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이래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나 봐요. 아! 이 기분, 너무 행복해요.” 소극장 창작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첫발을 내딛는 배우 심형탁(32)은 무대의 희열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청각과 말을 잃은 희곡 작가 이민아와 ‘얼짱’ 로맨티시스트 장재혁의 만남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이 작품에서 심형탁은 남자 주인공 장재혁 역으로 배우 정성운, 개그맨 송병철과 트리플 캐스팅 됐다. 심형탁을 만난 날은 ‘뮤직 인 마이 하트-시즌2’가 개막일(10월 1일)을 하루 앞둔 9월 30일, 배우들의 연습 장면 일부분을 공개한 날이었다. 심형탁은 최종 리허설에서 느낀 무대 위의 떨림과 감격을 가슴 깊숙한 곳에 담아놓은 듯했다. 이날 인터뷰에 수수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심형탁에게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은 없었다. 특히 모자에 눌린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은 방송 연기자의 옷을 벗고 무대 연기자로서 초심을 갖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래도 좋아’ ‘크크섬의 비밀’ ‘인형사’ ‘연애술사’ ‘공부의 신’, 최근 방영 중인 SBS 일일 드라마 ‘세 자매’까지 드라마와 영화에서 10년째 연기자로 활동해온 심형탁에게 ‘뮤직 인 마이 하트’는 단순한 출연작이 아니라 꿈의 무대다. 대학생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여기에 이르기까지 10년을 보냈다. “방송 쪽 일을 하다 보니 뮤지컬에 출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요즘은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끼를 알아주는 곳이 많이 늘었지만, 예전에는 오디션 기회가 적었으니까요. 드라마 연기자가 영화로 가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뮤직 인 마이 하트’는 심형탁이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열망이 최고점에 다다랐던 두 달 전, 직접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찾아낸 작품이다. 오디션을 보기 전에 노래방에서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한 게 캐스팅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노래는 노래방에서 부른 경험이 전부지만 한 달 동안 체계적으로 연습하니까 노래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었다며 그는 뮤지컬 배우로 성공할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재혁은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에게 부담이 큰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래도 세 곡 정도를 부르기 때문에 노래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죠. 하지만 이 작품이 끝나면 조금씩 발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우선은 PMC프러덕션(‘뮤직 인 마이 하트’ 제작사)이 만드는 뮤지컬부터 노릴 생각이에요. 송승환 대표님을 열심히 졸라 보려고요(웃음).” -그토록 이루고 싶은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됐는데요, 긴장이 많이 되죠?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긴장을 풀려면 연습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저는 무조건 연습으로 긴장감을 해소합니다. 요즘 잠을 못 자는 이유도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뮤지컬 연습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3~4시간 동안 드라마 연기를 연습하거든요. 저의 연습량이 모레(10월 2일) 저의 첫 공연에서 빛을 발할 거라 믿어요.” -대학생 때는 무대 경험이 있었나요? “학교 공연은 해 봤죠. 오디션도 안 보고 늘 주인공을 했어요. 다른 일 때문에 스태프로 빠지겠다고 해도 교수님이 ‘너밖에 없다’며 주인공을 시키셨거든요. 제가 잘났다기보다 제가 수원대 연극영화과 1기라서 선후배가 적었어요. 저희 과 후배 중에는 신성록 씨가 있습니다. 친하냐고요? 아니요. 한 번 만난 적은 있는데요, 포스(force-힘)가 있더라고요. 언젠가는 신성록 씨와 무대 위에서 붙고 싶어요.” -최근에 본 뮤지컬 작품은 뭔가요? “아침 드라마 ‘그래도 좋아’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재만 형이 체육 선생님으로 나왔던 ‘내 마음의 풍금’입니다.”
