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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로 그려낸 소나무숲의 진한 향기 - 김보미 작가

동양화지만 기법과 표현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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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김대희⁄ 2010.10.11 13:36:56

누구는 맑고 가슴이 트이는 자연풍경을 찾아 떠나고, 누군가는 삶에 쫓겨 상상 속의 풍경만을 그리워한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간, 또는 바라본 풍경에서 세월의 흐름 속 바쁘게만 살아온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걷던 그 풍경은 유년기 기억의 공간이 된다. 동양화지만 기법과 표현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추구하는 김보미 작가는 자신이 느낀 소나무숲의 감정을 먹으로 그려낸다. “제가 태어난 고향인 강릉에는 소나무가 많아요. 어린 시절부터 소나무를 보고 자란 탓에 너무나 익숙하고 그때 소나무숲에서 느낀 감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죠. 그 느낌과 감정을 전하고 싶어요.” 개인전이 열리기 몇 주 전 만난 김보미는 4년 만에 갖는 자신의 3번째 개인전 준비로 몸과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동안 소나무를 주제로 그려왔지만 사실 소나무뿐 아니라 나무나 돌 등 자연환경에 대해 많이 그렸어요. 특히 선으로 표현하는 느낌을 좋아해요. 강릉에는 송림이 많은데 그곳의 소나무들은 매우 크고 웅장하죠. 조용히 쳐다보고 있으면 말을 거는 것 같고 마치 사람과 함께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녀가 그려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솔향기를 가득 머금은 숲의 운치 있는 풍경,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다. 소나무의 웅장한 기운과 푸름을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모습으로 담아낸 수묵화가 김보미의 작품이다.

김보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동양화를 시작했다. 당시 어머니도 그림을 좋아하셨으며 때마침 동양화를 배우고 계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중학교 담임선생님까지 미술선생님이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게 됐어요. 동양화는 남들이 잘 안하니까 선택했는데 당시 동양화를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 지금의 입시학원과도 같은 화실을 다녔어요. 어린 시절부터 동양화만 그려서 대학교 진학 시에도 전공을 바꾸지 않았죠. 나 자신도 동양화와 잘 맞고 후회도 없어요.” 특히 그녀의 작품은 먹으로 그린 그림임에도 꽤 섬세함을 보인다. 한 방울이라도 잘못 떨어지면 작업의 진척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을 버려야 하는 단점으로 그만큼 집중과 차분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이 공간구성이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공간을 구성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흰 백지 앞에 섰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공간을 구성하는 시간으로 공간배치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고민도 해요. 때문에 작업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이 작업을 막 시작할 때죠.”

김보미의 그림은 동양화지만 동양화의 전통기법이나 표현방법을 따르고 있지 않다. 또한 동양적 사상 등도 표현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다. 단지 소나무숲 그 자체의 환경과 느낌이 좋아서 그 좋은 느낌을 담은 그림이다. “도구와 재료 등은 동양화에 맞추지만 기법이나 표현에 있어서는 제가 좋아하는 방식, 즉 나만의 방식으로 그려요. 먹의 농담도 심하지 않죠. 어찌 보면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순해요. 작품은 모두 소나무가 주제로 시각적인 부분에 조금씩 변화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해요. 때문에 공간적인 부분이 중요하죠.” 김보미는 작업을 하기 전 직접 소나무숲을 찾아가 스케치도 하고 사진도 찍어와 밑그림을 그리지만 대부분 그대로 옮겨지는 건 없다고 한다. 어린 시절 머릿속에 잠재된 소나무숲의 이미지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그녀는 큰 작품에 몰두해 있다. 첫 전시를 할 때 500호 정도의 작품을 그리면서 이를 계기로 큰 그림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자연풍경은 크면 클수록 보는 이들을 더 강렬하게 빨아들이며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도 줄 만큼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이는 작품을 통해 숲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도 들어맞는다. “한눈에 보이지 않는 큰 그림은 작업하기에도 힘들지만 느낌이 달라요. 몸은 힘들지만 그 느낌이 좋아서….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마치 소나무숲에 들어서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동양화와 소나무를 계속 그려 나가겠다는 김보미 작가는 “먹과 붓의 느낌처럼 매력을 느끼는, 나에게 맞는 다른 재료를 만나지 못했다”며 “당분간 재료를 바꿀 생각은 없지만 다음에는 표현의 변화를 줄 예정으로 조금은 달라진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도심 속 소나무숲으로 초대하는 김보미의 작품은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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