이자 취미이다. 작품 컬렉션에도 꾸준히 관심을 쏟고 있다. 전시기획의 전반적 역할을 수행하는 디렉터는 조성운 대표의 누나 조성지씨가 맡고 있다. 조성지씨는 홍익대 예술학 석사와 미술비평 박사로 미술을 중심으로 음악이나 연극 등 다른 분야와 연계된 전시기획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음악 연주 활동도 꾸준히 해 온 그녀는 덕분에 클래식, 뮤지컬, 재즈, 연극과 같은 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의 친분을 유지하며 CSP111아트스페이스의 퓨젼아트 프로그램들을 성사시켰다.
CSP111의 전시기획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 동시대의 예술적 화두들을 탐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특별초대전 형식으로 미술사에서 의미를 갖고, 현재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중견·원로작가를 초대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진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연중 작가 포트폴리오를 접수받고, 전시장이나 매체 등을 통해 새롭고 젊은 작가를 찾아내 작품을 선보이는 작업을 한다. 조성지 디렉터에게 어떤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자 그동안 한 모든 전시가 인상 깊었지만 지난 겨울 김구림전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늘 깨어있는 예술가로서 진심으로 존경하는 예술가인 김구림 선생 초대전을 앞두고 며칠 동안 폭설이 내려 도로가 모두 마비가 됐지요. 우편배달도 멈춰 눈길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도록과 초대장을 직접 돌렸어요. 오프닝 날에는 천재지변이라 할 만한 큰 눈이 내렸는데도 홀에 가득하도록 손님들이 찾아오셔서 저희도 놀랐어요.”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4일까지 전시한 고민정, 이상엽, 이하나, 홍다슬은 신진작가 공모전을 통해 CSP111아트스페이스에 데뷔한 작가들이다. 제1회 신진작가 공모전의 경쟁률은 무려 45대 1이었다고 한다. 갤러리 대표와 디렉터로서 두 사람은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며 벅찬 감동과 무거운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있는 상가 건물 3층에 위치한 갤러리는 외부에 간판을 걸어놓지 않은 대신 갤러리 창에 작가 이름이나 작품이 새겨진 포스터와 디자인을 부착해 놓았다. 건물의 다른 간판들과 차별성을 두는 것도 쉽지 않기에 차라리 간판을 걸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3층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동선은 방문객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60평의 직사각형 구조의 전시장은 생각보다 넓고 천장 또한 3미터로 높은 편이다. 주차 공간이 넓고, 편리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CSP111 근처에는 독특한 외관을 가진 갤러리인 ‘연희동프로젝트’와 최근에 문을 연 ‘CNB갤러리’, ‘스페이스막’이 있는데 이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도 구상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