-감명 깊게 본 작품은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마준 역으로 나왔던 주원 씨가 출연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입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원 씨를 봤을 때는 그냥 신인 배우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나중에서야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출연했던 배우라는 사실을 알았죠. 지금이나 그때나 키도 크고 멋지지만 뮤지컬에서 봤을 땐 지금보다 더 통통하고 머리도 길었거든요.”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습니까?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에서는 김선경 누나와, ‘공부의 신’에서는 이병준 형과 호흡을 맞췄는데, 그분들의 매력에 빠졌어요. 김선경 누나와는 상대 역할로도 연기하고 싶어요.” -‘지킬 앤 하이드’의 노래를 녹음해 소속사 사장에게 선물했다죠. ‘지킬 앤 하이드’의 주인공 조승우 씨처럼 되고 싶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되고 싶어요. 조승우 씨가 무대에서 보여준 포스를 영화에서 발산했다면, 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뮤지컬에서 이루고 싶어요. 뮤지컬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로 꽉 찼답니다.” -일주일에 몇 회나 무대에 오르나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 작품에만 매진할 건가요? “일주일에 4회 정도 무대에 섭니다. 영화 쪽으로도 계획이 있는데요, 드라마가 끝나면 영화와 뮤지컬을 함께할 생각이에요. 드라마의 한계를 확실히 넘어서려고요.” -장재혁은 ‘얼짱’ 로맨티시스트입니다. 실제로는 어떻죠?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 여자 친구가 있을 때는 코엑스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밥을 떠먹여 준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여자들의 눈빛이 사랑스럽게 바뀌곤 해요. 오히려 여자 친구가 눈치를 볼 정도였죠. 또 여자 친구와 당일치기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요, 용문사나 양평, 양수리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데이트 코스를 늘 준비했어요. 일일이 인터넷에서 찾아서 스케줄을 짜곤 했죠.” -로맨틱한 역할은 안 들어오나요?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직까진 저의 진짜 모습을 모르니까요. 감독들도 저를 유쾌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지 강하거나 악하거나 코믹한 역할만 주시고요. 실생활이 로맨틱하니깐 로맨틱한 역할이 들어오면 정말 잘할 수 있거든요. 질릴 정도로 로맨틱한 역할만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세 자매’에서 여자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다가 뮤지컬에서는 여자로부터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데요, 심형탁 씨는 사랑을 주는 쪽과 받는 쪽 중 어느 쪽이죠? “저는 주는 쪽이 편해요. 주면 저절로 사랑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잘해주는데 헤어지는 이유는 뭡니까? “주로 여자 친구들이 바람을 피우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제가 이별을 통보하곤 했어요. 사귈 때는 정말로 잘해 주지만 헤어질 때는 단칼에 끊는 스타일이에요. 전화번호도 지우고 미니홈피의 일촌도 끊고, 사진이나 글도 다 지워버려요. 그래도 사랑이 깊으면 헤어지자고 한 뒤에도 연락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연락을 안 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일부러 안 외웁니다. 숫자를 못 외우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일주일 동안은 괴로워서 금단 현상이 생겨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면 고통은 잊히고 평소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더군요. 남자가 술에 취해서 전 여자 친구에게 연락하는 게 보통인데요, 저는 오히려 전 여자 친구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옵니다. 하지만 다시 만나진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주의니까요.”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죠? “어머니가 얼마 전에 점을 보셨는데요, 37살에 해야 한대요. 그전에 하면 이혼한다나(웃음)?” -이상형이 있나요? “바람을 안 피우는 여자요(웃음)? 너무 잘해 주면 매력이 반감되는지 여자들이 바람을 피우네요. 그래서 여자들이 나쁜 남자들에게 끌리나 봐요.” -스스로 나쁜 남자가 되면 되잖아요. “본성이 나쁘지 못해 불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감정의 폭이 맨 밑바닥과 끝을 오가는 역할도 좋고요. ‘지킬 앤 하이드’를 노리고 있는데요,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자신의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부를 겁니까? “진심으로 다가설 겁니다. 이 공연은 시즌별로 보는 팬이 많은데요, 관객들이 저의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앞으로도 뮤지컬 제의가 들어오면 할 의향이 있나요? “제의가 들어오기 전에 제가 먼저 찾아갈 겁니다. 지금은 PMC프러덕션 작품인 ‘형제는 용감했다’에 출연하려고 매니저와 이야기하고 있어요. ‘뮤직 인 마이 하트’의 성재준 연출님이 하는 ‘싱글즈’에도 출연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습니까?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열 가지 정도의 얼굴을 갖고 있는데요, 앞으로 990가지의 얼굴을 채우려고요. 죽을 때까지 연기자로 매진해야 한다는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